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NASA' 설립 논의 점화… 차기 정부서 실현될까

누리호 발사 계기로 우주청 설립 여론 확산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21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연구동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가 발사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독자개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우주에 처음으로 쏘아올린 후 우리나라도 미국 미국항공우주청(NASA)과 같은 우주개발 전담 조직인 '우주청'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주개발을 두고 세계에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한국도 우주개발이 과학기술 차원을 넘어 국방, 안보, 환경, 사회,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의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우주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무르익고 있다.

14일 과학기술업계에 따르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우주산업 진흥책 현황을 살피는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힘으로 이뤄낸 누리호를 통해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량을 국민께 보여줬다"며 "우주 전담기구 신설로 대표되는 우주개발 거버넌스 개편에 대한 기대가 날로 더해간다"고 전했다.

임 장관은 누리호 발사 당일인 지난달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발사 결과 브리핑에서는 우주개발 관련 독립조직 구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 "미국항공우주청과 같이 전문성과 연속성을 가지고 우주산업을 이끌어 나갈 조직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도 지난 10일 개최된 우주 개발 관련 당정협의회 후 열린 브리핑에서 "행정부처에서 전담 조직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다"고 알렸다.

앞서 양정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우주항공산업의 주도적 역할을 위한 우주청 신설의 내용을 담은 '우주개발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우주청 설립 주장이 10여년째 나오는 가운데 지난달 21일 누리호의 첫 시험발사가 '90% 이상 성공'을 이룬 것을 계기로 어느 정도 공감대가 무르익었다는 시각이 나온다.

◆과기부 2개 과가 우주정책 도맡고 있어 자원·전문성 떨어져

국내 우주개발정책은 과기부(거대공공연구정책국 거대공공연구정책과와 우주기술과)가 총괄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항공우주연구원이 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우주개발정책에 대한 심의·의결은 비상설 회의체인 '국가우주위원회'가 맡고 있다.

하지만 비상설 회의체인 국가우주위원회는 부처 간 협력·조정 등을 이끌기에는 부족하고, 정책 집행 역시 과기부 내 2개 과가 도맡기에는 인력 등 자원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민간기업이 이끌 '뉴 스페이스' 시대에는 더욱더 적합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과기부가 연구개발(R&D)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우주개발정책의 한계를 지적한다. 매년 선거 때마다 정책이 달라지는 등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또 대형 사업 때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도 거론되고 있다.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누리호 발사 등으로 중요한 도약 시점

우주개발 분야는 장기적 정책 수립 및 집행이 필요하고 큰 비용이 소요되며 국가안보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 파급효과를 내므로 전문성이 있는 국가기관에 의해 효과적·안정적으로 그 업무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실제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해 러시아연방우주청(FSA), 중국국가항천국(CNSA), 영국우주국(UK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독일항공우주센터(DLR), 이탈리아우주국(ASI) 등 세계 각국은 우주컨트롤타워가 일찍부터 가동되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 5월 22일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로 우주발사체에 고체 연료 사용 제한이 해제된 것과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신설되는 우주청을 통해 좀더 짜임새 있는 우주산업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또 내년 5월 누리호 2차 발사가 끝난 뒤에도 2024, 2026, 2027년 세 차례 더 발사가 예정돼 있고 누리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개량형 한국형 발사체 개발과 발사, 2030년 달탐사선 발사까지 굵직한 우주개발 이슈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국내 민간 우주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고,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우주청이 설립이 필요하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은 이미 스페이스X(테슬라), 블루오리진(아마존), 버진갤럭틱(버진그룹) 등이 주도하는 민간 우주관광 시대에 들어섰다.

이 밖에 우주개발 전문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우주청 등 전문조직 신설이 무리한 목표라면 국가우주위원회를 대통령 직속화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과학기술업계 관계자는 "지금 세계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까지 공격적으로 우주개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대통령 후보들이 우주개발을 위한 공약 제시 및 논의를 활발히 해 내년 3월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이를 잘 종합해 정부조직 개편안에 반영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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