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낯선 여의도 문법에 적응의 시간을 갖고 있다. 경기도지사 시절 행정권을 앞세워 특유의 속전속결형 '이재명식 행정'을 선보였다. 하지만 집권여당 대선 후보가 된 이후 당과 조율 안된 정책을 띄우다 논란을 일으키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0선' 대선 후보인 이 후보가 협상과 타협을 중시하는 의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원팀 선대위를 구성해 대권 행보를 본격화한 이 후보는 최근 답답한 모양새다 지지율이 정체 상태인데다 자신이 제안한 핵심 정책들의 추진이 지지부진해서다. 전국민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가상자산 과세 유예, 부동산 개발이익 환수 관련 법안 등이 이 후보의 핵심 정책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1일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현장은 죽겠다는데 제도를 만드는 건 자기 일이 아니라고 '세월아 네월아'한다"면서 동석한 의원들을 향해 "앞으로 우리 민주당은 안 그럴거죠"라고 되물었다.
시장과 정부 규제의 속도의 괴리를 지칭한 것이지만 입법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국회에 대한 답답함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경기지사 시절 이 후보는 코로나19 초기 신천지 신도 명단 확보를 위해 과천 신천지 본부를 '급습'한 데서부터 계곡과 하천에 있던 음식점들의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는 계곡 정비사업 등 행정 권한을 신속히 집행하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이 소득 하위 88%로 한정되자 지자체가 부담을 나눠 경기도 자체적으로 전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등 거침없이 행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치는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국민을 대신해 국민의 일을 하는 것"이라는 이 후보의 평소 지론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다만 경기지사직에서 물러나 집권여당 대선후보로 나선 이 후보는 좀처럼 가시적인 정책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야심차게 제안한 제6차 전국민 재난지원금도 안팎의 저항에 직면했다. 국민 1인당 100만원 기준을 제시하며 추가로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50만원은 지급해야 한다고 했지만 당내 논의 과정에서 20~25만원으로 점차 축소되고 있다.
민주당은 후보의 첫 제안인 만큼 총력 지원에 나섰으나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당국이 제동을 걸며 벽에 부딪혔다. 재원 초과세수 일부를 납부 유예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안에도 재정당국은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2030 청년층을 의식한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입법도 정부측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장동 의혹을 털기 위해 제안한 부동산 개발이익 환수 관련 법안은 민주당이 정기국회 내 처리할 우선 입법과제로 지정했지만 상임위 논의를 거쳐야 한다.
이 후보도 답답한 기색이 역력하다. 전국민 지원에 대한 정부의 반발과 관련해 지난 5일 경북대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특별한 권한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내가 말했다고 다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지율 박스권에 갇힌 이 후보가 마음이 급해지며 뭐라도 해보려 시도하지만 잘 안 되는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확실히 국민들에게 통할 얘기를 준비해서 차근차근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