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27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오해, 판단누락, 이유모순 등의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김 전 장관은 현직 시절이던 2017년 7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신 전 비서관과 공모,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이 사표를 제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김 전 장관이 지휘·감독권한과 인사권을 남용해 임원 12명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하고 실제 제출되도록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또 김 전 장관이 사표 제출을 하지 않는 환경공단 상임감사의 표적 감사를 지시하고 신분상 위협을 가할 것처럼 겁을 줘 강요했다는 혐의의 경우 직권남용은 무죄지만 강요는 유죄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김 전 장관이 청와대 추천 인사의 탈락에 대한 문책으로 운영지원과장 A씨를 4대강 팀장으로 전보한 혐의는 "보직 위반인지 알 수 없다"며 무죄, 운영지원과장 B씨를 국립생물자원관 부장으로 전보한 혐의는 유죄라고 봤다.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이 김 전 장관 지시에 따라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행위는 장관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한 것에 불과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 아니라며 무죄 판단했다.
1심은 "김 전 장관 행위는 오로지 청와대 또는 환경부가 정한 내정자들을 임명하기 위한 것으로 공정한 심사 업무를 방해했다. 그런데도 김 전 장관은 일체 관련성을 부인하며 책임을 전가한다"며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와 함께 "신 전 비서관 행위 역시 공정한 심사업무를 방해하고 공공기관 임원 임명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훼손했다"면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심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8명이 사표를 낸 것은 김 전 장관의 지시에 의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일부 감형했다. 해당 임원들은 임기가 만료돼 사표를 제출하는 등 다른 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김 전 장관이 산하 공공기관 임명 과정에서 탈락 위험에 처한 청와대 추천인사 박모씨가 최종 임명되도록 지원한 부분과 관련해서도 "추천 인사가 통과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일 등은 없어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놨다.
다만 2심은 김 전 장관이 사표 제출을 하지 않는 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씨 표적 감사를 지시했고, 김씨가 이 때문에 실제 사표를 제출했다며 이 부분에 대한 김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2심은 김 전 장관에게 1심보다 줄어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신 전 비서관은 내정자를 확정하고 지원하는 건 단독으로 할 수 없었다는 사유가 참작돼 1심보다 줄어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