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이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 “북한 당국이 자행하는 일은 인류에 대한 범죄임에 틀림이 없다”며 “이 같은 가장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에 정의를 묻는 것은 전 세계 모두의 책임”이라고 했다.
로스 사무총장은 25일 보도된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연방 검사 출신으로 국제 사법정의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북한 당국에 반인륜 범죄의 책임을 물릴 수 있을까”란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이렇게 심각한 규모의 범죄는 보통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되지만, 북한은 ICC 회원이 아니다. 다른 방법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을 ICC에 회부하는 것인데,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리아도 상황이 북한과 같았다. 중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를 ICC에 회부하는 것을 반대했다”며 “그럼에도 유엔총회는 시리아 내전에서 발생한 전쟁범죄를 공식적으로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조사단을 만들었다. 이것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로스 사무총장은 “관련 기소가 여러 차례 이뤄졌다. 이번 달 초에도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서 고문을 저지른 정보 요원이 독일 법정에서 반인도 범죄에 연루됐다는 혐의가 인정됐다”며 “독일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인류에 대한 범죄를 자국에서 기소할 수 있는 ‘보편적 사법권’을 적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 유린과 관련해서도 앞으로 이렇게 증거 수집을 하고, 가능할 때 재판해야 한다. 시리아의 선례를 따라 앞으로 여러 국가들에서 북한 가해자들이 기소돼야 한다”고 했다.
◆ “文 대통령, 北 인권을 ‘맞바꿀 문제’로 봐”
로스 사무총장은 또 이 인터뷰에서 “만일 한국 정부가 좌우 논리를 떠나 북한 인권 문제를 한결같이 우선순위에 뒀다면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 출신인 만큼, 북한 인권 증진에 더 단호할 줄 알았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는 인권을 안보 긴장 완화 논의를 위해 맞바꿀 문제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문 대통령)는 북한 당국과 모종의 대화를 구축하는 데만 전념하고 있다. 이것은 너무 편협한 관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한 인권을 더욱 존중할 경우, 통치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발언권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 경우 북한 정부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자금을 줄이고, 긴급히 필요로 하는 식량과 의료, 주거에 더 투자하게 된다. 북한 인권 증진이 평화 의제와 상반된다는 관점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 “北 정권, 주민 완전히 억압하고 있기에…”
한편, 로스 사무총장은 “북한처럼 가난한 나라가 극심한 억압없이 지금처럼 핵과 미사일 위협을 제기할 순 없었을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발언권이 있다면 제한된 자원을 자신들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하는 데 써 달라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즉 “(북한 주민들이) ‘식량을 달라, 더 나은 의료혜택을 달라, 적절한 주택을 달라’고 하지 ‘핵무기를 달라, 더 나은 미사일을 달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정권이 주민들을 완전히 억압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필요를 철저히 무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