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보고서 “이산가족 상봉시, 프라이카우프 정책 적용 제안”

정치
북한·통일
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 등 3대 인권현안 해결 시급”

이산가족 상봉시 필요에 따라 ‘프라이카우프(Freikauf)’ 방식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서 제기됐다. 독일어로 ‘자유를 사다’라는 의미의 이 정책은 과거 동독에 돈을 주고 정치범을 송환했던 서독의 석방사업이다.

최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10월 ‘인권NAP 권고 등 북한인권 관련 국가정책 분석 연구용역’이라는 제목의 해당 보고서가 발간됐다. 보고서는 제2·3기 인권NAP안이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 등 인권 현안의 해결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담았으나, 2019년 이후 남북관계로 큰 진전이 없었으며, 코로나19로 이산가족 상봉이 어려워진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3대 인권 현안 문제는 북한의 반응과 남북관계,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좌우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가족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권침해에 해당되는 사안”이라며 “북한주민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도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 정치적 동학에 상관없이 운영될 수 있는 프로그램 및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한반도 분단, 자진 월남·월북, 한국전쟁 기간 중 납치나 의용군 입대, 일본에서의 북송, 정전협정 체결 이후 미귀환, 납북, 북한 이탈 등을 이산가족 발생 원인이라고 제시했다.

또 지난 2006년·201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성명서를 각각 빌려 “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문제는 그 대상이 대부분 고령이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접근하고, 인권·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 대북지원과 연계해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가 인용한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1988-2021년)에 따르면, 이산가족 교류를 신청한 전체 등록인 13만 명 가운데 현재(8월 기준) 생존자는 4만 7천명(35.4%)이다. 생존한 신청자 대부분은90세 이상이 27.6%, 80대는 38.5%로 80세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해당 보고서는 “남북 이산가족 교류사업은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그 사이 고령의 이산가족의 사망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소요되는 경비를 우리정부가 전액 부담한다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필요시 과거 동서독의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서독은 1963년부터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1989년까지 26년 간 프라이카우프를 통해 동독 정치범 총 33,755명을 서독으로 빼왔고, 당시 소요된 비용만 약 34억 6400만 마르크(약 1조 8000억) 상당의 현물로 1인당 5000만원을 투입했다.

서독 연방정부 재정으로 충당된 모든 비용은 변호사와 교회를 통해 비밀리에 집행됐다. 통일부 연구에 따르면 프라이카우프 정책으로 당시 동서독 이산가족 25만 명의 재결합도 성사됐다고 한다.

보고서는 “관련 원칙으로 인도주의 우선, 남북 정치적 관계 초월, 북한의 호응 유도를 위한 유연한 접근 등을 견지하면서, 위와 같은 방식(프라이카우프)을 응용해 북한정부의 체면을 세워주고 경비를 남한이 부담하면서 이산가족의 교류를 추진하자는 구상”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이명박 정부 당시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선전부장과의 협상에서 프라이카우프 정책을 추진하려다 국내 반대 여론에 좌초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완구 국무총리이 프라이카우프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초기 '한반도 프라이카우프 추진'을 공약했지만 이후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산가족 6만 명 전원의 전체 상봉, 북한에 대한 병원 건립 등 인도적 지원을 교환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한 탈북단체가 주최한 북한인권법 쟁점 설문조사 발표 기자회견 때 모습 ©기독일보DB

이 밖에도 북한인권NAP 권고안이 명시한 북한인권법 시행 협력에 대해선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5년이 경과했지만, 법 시행은 북한인권재단 미출범, 북한인권대사 미임명,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운영 중단 등 절음발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인권재단 출범, 북한인권침해 조사 및 기록 업무의 통합성 증대 등 북한인권법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개정 논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해당 보고서는 서두에서 “연구용역수행기관의 결과물로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과 다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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