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본부)는 최근 향년 70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故 박옥순 씨의 시신을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했다고 19일 밝혔다. 본부는 “생전 생면부지의 신부전 환자를 위해 신장기증을 하며 소중한 생명을 나누었던 박 씨가 마지막 길에도 시신을 기증하며 고귀한 나눔을 실천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신기증이 있기 하루 전, 순수 신장기증인 故 박옥순 씨는 국내 의학발전을 위해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당부하며 소천했다”고 했다. “신념이 곧고, 특히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일에는 한 번 결심하면 흔들림이 없었다”라고 고인을 회상한 언니 박옥남 씨(76세)는 사랑하는 동생이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 생전 뜻에 따라 가족 모두가 시신 기증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박 씨는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을 이어가는 중에도 끝까지 나누는 삶을 살고자 했던 동생의 마지막 소원이 실현되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우는 자와 함께 울고 기뻐하는 자와 함께 기뻐하며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이 우리 자매의 평생의 소명입니다.”
故 박옥순 씨가 1999년 3월 12일, 48세의 나이로 자신의 신장 하나를 장기 부전 환자를 위해 기증했을 당시 언니 박옥남 씨가 남긴 말이다. 본부는 “고인이 신장을 기증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기도 한 언니 박 씨는 고인보다 6년 앞서 순수 신장기증인이 되었다. 당시 자매가 함께 타인을 위해 신장을 하나씩을 나눈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했다.
이어 박옥남 씨는 30년 전 어머니를 먼저 여읜 후 고인이 자신을 어머니처럼 따랐다고 추억하며, 신장기증 당시에도 ‘우리 언니를 봐라. 신장 하나 떼주고도 얼마나 건강하느냐’라며 만류하는 가족들을 설득했다고 기억했다. 본부는 “자매는 기증 이후에도 본부의 신장기증인과 이식인의 모임인 ‘새생명나눔회’의 일원으로 장기기증 홍보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박옥남 씨는 생전 고인이 ‘신장을 떼어낸 자리에 다시 신장이 자란다면 몇 번이라도 더 나눠주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자주 말해왔다고 회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故박옥순 씨는 20대의 한 젊은 여성에게 신장을 기증한 후 극심하게 시달리던 두통에서 벗어나는 놀라운 경험을 하며, 건강한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9년에 위암 3기를 진단 받게 되었고, 심장까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항암치료가 어려웠다. 결국 암은 폐로 전이되어 지난해 3월, 한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이 쉽지 않았다”며 “이에 고인은 가족들을 불러 모아 더 이상 치료를 받지 않고 집에서 편안하게 임종을 기다리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시신기증의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박옥남 씨는 “병마 속에서도 이타적인 마음을 잃지 않았던 동생의 마지막 모습은 생전 평온한 모습 그대로였다”라며, 시신기증 후 경희대학교 측이 건넨 ‘고인이 보여주신 숭고한 사랑과 희생정신은 전체 경희인은 물론 후대 자손들의 마음속에 길이 빛나리라 믿으며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감사장을 어루만졌다.
또한 박 씨는 “동생의 시신기증을 곁에서 지켜보며 가족 모두가 시신기증에 대한 뜻을 마음에 품었다”라며 “먼저 간 동생의 나눔이 우리 사회에 많은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생명나눔을 향한 거룩한 의지를 보여주신 고인의 뜻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라며 “고인의 숭고한 헌신이 이어져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