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할 경우 엄벌에 처하도록 한 일명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및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경찰은 앞으로 수사가 진행 중인 음주운전 등 사건에서 가중처벌이 적용되지 않는 단순 음주나 측정 불응 등 혐의만을 적용할 예정이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주재로 29일 오전 진행된 출입기자단 정례간담회에서 남 본부장은 이 같은 수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남 본부장은 '윤창호법이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왔는데 경찰은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 "현재 저희가 진행하고 송치한 사건은 법원 판단까지 갔을 텐데 그에 대해서는 검찰이 공소장 변경 등을 통해 처리할 것"이라며 "저희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음주운전 사건에서 가중처벌이 되지 않는 단순 음주나 측정 불응 등 혐의를 적용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헌재는 지난 25일 전주지법 군산지원이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에 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기존에는 3회 이상 음주운전을 해 적발이 되면 가중처벌하도록 했는데, 2회 이상으로 기준이 강화된 것으로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됐다. 또 징역 1~3년 또는 벌금 500만~1000만원에서 징역 2~5년 또는 벌금 1000만~2000만원으로 처벌 수위도 높였다.
헌재는 "비형벌적인 수단에 대한 고려 없이 가중처벌의 필요가 없거나 죄질이 가벼운 음주운전까지 가중처벌하도록 한 법 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며 "혈중 알코올 농도가 일정 수치 이상이면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차량에 부착하게 하는 등의 방안도 형벌 강화의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이 법 조항은 재범을 엄히 처벌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려는 형사정책적 고려에 따라 입법된 것"이라며 "국민 법감정을 반영해 재범 음주운전자의 가중처벌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처럼 헌재가 위헌 판단을 내리면서 일각에서는 무면허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접촉 사고를 내고 음주 측정을 거부한 장제원 국민의힘 아들인 래퍼 장용준(21·활동명 노엘)씨가 수혜를 입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 판단에 따라 대검찰청은 일선 검찰청에 해당 법 조항으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의 혐의를 음주운전 일반 규정으로 바꾸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지난 9월18일 오후 10시30분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인근에서 무면허 상태로 운전을 하다 접촉 사고를 냈다. 이후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음주 측정 불응 역시 음주운전으로 간주하는 만큼 검찰은 장씨에게 공무집행 방해 혐의와 함께 이번에 위헌 판단이 나온 윤창호법 중 일부인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1항 위반 혐의도 적용한 바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