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기관 통합, ‘혼합’ 안 되도록 신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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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교연 통합추진위원장 권태진 목사

“통합, 몇 명이 결정 못해… 교단 동의 여부 중요
한기총은 정상화, 한교총은 내부 이견 조율부터
명분 앞세워 서둘기보다 신앙 안에서 교류 먼저”

“차별금지법은 구별금지법, 국민 모두 거부해야
국가 지도자, 자유 소중히 여기고 국민 중심으로
교회, 뗏목 아닌 반석… 회개하고 주께 돌아가자”

한교연 통합추진위원장인 권태진 목사가 기독교계 보수 연합기관 3곳의 통합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군포제일교회

기독교계 보수 연합기관 세 곳(한교연·한교총·한기총)의 기구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차별금지법(평등법)안 발의 등 교계 안팎의 현안들이 ‘통합’이 요구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가시적 결과물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본지는 통합 논의의 당사자 중 한 명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통합추진위원장 권태진 목사(군포제일교회, 한교연 증경대표회장)를 만나 기관 통합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아울러 권 목사는 그 밖의 현안들에 대한 질문에도 소신을 밝혔다. 아래는 일문일답.

Q. 연합기관 통합은 목사님께서 지난 2019년 한교연 대표회장을 하실 때부터 힘써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A. “연합기관 통합에 있어 각 기관 대표회장이나 통합추진위원장의 의견보다 우선하는 건, 그것이 성경적 가치관에 맞는 지, 한국 교계와 교회에 유익이 되는 지, 그리고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입니다. 우리가 하려는 통합이 성경적 사상에서 벗어나면, 보수 교계 전체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통합은 단순히 몇 사람들이 둘러 앉아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기도하면서 더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런 점들로 인해 통합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통합에 대한 교계의 동의는 이미 어느 정도 이뤄진 것이 아닌가요?

A.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순 없습니다. 통합에 대해서는 한교연 총회 결의와 회원 교단 총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통합추진위원장으로서 아직 회원들을 이해·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첫째 한기총에선 현재 법원이 파송한 변호사가 임시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데, 한교연은 그 분을 통합을 위한 대화의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걸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한교총이 교회의 대면예배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여론이 있고, 무엇보다 한교총 안에도 통합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까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대표들과 통합추진위원들의 합의만으로 통합이 추진된다면, 과거처럼 아무런 유익 없이 또 다른 분열만 낳게 될 수 있습니다.”

Q. 한교연 통합추진위원장으로서, 통합에 대한 목사님의 개인적 견해는 무엇입니까?

A. “원칙적으로 찬성합니다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서두르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한교연은 성명이나 논평 등으로 정부나 사회를 향해 비교적 신속하게 한국교회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각 사안들에 대한 회원들의 견해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총의를 모으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통합이라는 대의명분만 앞세워 서둘러 합치게 되면 이런 발 빠른 대응이 힘들 수 있습니다. 오히려 내부 갈등만 커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비록 겉으로는 하나 돼 있지만 속에서는 분열 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통합이라면, 그것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통합이겠습니까?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건 통합이 아니라 혼합일 뿐입니다. 그러니 통합은 신중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럼 통합을 위한 목사님 나름대로의 로드맵이 있으십니까?

A. “저는 한교연 대표회장을 할 때부터 신앙으로 먼저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러자면 각 기관들 사이에서 충분한 교류가 일어나야 합니다. 그렇게 신앙으로 하나 되고 함께 교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한 살림을 꾸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 지금 한국교회가 시급하게 대처해야 할 사안들이 있으니, 이를 위해 세 기관이 일종의 테스크포스(Task Force, TF)를 조직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통해 사안별로 세 기관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공동으로 대응해 가면 좋겠습니다. 이 조직이 잘 정착된다면 향후 한국교회 전체를 보호할 수 있는 ‘씽크탱크’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Q.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언급하셨는데, 현재 발의돼 있는 이 법안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A. “차별은 당연히 해선 안 됩니다. 그러나 차별과 구별은 다른 것입니다. 차별은 하면 안 되지만, 구별은 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비판도 막아선 안 됩니다. 그런 점에서 차별금지법은 구별금지법이 될 수 있습니다. 동성애 등을 의미하는 성적지향은 엄연히 구별되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을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하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동성애 등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다수가 역차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법의 제정에 반대합니다.

권태진 목사 ©군포제일교회

그런데 이 법과 관련해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교회가 반대하는 건, 단지 교회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독교의 역사를 보면 항상 교회는 미래를 대비해 왔습니다. 성경을 통해 그것을 미리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됐을 때,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이 올 것이라는 걸 교회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앞장 서 반대하는 것입니다. 결국 국민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법안에 국민 전체가 반대해야 합니다.”

Q. 내년 3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집니다. 국가의 지도자를 뽑는 데 있어 기독교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건 무엇일까요?

A. “우리는 그릇을 볼 때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느냐를 봐야 합니다. 사람이 바로 그릇과 같습니다. 그 속에 있는 정신과 사상이 그 사람의 됨됨이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인들이 국가에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유일 것입니다. 종교와 신앙의 자유, 언론과 출판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자유를 통해 우리는 마음껏 하나님께 예배하며, 우리의 믿는 바를 이 세상에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헌법의 정신인 정교분리 원칙이 잘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국가권력이 신앙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소중히 여기는 지도자가 세워질 수 있도록 기독교인들은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국가의 지도자는 먼저 국민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목사가 하나님과 교회, 그리고 교인들 중심이 되고, 아버지가 가족들 중심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우선은 국민들 편에 서고 국민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를 지지하는 이들만 바라본다거나, 자국민을 타국민보다 먼저 생각하지 않는 이가 있다면 그는 바른 지도자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신적 권위에 도전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건국 정신을 깊이 이해하며, 자유를 중시하는 겸손한 지도자가 세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교회의 예배가 제한받고 있습니다.

A. “한국교회는 반석이지 뗏목이 아닙니다. 아무리 폭풍우가 몰아쳐도 반석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킵니다. 그렇게 교회는 반석 같은 존재로서, 교회에 주어진 길을 가는 것입니다. 그 길에서 예배는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것입니다. 호흡이 있는 자는 천부가 주신 신앙의 자유를 누려야 합니다. 교회는 전염병의 상황에서도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반드시 예배를 잘 드려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이들이 힘든 가운데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은 천국백성으로서 생명의 법을 지키고 예배하고 전도해야 합니다. 또 좋은 국민으로서 헌법을 준수하고 정부에도 협력하면서 시대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날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교회가 해야 할 일이 될 것입니다.”

Q. 오늘날 한국교회가 위기 가운데 있다고들 합니다. 끝으로 한국교회를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성경 속 탕자의 비유에서 탕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단 하나였습니다. 아버지께로 돌아가는 것이었죠. 한국교회가 회복할 수 있는 길도 단 하나입니다. 회개하고 성령의 인도함을 받아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회개하고 그 말씀 안으로 돌아가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한국교회가 ‘부자 청년’이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부자 청년은 그 많은 재물로 인해 결국 예수님을 좇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한국교회도 세속과 물량에 잡혀 있으면 주님을 따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가진 재물을 모두 탕진한 뒤 탕자처럼 돼지우리로 가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돌아갈 수 있는 아버지가 계셔서 행복합니다. 한국교회는 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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