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2022년 새해를 맞아 군포제일교회 담임이자 한국기독인총연합회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와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권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 총회장,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사)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등을 역임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교회를 가정으로 여기다보니 복지 사역 늘어나”
- 군포제일교회가 특히 복지에 앞장서고 있는데, 목사님의 목회 철학이 궁금합니다.
“저는 사실 목회 방향이 없습니다. 웃기는 얘기 같은데, 저는 폐병이 걸려서 예수님을 믿었습니다. 기도하다 불을 받고 예수님을 믿게 된 겁니다. 기도하면 그렇게 평안했습니다. 삼각산 등 기도원에 다니고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신학교도 가고 목사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좋아서 하다보니까 목사가 된 것입니다.
저는 하나님이 좋아진 후에 목회를 하면서 사람이 좋아졌습니다. 사람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개척할 때는 집 없는 사람 오라고 해서 같이 살았습니다. 월세 살 때도 집에 사람이 넘쳤습니다. 길에 다니다 노인 분들이 혼자 앉아계시면 가서 대화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복지를 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일거리’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복지는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복지를 시작하면서 법인을 내고, IMF 사태가 시작되니까 실직자들을 모으게 됐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실직자들입니다. 많이 모았습니다. 우리 교회에 와보면 없는 게 없습니다. 제빵부, 편집실, 신문사, 출판사, 푸드뱅크 등 여러 가지 부서가 많이 있는 이유는 교회가 돈을 나눠주는 것보다는 그들에게 일하면서 살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정부로부터 복지기관을 위탁 받아서 운영해온 것이 성민원의 24년 역사입니다. 꾸준하게 해오고 있습니다.”
- 처음부터 계획하셨던 게 아니라 하다 보니 복지가 확장되었던 것이군요.
“네 그럼 셈입니다. 제 생각에는 교회를 가정으로 생각하다보니 복지 사역이 늘어나게 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선교원을 하고, 노인들이 오면 요양원을 하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직원들 보고 가서 돌보아 주라고 하다 보니 어르신 돌봄 기관이 생기고, 학원 못가는 아이들 보면서 ‘성민에듀투게더’ 만들어 야간보호 사업을 하고 그랬던 것입니다.
구제할 때는 많은데,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줄 게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안되겠다’ 하고, 그 길로 시청에 가서 푸드뱅크 사업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저도 학교에 잉여급식을 받으러 다녔습니다. 2001년에 사업을 시작해서 21년 정도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복지 사역을 많이 한다고 말씀해주시는데, 많이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필요를 채워주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목회’는 의도가 없습니다. 교회에 와서 예배드리고 성도를 사랑하다보니 오늘의 환경이 된 것입니다. 꾸준히 하게 하니 이런 열매가 맺혔습니다. 못생긴 나무가 숲을 이루듯, 여러 부족한 점이 있고 다른 갈 데가 없어 교회만 붙들고 있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웃음).”
◆ “등불 되면 등경 위로… 교회로서의 역할에 충실”
- 한국교회 복지 사역의 모델로 불릴 만합니다.
“성민원은 어디서 배워온 것이 없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에는 복지라는 단어도, 개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성경을 읽다 보니 사람 사랑, 더불어 사는 삶, 다음 세대 청소년 양육 등을 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때 선교원을 시작했고, 지금도 제가 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노노케어’, ‘1·3세대’ 등의 단어는 성민원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무료급식도 24년 전에 노인복지관 관장을 하면서 시작한 것입니다.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기까지 고생하신 어르신들께 밥 한끼 제공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9년 동안 군포시노인복지관을 수탁 운영한 후에 교회가 자체적으로 석식을 제공하는 성민무료급식센터를 운영합니다. 요즘은 여러 곳에서 노숙인과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를 많이 제공하고 있어, 저희는 저녁식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를 선도하려는 의도가 있으면 선도 못합니다. 등불만 되면 등경 위에 가게 됩니다. 우리 교회는 한국교회를 선도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교회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것이, 오늘의 군포제일교회가 됐습니다. 지역에서 우리 교회와 교계가 욕을 안 먹습니다. 교회를 두렵게 생각합니다. 교회가 복지하고 영향력이 있으니까요. 정치권이나 교회끼리의 시기가 문제이지, 불신자들은 교회에 박수를 보냅니다.”
◆ “월남전 참전하며 애국과 나라의 소중함 알게 돼”
- 요즘 한국교회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국교회가 채찍과 당근에 길들여지고 있습니다. 동물은 채찍과 당근으로 길들입니다. 사람이 육에 속하면 이 두 가지로 길들여지게 됩니다. 교회도 권력들이 박해하고 여론이 공격을 하면서 힘을 못 쓰게 만듭니다. 그런가 하면 힘 있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 당근을 주기도 합니다. 칭찬, 명예 등을 주면서 말입니다. 이런 채찍과 당근에 한국교회가 길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결코 그래선 안 됩니다.
성경에 보면 다니엘과 세 친구, 그리고 바울 사도는 세상이 그들을 높여도 낮춰도 그것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총리가 됐어도 왕을 섬기지 아니하고, 죽이려고 해도 기도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들이 오늘 우리 크리스천, 목회자의 사상이 되어야 하나님이 그들을 통해 영광을 받으십니다.”
- 평소 ‘애국’을 많이 강조하십니다.
“저는 좋은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자유가 보장이 되고, 우리나라가 제사장의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월남에서 1년간 전쟁을 한 사람입니다. 전쟁을 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비참한지 알게 됩니다. 전쟁터에서 새벽에 일어나 조회를 할 때 애국가를 부르면 눈물이 납니다. 왜일까요? 집에 가고 싶어서, 한국에 가고 싶어서죠. 그러면서 애국, 나라의 소중함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가 철수하면서 월남의 패망을 바라봤습니다. 그렇게 나라와 자유, 인권과 안보의 소중함을 절감했습니다. 전 애국하는 사람입니다.”
◆ “목자, 한쪽엔 꼴(사랑) 한쪽엔 막대(책망) 들어야”
- 본질적으로 목사란, 목회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목회에 계획이 없다는 말은 성경의 가르침이 계획이라는 말입니다. 목회자는 잘못 하면 사람을 보면서 하나님의 공의를 막아버리게 됩니다. 죄를 책망하지 않고 적당히, ‘하나님은 사랑이시라’고 하면서 회개를 방해해버립니다. 이게 한국교회가 어렵게 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인들은 저보고 ‘좋은 목사’라고 얘기하지만, ‘강하다’고 말하는 것도 있습니다. 목자는 한쪽에 꼴을 들었다면 다른 한쪽에는 막대를 들어야 합니다. 부모님도 자녀를 사랑과 책망으로 훈육합니다. 이 두 가지를 겸해야 합니다. 히브리서에도 보면 ‘책망하지 않는 아들이 있느냐’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디모데전서 역시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나님의 사람으로 바르게 사는 지혜가 그것에 있는 것입니다. 성경대로 가다보면 교훈과 책망이 있습니다. 말씀 안에서 교훈과 책망을 먼저는 내가 받게 되고, 그 받은 것을 이야기하면 성도가 받고, 그럼 성도의 삶이 변하고 건강한 교회가 되어 갑니다.”
- 목사님 스스로 잘했던 것과 아쉬웠던 점을 돌아보신다면.
”이 나이까지 와서 보니, 제가 잘한 것도 자랑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했다 아쉽다 보다는, 세월이 정말 빠르다는 걸 느낍니다. 그래도 선교원과 성민원은 잘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잘 하게 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교회가 예배 중심으로 해 온 것이 잘 한 것이고, 밖에서 부흥회나 강의를 하기보다, 교회에 충실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은 아내를 만나서 잘 보필해 주고, 자녀가 잘 자라주었고, 장로님과 성도님들도 잘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저는 성경 중심으로 목회를 하는데, 이런 말씀을 드리면, ‘너만 성경 보냐’ 하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맞는 말씀이지만, 우리가 밥을 매일 먹지만 죽도 먹고 찰밥도 해먹는 것처럼 성경을 보는 관점에 대해서는 발전해왔습니다.
또 한 가지 느끼는 것은 하나님이 제 병을 고쳐주시고 여기에 데려다 놓으셨으니까 분초를 아껴서 최선을 다하는데, 이 최선을 다하는 에너지도 내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과거에는 잘난 척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가난한 사람, 부한 사람,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을 구별하는 게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은 노인의 씨고, 노인은 인생의 열매고, 가난한 사람이 부하게도 되고 부한 사람이 가난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인생은 다 그런 거니까 모두가 동등하게 살고 동등하게 잘해주며 사는 게 지혜라는 생각이 듭니다.”
◆ “한국교회, 본질로 돌아가 진리로 하나 되어야”
- 한국교회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을 들으면 어떠십니까?
“원로나 교수, 어떤 사람들이 한국교회를 얘기할 때, 자신을 빼놓고 객관적으로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무책임한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곧 나고 또 우리입니다. 자신을 빼고 이야기 하면 안 됩니다. 공동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자꾸 밖에서 남 이야기하듯 합니다.”
- 많은 이들이 한국교회 문제점 중 하나로 ‘분열’을 꼽습니다.
“이제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본질로 돌아가 진리로 하나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예수님이 예화를 들면서 ‘진정한 이웃이 누구냐?’고 물으셨을 때, 진정한 이웃은 선한 사마리아 사람이었습니다. 강도 만난 사람을 제사장, 레위인은 ‘보고’ 그냥 지나갔지만 선한 사마리아 사람은 보고 불쌍히 여겨 가까이 가서 돌보고 이후까지 책임졌습니다. 예수님이 ‘누가 이웃이냐’ 물어볼 때 ‘선한 사마리아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하니 ‘너도 가서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교회를 볼 때 제사장, 레위인이라고 하면서 강도 만난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렇게 지나가는 사람으로 하나가 되면, 망합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다가가서 보고 돌보는 이들이 얼마나 소중합니까.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면 한국교회는 세상의 빛이 아니라 조롱거리로 전락합니다. 그래서 하나 됨을 강조할 때 성경 중심의 하나가 아니면, 정치적 의도가 있을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 “대선, 어떤 정신세계 갖고 있는지 보고 선택해야”
-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우리는 당이나 개인도 봐야 하지만, 그 사람의 정신세계가 무엇을 담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그 가치관 속에 자유라는 것이 담겨 있는 것이 소중한 거잖아요. 자유가 담기고, 인권이 담기고, 안보가 담기고, 우리나라의 국가관이 잘 담긴 사람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선택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 후손들이 자유민주주의를 누리면서 살게 만들어 줄 의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럴 때 교회도 계속해서 마음껏 예배드릴 수 있기 때문이죠.”
- 교회가 지나치게 정치나 이념에 대해서 관여하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정교분리 원칙이란 정치나 세상 권력이 교회의 영역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게 기본이예요. 그런데 거꾸로 교회가 정치를 논해선 안 된다는 걸로 오해해요. 지금 세속의 권세가 ‘예배당에 몇 명이 들어와야 한다’, ‘예배를 어떻게 해야 한다’, ‘통성기도 어떻게 해야 한다’ 이미 다 간섭을 해버렸습니다. 그런데도 교회가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겁니까?
또 한 가지 우리가 자꾸 오해를 하는 게 교회가 동성애 등을 반대하니까, 교회를 위해 그런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교회는 첨병입니다. 전쟁을 할 때, 첨병은 적진에 먼저 들어갑니다. 그래서 적군이 움직이면 뒤로 연락을 하는 거예요. 바로 그겁니다. 교회는 선지자이기에 먼저 압니다. 어떤 게 우리나라 미래에 해가 될지 먼저 아는 겁니다. 그러니까 반대를 하니 거지, 절대 교회의 이기주의가 아닙니다. 목사님들이 부르짖고 있는 것들이 교회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물론 교회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나라를 위해서에요.”
◆ “교회에 방역패스? 강도 만난 자 지나치라는 말”
- 최근 법원이 학원, 독서실, 스터디 카페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교회에도 방역패스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교회에 왜 방역패스가 생기나요. 그건 안 되죠. 왜냐하면 임산부나 암환자 등 접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백신을 맞아야 교회에 올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게 과연 교회입니까?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만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릴 수 있다고 하는 건, 마치 강도 만난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라는 말과 같습니다.”
◆ “한국교회 바닥 치고 올라갈 것… 내적 성장 기회”
- 끝으로 새해 한국교회에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한국교회를 볼 때 희망이 있어요. 바닥을 쳤다고 보거든요. 바닥을 치면 이제 올라갈 것만 남은 거죠. 기독교인 수가 점점 준다고 하지만 진짜 성도와 목사들이 지금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언제나 위기 때마다 진실한 사람을 찾아내셨습니다. 아합 때는 엘리야, 그리고 바알에 무릎 꿇지 않은 7천 명을 남겨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사자굴이 없었다면 다니엘은 돋보이지 않았을 거예요. 애굽에 7년 풍년과 흉년이 없었으면 요셉과 야곱의 가정은 빛을 못봤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한국교회는 표면적으로는 어려운 것 같지만 내면적으로는 상당히 분별할 수 있는 환경이 됐습니다. 그러므로 올해는 한국교회 내적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
#권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