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패싱 논란에 당 내홍… 윤석열 리더십 ‘시험대’

당 내 선관위 운영 불만 제기… 지지율 하락 윤석열 시험대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김병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거대책위원회 인선과 운영에 불만을 표하며 잠적한 가운데, 윤석열 후보가 다소 소극적인 행동을 취하면서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컨벤션 효과가 사라져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윤 후보가 당대표의 선대위 보이콧이란 난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1일 종합결과, 이 대표는 전날부터 예정된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사실상 보이콧이다.

이 대표의 이러한 행동 배경으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영입 문제, 선대위 일정 패싱 논란, 반대한 이수정 교수의 선대위 영입 등이 지목된다.

윤 후보와 측근들의 선대위 구성과 운영과정에서 젊은 당대표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심지어 반대하는 인사마저 영입하자, 이 대표가 회의감을 느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저녁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약 50분 후에는 '^_^p'라는 이모티콘을 올렸다. p는 엄지를 거꾸로 내린 모양으로 해석됐다.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지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행적을 감췄다. 취재진들이 이 대표를 찾아 나섰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오후 기준 자택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는 전화기도 꺼둔 상태다.

당 중진과 초선의원들은 대선이 100일도 안남은 이 시점에 터져버린 대표와 후보 간 갈등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홍준표·조경태·김태호·하태경·김태흠 의원 등은 각각 입장문을 통해 "당 대표 없이는 대선이 망한다"고 우려했다. 일부 의원들은 후보와 일부 선대위 인사들을 성토하기도 했다.

초선의원 20명도 같은 날 모여 회의를 마친 뒤 현행 선대위 운영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런 위기감에도 윤 후보는 상대적으로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 후보는 지난달 30일 충북청주 청원구 일정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일정을 전면 취소한 것에 대해 "이유를 파악해보고 한 번 만나보라고 (권성동) 사무총장에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대표 패싱'논란 원인에 대해 묻자 "글쎄요. 허허허. 저는 잘 모르겠다"며 "(저는) 후보로서 제 역할을 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권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3시10분께 서울 노원구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아 30분여간 기다렸지만 이 대표를 만나지 못했다. 권 사무총장은 취재진에게 이 대표와 연락이 되지 않아 사무실로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전해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이 대표가)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기 때문에 생각 정리할 시간을 가진 뒤 내일이라도 기회가 되면 만나 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지역일정으로 이 대표를 직접 만나기 어려워 사무총장을 보낸 것으로 보이지만, 해당 질문을 받았을 때 후보가 보이는 반응 등을 미루어 봤을 때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게다가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은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직후 만난 기자들에게 이 대표의 잠적과 관련 "이 대표의 연락두절 관련해선 전혀 과정을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누가 더 옳으냐 생각을 한번 해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일들이 나 중심으로 선거운동 하겠다, 나한테 더 큰 권한 달라, 나는 왜 빼냐 이런 게 선대위를 둘러싸고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패싱, 전권 논란 등을 언급하며 이 대표를 저격한 것이다.

후보가 이 대표를 직접 찾아 달래거나 선대위 운영과 관련해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방식으로 해결이 안 된다면 갈등은 장기화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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