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선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와 기자가 나눈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겠다는 MBC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을 제기해, 법원에서 일부 받아들여졌다. MBC가 법원에서 인용된 부분을 제외할 경우 방송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 관련 발언 등은 방송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면서도, 김건희씨가 대선 후보의 부인으로서 국민적 관심을 받는 '공적 인물'이기 때문에 그 외 내용은 "공익을 위한 것"이라며 방송금지 필요성이 없다고 봤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박병태)는 14일 김건희씨가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MBC '스트레이트'의 방송 예정 내용 중 ▲김건희씨의 수사 중인 사건 관련 발언 ▲언론사 내지 사람들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다소 강한 어조 발언 ▲정치적 견해 등과 관련 없는 대화 등을 금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채권자(김건희) 관련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발언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바, 향후 채권자가 위 사건에 관해 수사 내지 조사를 받을 경우 형사절차상 보장받을 수 있는 진술거부권 등이 침해될 우려가 커 보인다"고 봤다.
이어 "채권자가 언론사나 사람들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과정에서 다소 강한 어조로 발언한 내용이 포함된바, 이같은 발언이 국민들 내지 유권자들의 적절한 투표권 행사 등에 필요한 정치적 견해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권자의 정치적 견해 등과 관련이 없는 일상생활에서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나올 수 있는 내용에 불과한 것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이 부분 내용에 대해 방송 등의 금지를 명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 외에 김건희씨가 유튜브채널 '서을의소리' 소속 기자와 통화한 녹취록 내용은 "단순히 사적 영역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공익을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등의 이유로 방송금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건희씨 측의 대화 녹음 수집절차 위법성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 녹음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녹음 등을 금지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했다.
또 "채권자는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윤석열의 배우자로서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채권자의 정치적 견해 등은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하고 단순히 사적 영역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채무자(MBC)는 방송 목적으로 향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의 배우자가 정치적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공익적인 목적에 해당한다"고 했다.
아울러 김건희씨 측의 악의적 편집·방송을 통한 왜곡 방송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채무자는 반론 내지 해명을 듣기 위한 접촉을 시도했으나 채권자가 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반론보도를 위한 추가 방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지난 12일 김건희씨가 6개월간 한 매체의 기자와 통화했으며, 조만간 7시간 분량의 통화 내용이 한 방송사에서 공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 기자는 유튜브채널 '서울의 소리' 소속 촬영 담당이고, 7시간45분 분량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는 방송사는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다. MBC '스트레이트'는 이 사건 방송을 오는 16일 오후 8시20분 방송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처음 접근부터 마지막 통화까지 어떤 사전 고지도 없이 몰래 녹음해 불법 녹음파일이 명백하다"며 "사적 대화는 헌법상 음성권과 사생활침해금지 원칙에 의해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영역"이라고 가처분을 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