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가 2일 아침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약 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던 이 기도회는 올해 다시 이전처럼 대면 행사로 치러졌다. 아울러 메타버스와 줌(Zoom) 등 온라인을 통해서도 기도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공의와 회복’(말라기 4:2)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기도회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참석해 각각 메시지와 인사말을 전했다. 기도회 대회장을 맡은 국회조찬기도회 회장 김진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개회사를 했고, 국회조찬기도회 부회장 이채익 의원(국민의힘)이 개회기도를 드렸다. 송기헌(더불어민주당)·서정숙(국민의힘) 의원은 성경 구약(창세기 13:8~9)과 신약(요한복음 13:34)을 각각 봉독했으며, 김학중 목사(꿈의교회 담임)가 설교를 전했다. 축도는 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 원로)가 맡았다.
◆ 문 대통령 “교회, 위기 때마다 공의 선포·가난한 이들 품어”
특히 문 대통령의 국가조찬기도회 참석은 취임 후 이번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국가조찬기도회에 처음 참석한 뒤 2019년 기도회 때는 불참했고,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최초로 방송 및 온라인으로 열렸던 지난해 기도회에는 영상축전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도회 메시지에서 “지난 2년 우리는 전대미문의 코로나 위기 속에서 이웃의 고통에 같이 아파했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따뜻한 이웃이 되었다. 가족과 종교, 국가의 울타리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으며 연대했다”며 “목회자들도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비대면으로 신도들과 함께 예배하고 소통했고, 온라인으로 교단 총회를 개최했다. 지금도 방역과 백신접종을 독려하며 더 나은 일생회복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목회자들은 또한 한국교회 탄소중립 선언을 통해 지구 생태계와 그 안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서로 여결되어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선언했다”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 선포식을 가진 데 이어 한국교회총연합도 곧 기후환경위원회를 출범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천은 하나님이 창조하셨다고 믿는 이 세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땅에 기독교가 시작된 지 130년, 한국교회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항상 공의를 선포하고 가난한 이들을 품었다”며 “우리나라 최초의 병원인 제중원을 비롯해 기독교인들이 세운 병원에서 환자들을, 약자들을 치료했다. 우리와 같이 눈물 흘리는 예수님처럼 한국교회도 국민들에게 용기를 주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반도의 남과 북 역시 하나의 생명공동체다. 함께 살아야 더욱 건강하고 협력해야 풍요로워질 수 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더욱 강해지는 길”이라며 “비핵화 속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은 또 하나의 공의와 회복”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서도 기도해주시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 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참석해 인사말
앞서 인사말을 전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성경에서 가르친 대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그런 공정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며 “(작년에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도 권사님이셨다. 제 아내도 아주 어릴적부터 교회 반주를 했던 독실한 성도여서 저도 분당우리교회에서 열심히 우리 주님 모시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주님의 은혜로 또 주님의 인도로 이 자리까지 왔다. 앞으로도 사랑과 은혜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모쪼록 우리들의 간절한 기도가 응답을 받아 우리 국민에게 단비와 같은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내리기를 소망한다”며 “코로나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경제도 사회도 전 영역에서 위로와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위기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리막길일 수도 또 도약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공정과 상식으로 나라를 바로 세워 나라의 번영을 위해 노력하겠다. 특히 우리 사회가 반목과 갈등으로 분열과 대립이 심각한데 사회 통합과 국민 통합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오늘 기도 주제인 공의와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정성스런 기도와 간구가 우리나라가 다시 도약하는 데 믿음의 반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기도회 개회사를 전한 김진표 의원은 “1948년 대한민국 제헌국회는 목사인 이윤영 의원님의 인도로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시작했다. 이런 역사적 전통을 이어받아 1966년 창립된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는 지난 55년간 나라와 국가 지도자를 위해 매년 기도회를 열여왔다”며 ”오늘 이 기도회를 시작으로 국내외 2천만 기독교인들이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본받아 다시 한 번 눈물로 회개하고 기도한다면 하나님께서 지구촌을 회복시켜 주시고 대한민국이 코로나19 위기를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우뚝 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 ‘설교’ 김학중 목사 “살벌한 사회… 회복 위한 정답은 사랑”
‘정답은 사랑이다’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김학중 목사는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오징어 게임’처럼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 내가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남을 죽이는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살벌하기 그지 없다”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나’라고 질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하고 싶어서’라고 이야기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그러나 “우리 모두는 행복을 위해 열심히 살았지만 정작 행복할 수 없는 모순의 덫에 놓여 있다. 이를 어떻게 끊어야 할까. 오늘 기도회의 주체처럼 공의로운 해가 떠올라 치료하는 광선을 비추는 회복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라며 “오늘 우리에게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 기초적이지만 근본적인 답을 주고 계신다. 정답은 사랑”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명분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어떤 논리와 명분도 사랑이 없으면, 사랑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정답이 될 수 없다”며 “성경의 사랑은 추상적인 명사로서의 사랑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자기 희생의 사랑, 행함이 있는 동사로서의 사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랑을 나 대신 누군가가 대신 해주겠지’ ‘이 나라 지도자나 또는 훌륭한 분들이 나 대신 그 사랑을 실천해주겠지’ ‘언제가 그런 세상이 오겠지’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인 나부터 시작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직선의 양끝도 힘을 빼고 사랑으로 구부리면 함께 안는 원이 된다. 예수님께서는 ‘서로 사랑하라’고 우리에게 가르치셨다”며 “우리는 많은 역사 속에서 수없는 고비를 넘긴 민족이다. 지금의 이 어려움도 사랑으로 이겨낼 줄 믿는다.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는다. 사랑으로 다시 일어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특별기도 순서에선 황우여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김정수 해군참모차장이 ‘국가 안보와 세계 평화를 위해’, 강국창 인천경영자총연합회 회장이 ‘국가 발전과 경제 부흥을 위해’ 각각 기도를 인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