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밥을 먹지 못한다며 화가 나 자신을 폭행하는 성난 어머니의 얼굴이 정인이의 생애 마지막 기억이라는 점도 비극이다."
지난해 4월14일 밤까지 진행된 정인이 양모 장모씨의 1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렇게 말했다. 다소 격앙된 검사가 구형한 형량은 법정최고형인 사형. 장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주위적으로 살인, 예비적으로 아동학대치사다.
2020년 10월13일 학대 끝에 숨진 16개월 여아 정인이의 이야기는, 무려 세 차례의 학대 의심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던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을 증폭시켰다.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입양기관의 부실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장씨는 지난해 11월26일 2심에서 징역 35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1심 무기징역에서 감형된 것이다.
◆檢 "고의 살인…공소사실 변경을 신청한다"
지난해 1월13일 장씨와 양부 A씨에 대한 첫 재판이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렸다. 당시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는 근조 화환 200개가 세워졌고, 장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 수백 통도 법원에 접수됐다.
장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던 검찰은 첫 재판 당일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장씨에게는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인식과 이를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다며,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로 살인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기소 후 검찰이 추가로 확보한 법의학전문가 등 전문가들의 의견과 대검 법과학분석과의 통합심리분석 결과 등이 그 근거가 됐다.
◆法 "복부를 발로 밟는 등 사망에 이르게 했다"
재판은 장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치열한 공방으로 이어졌다. 장씨 측은 정인이를 고의로 죽게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인이 사망 당일,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며 심폐소생술(CPR)을 하다 다쳤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검찰은 여기에 맞서 법의학자와 부검의 등 전문가들을 불러 살인의 고의성 부각에 주력했다. 19년 경력의 부검의, 유창호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과 교수, 이정빈 가천대 의과대학 법의학 석좌교수 등이 1심 증인석에 차례로 앉았다. 이 재판 1·2심 재판 증인은 9명에 달했다.
재판부는 전문가들 의견을 연이어 받아들였다.
1심은 "장씨는 자신의 발로 강하게 피해자 복부를 발로 밟는 등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만행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도 "(장씨는)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1심보다는 감형된 징역 35년형을 선고했다.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사회적 보호체계에 대한 공분도 적지 않다"
2심 재판부는 장씨의 형량을 일부 감형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충분히 공감하고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사회적 공분이 범행 자체에 참혹함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취약 아동 보호를 위한 사회적 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망을 막지 못했다는데 대한 공분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소심을 심리한 성수제 부장판사는 정인이 사건의 의미를 사회적 보호체계에 대한 지적으로 부여했다.
실제로 정인이 사건을 통해 아동보호 기관에 대한 관리 소홀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사건 이후 정인이 담당 아보전 과장 등은 시민단체로부터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고발됐다. 입양 기관이 정인이 사망 5개월 전 이미 학대 정황을 알고 있었다는 보건복지부 자료가 공개되기도 했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한 서울 양천경찰서 과장과 계장 등을 징계했다.
결국 국회에서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4조를 '아동학대치사'에서 '아동학대살해·치사'로 개정하는 이른바 '정인이법'이 나왔다.
장씨와 A씨 그리고 검찰은 2심 판결에 불복, 상고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