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예(31)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2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합류했지만 페미니스트인 신 전 대표가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준석 당대표와 그를 추종하는 '이대남'의 견제를 뚫고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신 부위원장은 지난 2018년 녹색당 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며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캐치프레이즈로 걸었던 여성운동가다.
신 부위원장의 영입은 윤 후보의 정치적 난제인 2030 여성 유권자, 일명 이대녀의 지지를 공략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대녀의 외면은 지난 후보 경선부터 이어온 윤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다.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의 마음을 얻는 게 시급하다.
그러나 신 부위원장의 합류를 놓고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상당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어 과연 그가 국민의힘에서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자기 부정을 한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신지예 부위원장이 전날까지 몸담았던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올 한해만 8차례 국민의힘 또는 이준석 대표 등을 규탄, 비판했다. 신지예 부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 10일치 “‘N번방 방지법’ 시행 1일째, 국민의힘은 여성의 생명권보다 범죄자 통신권이 더 중요한가”였다.
신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진행된 영입 환영식에서 "윤 후보님이 여성폭력을 해결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좌우를 넘어서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해주셨다"며 합류 이유를 밝히며 자신의 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
◆벌써 손발 묶인 신지예…이준석 "제지·교정할 것"
신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매우 한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신 부위원장은 최근까지도 여성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서 사라지게 만든 건 이준석 당 대표의 역할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2030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를 거론하며 "최근 일어난 정치적 백래시(Backlash·반동)의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부터"라고 지적했다.
신 부위원장은 "30대 당 대표가 처음 당선된 과정에 '펨코'라는 커뮤니티 사이트가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고 이 대표 역시 "(펨코의 입장을) 정치권에 가져와 공신력 있는 주장처럼 만들어줬다"고 했다.
신 부위원장의 영입에 이 대표의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는 '당의 정체성이 무엇인가(강상*)' '기가 막힌다. 영입 취소하라(seyo**)' '지금까지 납부한 당비를 환불해달라(wake**)' 등 항의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기본적인 방침에 위배되는 발언을 하면 제지·교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당의 방침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새 인사와 철학·진영 확장해야"…신지예에 힘 실어줄까
이같은 환경에서 신 부위원장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은 윤 후보가 확실한 지지 의사를 밝히는 것 뿐이다.
윤 후보 역시 신 부위원장의 합류로 불거질 갈등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갈등을 목격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신 부위원장의 환영식에서 "서로 생각이 조금씩만 다르면 극한투쟁을 벌이는 식으로는 국민들이 외면을 하게 된다"며 지지자들의 반응을 경계하기도 했다.
그는 "새로운 영입인사들을 통해 국민 지지기반도 더 넓히고, 철학과 진영을 좀 더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강조했다.
윤 후보가 신 부위원장을 통해 지지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그의 입을 막고 나선 당내 세력으로부터 해결하는 게 먼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상태로는 산토끼(이대녀)도 집토끼(이대남)도 다 놓칠 위기"라며 "(이대녀를 잡고 이대남도 놓치지 않으려면) 신 부위원장의 합리적인 여성 정책과 윤 후보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납득시킬 수 있는 명분이 전략적으로 구사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