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최이우 목사, 이하 한복협)가 10일 서울 강변교회(담임 이수환 목사)에서 ‘한국교회에서 탈북민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라는 주제로 12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권형준 목사(정읍명성교회), 김광호 전도사(장신대 신학대학원)가 나섰다.
김광호 전도사(장신대 신학대학원)는 “저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던 92년도 북한에서 탈출했다. 나는 첫 탈북 시도 후 북송당한 뒤 97년도에 드디어 재탈북에 성공했다. 이후 10년 동안 중국에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이어 “누나는 이 과정에서 공안에게 붙잡혀 북송돼 북한에서 8년형을 받고 이후 소식이 끊겼다. 나와 함께 탈북시도를 해 현재 한국에서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는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팔려가 한족과 결혼하고 식당 등에서 일했다. 이게 중국에서 머물고 있는 탈북여성들의 현실”이라며 “중국에선 이렇게 생활하는 탈북민들이 10만 명이 넘는다. 탈북민은 중국이나 제3국을 거쳐 보통 한국으로 오는데 도망자 생활을 많이 해서 그런지 성격이 대부분 날카롭다.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중국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생명의 위협에 항상 시달려야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탈북민들은 마치 툭 치면 깨어지는 유리잔과도 같다. 스스로와 가족을 지켜야 하는 긴장에 항상 시달렸기 때문”이라며 “현재 교회에서 탈북민 사역자로 일하는 나는 탈북민의 마음이 깊이 공감된다. 2007년 처음 한국에 온 뒤 14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에서의 탈북민 차별이 있다. 사람들로부터 받은 ‘너 탈북민이야?’ 등 이런 질문들은 내게 분명 상처가 됐다”고 했다.
김 전도사는 “한국 사회제도 자체가 탈북민들을 아직도 2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것 같았다. 한국에 와서도 북한 사투리를 숨기면서 한국말을 잘 하려고 노력했다. 북한에선 ‘내 운명의 주인은 나’라는 주체사상 이론에 인이 박혀 남한에서 사람에 대한 사랑은 낯설었다”고 했다.
그는 “한 친구의 전도로 예수님을 영접한 뒤 예수 제자 훈련 과정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한 할머니 선교사님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체득했다. 전형적인 북한 남자였던 나를 하나님의 한 사람으로서 가족처럼 대해주셨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도록 주선도 해주셨다”며 “그분의 삶을 통해서 예배와 기도를 배웠다. 할머니 선교사님은 예배에 목숨을 걸었고, 기도의 골방에서 끈질길 기도로 얻은 기도응답을 몸소 목격했다. 말씀 순종이 몸에 베였던 할머니 선교사님을 통해 내 인생도 변화됐다. 그분의 삶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나를 사명의 길로 인도했다”고 했다.
또한 “예수제자 훈련과정에서 내 성품의 결함도 발견했다. 당시 자존심이 센 나는 무시당하면 화가 많이 나기도 했다. 동역자들과 가족들에게 많은 상처를 줬다”며 “결론과 당위성을 앞세워 자기주장만 했다. 이는 북한사회에서의 오랜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성품 이었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사회에서 공부하는 것도 힘들었고, 재정관리 방법이나 법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다. 관계성 맺기도 어려웠다. 사역의 욕심에 매몰돼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이기적인 사역을 하면서 다른 교회공동체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며 “북한 문화에 따른 지나친 경쟁의식의 영향도 있었다. 서로를 이해하고 연합하는데도 북한에선 생소한 개념이라 사역과정에서 많은 부침도 겪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북민이 통일 이후 북한과 남한 사람과의 연합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한국교회는 문턱을 낮춰 탈북민에게 많은 사역적 기회를 부여해 줄 것을 제언한다. 특히 탈북민 사역자들을 많이 받아주고 격려하면서 다정하게 가르쳐주길 바란다”며 “탈북민들은 목표를 끝까지 완수하려는 열정이 장점이다. 이를 잘 살려준다면, 향후 통일사역자로서 마중물 역할을 잘 감당할 것”이라고 했다.
김 전도사는 “탈북민들도 한국교회를 알고 도전정신을 가져 여러 사역 분야에 자원해야 한다. 이에 한국교회는 탈북 사역자에 대한 멘토링 과정을 설치해주길 바란다. 단순한 재정적 지원이 아닌 예배의 이유와 가치 등 기독교 가치를 적극 잘 가르쳐 지도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나 또한 예수 제자 훈련 과정에서의 사랑과 순종, 그리고 기도의 삶을 몸소 보여주신 할머니 선교사님을 통해 여기까지 왔다. 한국교회 한 개당 탈북민 한 가정·탈북민 선교사 한 명에 대한 멘토링을 잘 감당한다면, 탈북민들이 향후 통일을 위한 마중물 역할에 크게 기여하면서 북한 사역은 한층 더 활발해질 것”고 했다.
이어 “현재 ‘하트브릿지’라는 비영리 NGO 단체를 하고 있다. 탈북민 청소년 교육 캠프를 섬기고 있다. 이 캠프에서 탈북민을 포함해 러시아 고려인, 중국 조선족, 일본 재일 동포 자녀들을 캠프로 초대해 민족 복음화를 위한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심겨주는 일 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을 위해 기도한 선진들의 기도 응답이다. 그리고 북한을 이처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선교”라고 했다.
앞서 권형준 목사는 “2007-2009년을 정점으로 해마다 2800-3000명의 탈북민이 입국했지만 2010년 이후 그 숫자가 줄게 됐고, 지난해는 229명 올해 9월까진 48명에 그쳤다”며 “한반도 평화연구원(이하KPI)에 따르면 탈북민은 적대적 분단국가로서 북한인이면서 한민족문화를 공유하는 한국 사람의 정체성을 지닌다고 한다. 최병학은 탈북민에 대한 배타성과 차별로 인한 우울증적 주체를 관심과 배려를 통해 열린 정체성을 구현토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했다.
이어 “탈북민 모자의 사망사건이 지난 2019년 7월 31일 관악구 소재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이들은 사망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발견됐고, 통장잔고는 하나도 없었다”며 “지난 2018년 남북하나재단 설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탈북민의 자살충동은 대한민국 평균치(5%)보다 훨씬 웃도는 14.6%로 조사됐다”고 했다.
이에 “탈북민의 정착과정을 면밀히 관찰해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맞춤지원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심리적 어려움은 재정지원으로 해결되지 않기에 한국교회는 탈북민에게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줘서 포용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때문에 탈북민에 대한 배제를 극복하고 적극 포용하려면, 한국 성도들은 미로슬라브 폴프 교수의 포용의 신앙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르면, 배제에서 포용을 위해 ▲회개 ▲용서▲ 자신 안에 타자를 위한 공간 마련하기 ▲기억의 치유로 전개된다. 회개는 죄를 범했음을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이 때 압제자뿐만 아니라 회생자도 자신의 증오, 분노, 미움, 시기, 적대 등에 대해 회개해야한다”며 “그럴 때 자유로운 행위로서 진정한 용서가 가능해진다. 복수의 회오리를 멈추고 상처의 기억은 치유될 수 있다”고 했다.
권 목사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도 피해자셨지만 적극 가해자를 용서하신 모습을 우리에게 친히 보이셨다. 용서의 핵심이란 십자가 정신처럼 타자가 적으로 남아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다. 그가 머무를 내면과 삶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뒤 마지막 단계인 기억의 치유로서 자신이 받은 악과 상처를 잊어버리라는 것”이라며 “포용의 신학을 위해선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자아의 중심을 재조정하고 타자를 적극 수용하는 태도가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포용의 신학을 탈북민 사역에 적용해야 한다. 특히 탈북민들을 2등 시민의식에 사로잡히도록 했는지 반문하면서 ‘유다와 에브라임이 여호와의 손에서 하나가된 것’(겔 37:19)처럼, 그들과 적극 만나고 사귐을 가져야한다”고 했다.
앞서 1부 예배에선 조요셉 목사(물댄동산교회 담임)가 ‘주님의 마음으로 북한을 품자’(로마서 9장 1-3절)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한복협은 이날 탈북민 등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는 행사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