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배우 오영수(78)가 한국인 최초로 미국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이정재(50)는 수상에 실패했다.
오영수는 9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9회 골든 글로브(Golden Globe) 시상식 TV 남우조연상 부문에서 '더 모닝 쇼'의 빌리 크루덥과 마크 듀플래스, '석세션'의 키어런 컬킨,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을 제치고 남우조연상을 차지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영화와 TV쇼를 함께 다루는 미국 최고 권위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인 배우가 골든 글로브 시상식 연기상 후보에 오른 건 오영수와 이정재가 최초이고, 수상도 처음이다. 앞서 한국계 미국인 샌드라 오와 아콰피나가 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한국 국적 배우가 연기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오영수는 넷플릭스를 통해 "수상 소식을 듣고 내가 내게 생애 처음으로 '난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며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라 우리 속의 세계다.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영수는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을 맡아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배우 이정재와 선보인 이른바 '깐부 연기'는 지난해 내내 화제가 됐다. 그가 극중에선 선보인 "이러다 다 죽어" "우리 깐부 맞지?" 등 대사는 지난해 최고 유행어로 꼽힌다. 오영수는 현재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 역을 맡아 공연 중에 있다.
한편 TV 남우주연상 부문 후보에 '석세션'의 브라이언 콕스와 제레미 스트롱, '포즈'의 빌리 포터, '뤼팽'의 오마르 시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린 이정재는 상을 받지 못했다. 남우주연상은 제레미 스트롱에게 돌아갔다. 이와 함께 '오징어 게임'의 TV 부문 작품상 수상도 불발됐다. TV 부문 작품상 역시 '석세션'에 돌아갔다.
오영수와 이정재는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초부터 골든 글로브를 주최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의 각종 비리 의혹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NBC 등 방송사가 중계를 거부했고, 넷플릭스 등 대형 제작사는 올해 행사 참여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오영수와 이정재도 시상식에 가지 않았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영화와 드라마 통틀어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9월 공개된 이 작품은 53일 간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를 달리며 역대 넷플리스 시리즈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제작비 약 2100만 달러(약 250억원)가 들어간 '오징어 게임'의 가치를 약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로 보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11월 열린 '2021 고담어워즈'에서 최우수 장편상, 지난해 12월 열린 '2021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에선 '올해의 정주행 시리즈'상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은 돈이 필요한 사람 456명이 상금 456억원을 놓고 펼쳐지는 데스게임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정재는 40대 후반 백수 '성기훈'을, 오영수는 뇌에 종양이 생겨 곧 죽음을 앞둔 노인 '오일남'을 맡았다. 이밖에 정호연·박해수 등이 출연했다. 연출과 각본은 '남한산성'(2017) '수상한 그녀'(2014) '도가니'(2011) 등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맡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