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8부 능선을 넘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7일 0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이재성(마인츠), 손흥민(토트넘), 정우영(프라이부크르)의 릴레이골을 앞세워 3-0 완승을 거뒀다.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 5차전에 이어 2연승을 거둔 한국은 4승(2무 승점 14)째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행에 성큼 다가섰다.
앞서 레바논을 꺾으며 3위로 올라선 UAE(승점 6)와 승점 차가 무려 8점이다. 남은 4경기 중 원정이 3경기지만 카타르행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현재 시리아와 경기를 치르고 있는 이란(4승1무 승점 13)과 한국의 양강 체제가 공고히 되는 모양새다. 각 조 1위와 2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지난 9년 5개월 동안 묵었던 월드컵 최종예선 무승 징크스에서도 탈출했다.
한국의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마지막 승리는 2012년 6월 카타르전이다. 당시 4-1로 이긴 이후 이날 승리가 처음이다. 그동안 5무4패에 그쳤다.
이라크(4무2패 승점 4)는 이번에도 첫 승 신고에 실패했다.
선제골의 주인공 이재성이 A매치에서 골을 기록한 건 2019년 3월 콜롬비아와 평가전 이후 2년8개월 만이다. 팽팽한 흐름을 깨는 영양가 만점의 골이었다.
손흥민은 페널티킥으로 A매치 30호골을 터뜨렸다. 역대 한국 선수 A매치 득점랭킹에서 허정무, 김도훈, 최순호와 함께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 이날 경기가 열린 곳은 손흥민의 A매치 데뷔골이 나온 장소다. 2011년 1월18일 이곳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2차전 인도와의 경기에서 첫 골을 맛봤다.
정우영은 A매치 첫 골이다.
벤투 감독은 지난 11일 5차전 UAE전과 같은 선발 라인업을 꺼냈다.
손흥민, 조규성(김천), 황희찬(울버햄튼)으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를 세웠다. 이재성이 뒤에서 지원하고, 카타르 기후와 환경에 익숙한 정우영(알사드)은 황인범(루빈 카잔)과 함께 중원에 자리했다.
수비 포백은 김진수(전북), 권경원(성남), 김민재(페네르바체), 이용(전북)이, 골문은 김승규(가시와 레이솔)가 지켰다.
초반 짧은 패스 위주로 탐색에 무게를 둔 벤투호는 중거리슛을 통해 이라크의 밀집수비를 두드렸다.
손흥민이 전반 16분 페널티박스 정면 외곽에서 왼발 중거리슛을 때렸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23분에는 황희찬이 상대 수비진의 실수를 빠른 중거리슛으로 연결했고, 26분에도 조규성이 시도했다. 모두 골키퍼 정면으로 갔다.
팽팽하던 0-0 흐름에서 이재성이 나섰다. 이용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김진수가 이재성에게 연결했다. 이재성은 침착하게 왼발로 때려 선제골을 터뜨렸다.
한국이 1-0으로 앞서며 전반을 마쳤다.
이라크는 후반 들어 공격 라인을 끌어올렸다. 벤투호 입장에선 이라크의 라인 사이에 많은 공간이 생기면서 경기를 풀어가기 수월해졌다.
벤투 감독은 후반 20분 선제골의 주인공 이재성을 빼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정우영을 투입했다.
후반 23분 승기를 잡았다. 조규성이 상대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손흥민이 골로 연결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슈팅 이전에 페널티박스에 진입했다는 판정으로 다시 차도록 했다.
문제가 되지 않았다. 후반 29분 손흥민은 다시 한 번 이라크의 골네트를 갈랐다.
2-0으로 승기를 잡은 한국은 후반 34분 손흥민-황희찬-정우영으로 이어지는 패스플레이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우영이 침착하게 오른발로 때려 골맛을 봤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올해 A매치 일정을 모두 마쳤다.
내년 1월27일 레바논, 2월1일 시리아와 최종예선 7·8차전을 치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