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수사팀을 꾸린 지 54일 만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비롯해 이른바 '대장동 4인방'을 모두 재판에 넘기면서 사실상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만 남겨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시 사업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던 성남시 등 '윗선'의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거세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별검사 도입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전날(22일) 김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 및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앞서 구속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기획본부장, 그 밑에서 공모지침서 작성 등 실무를 주도했던 정민용 변호사(전 공사 전략사업실장) 등과 결탁해 화천대유에 유리한 사업 구조를 짠 것으로 검찰은 의심한다. 그 결과 택지개발 배당이익 최소 651억원 상당과 시행이익 최소 1176억원 등을 민간사업자들이 챙겼고, 반대로 공사는 그만큼 손해를 보게 했다는 것이다.
일명 '대장동 패밀리'가 대부분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법조계에선 사실상 대장동 수사의 중간 결과가 발표된 것으로 평가한다. 검찰은 향후 이른바 '아들 50억원'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의원을 비롯해 정치권에서 제기됐던 '50억 클럽'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그간 검찰 수사는 내내 잡음에 시달려왔다. 핵심 '키맨'으로 지목됐던 김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남 변호사는 귀국 직후 체포했다 석방하는 등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자진 제출한 녹취록 외엔 이렇다 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날 검찰은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는 이유로 핵심 공범 중 하나인 정 회계사를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당시 창밖에 던진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경찰이 이를 찾아 관련 자료를 공유 받기도 했다.
당시 개발 사업의 인·허가권을 쥐고 있던 성남시장, 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검찰은 수사에 돌입한 지 약 한달이 지난 뒤에야 성남시청 시장실·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해 늑장 수사 비판도 받았다.
특히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현 이 후보 선대위 부실장)은 유 전 본부장과 압수수색 직전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증거인멸 시도 의혹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직접 조사를 받지 않고 있다. 그는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을 통해 황무성 전 공사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직권남용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최근에는 수사팀이 '쪼개기 회식'을 했다가 집단 감염되는 일이 벌어져 수사팀장인 부장검사가 교체되는 일도 생겼다.
검찰의 수사 의지·역량을 지적하는 여론이 거세진 데다, 특히 '윗선'의 개입 의혹을 규명하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특검 도입을 둔 정치권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여당에선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대출 사건을 수사할 당시 대장동 대출 건이 대상에서 제외됐고, 이 때 주임검사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다며 '봐주기 수사' 의혹도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야간 합의에 이르는 것부터 특검 임명 절차, 석 달 가량의 수사 기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내년 3월 대선 전까지 결론이 나오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여야가 특검 도입을 합의한 후 실제 수사팀 출범까지 걸린 시간을 따져보면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이 37일, 2018년 드루킹 특검은 44일이 걸렸다. 검찰이 대장동 수사를 이달 내 마무리한다 해도 특검 수사가 시작되는 건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의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