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의 결혼 건수와 합계 출산율이 20년 새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도, 출산도 안하는 서울 청년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진데다, 집값 상승에 내 집 마련까지 힘들어지면서 결혼과 출산을 늦추거나 아예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서울시가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자료를 활용해 지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인구동향 결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민의 결혼 건수는 4만4746건으로 전년(4만8261건)대비 3515건(7.3%) 감소했다. 지난 2000년 결혼건수 7만8745건 대비 3만3999건(43.2%) 감소한 것이다.
합계 출산율도 2000년 1.28명에서 지난해 0.64명으로 20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감소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합계 출산율이 0명대라는 것은 가임기(15~49세) 여성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1명이 안 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서울 출생아 수는 4만7445명으로 전년보다 6228명(11.6%) 감소했다. 20년 전인 지난 2000년 수준에 비해서는 8만5709명(64.3%) 급감했다.
결혼과 출산 시기는 갈수록 늦춰지고 있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가 33.61세, 여자가 31.60세로 20년 전 수준인 29.65세, 27.25세보다 3.96세, 4.35세 높아졌다. 결혼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자녀를 출산한 모(母)의 평균 연령도 지난해 기준 33.98세로 2000년(29.49세)보다 4.49세 증가했다.
첫째 아이 출산까지의 평균 결혼 기간은 지난해 기준 2.6년으로 10년 전보다 0.6년 길어졌다. 아이를 둘 이상 낳는 비중은 36.4%로 2000년 대비 11.2%p 떨어졌다.
서울 시민의 이혼 건수는 2003년 3만2499건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17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만6282건의 이혼이 발생해 전년(1만6972건)대비 690건(4.1%) 줄었다.
'황혼이혼'은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이혼의 20.6%는 결혼 생활을 30년 이상 한 부부였다. 이전까지는 결혼기간 4년 이하의 부부가 가장 많이 이혼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30년 이상 부부가 앞질렀다.
사망 인구는 지난해 기준 4만5522명으로 전년(2019년)대비 1693명(4.0%) 늘었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사망자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80세 이상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7%로 20년 전보다 20.9%p 늘어났다. 기대수명은 2005년 79.8세에서 지난해 84.8세로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 시민의 주요 사망원인은 신생물과 순환계통질환이 50.2%로 절반을 차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망은 201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서울 인구는 자연증가가 0명에 가까워지거나 자연감소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연감소는 출생자수보다 사망자수가 더 많아지면 발생하는 현상이다. 서울시의 월별 출생 사망자 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 7월부터 자연감소 추세가 관찰됐다는 설명이다. 올해 9월까지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증가는 855명으로 0에 근접해졌다.
박종수 스마트도시정책관은 "급격한 인구 변화로 인한 구조적 불균형에 대응하고, 인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인구변화 대응을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며 "이번 분석 자료는 서울시 차원의 인구변화대응 전략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