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를 하는 지 몰랐는데 길이 막혀 당황스럽다. 약속이 있는데 늦게 생겼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3일 동대문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기습적인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가운데 조합원들이 도로를 점검하면서 인근 도로는 교통체증을 빚었다.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불만을 쏟아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동대문역 사거리에서 약 2만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집회 불허 방침에 따라 기습적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1시30분께부터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종로5가 사거리부터 동대문역 방향으로 양차로를 순식간에 점령했다. 이에 따라 종로5가 사거리에서 동대문역 사이 양쪽 도로가 모두 조합원들에 의해 막혔다. 동대문역 사거리 역시 조합원들이 차도 위를 순식간에 점령하면서 통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집회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차를 이용해 인근을 지나던 안모(67)씨는 "친구 차를 타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차량 통제가 돼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했더니 무정차로 이용 못한다고 했다"며 "택시를 타고 동대문까진 왔는데 또 무정차 통과라고 해서 발이 묶였다"고 토로했다.
도로 통제로 버스에서 내린 중학생 신모(14)씨는 "버스타고 혜화로 가려고 했는데 도로 통제로 내려서 동대문역까지 걸어왔다"며 "2주 만에 놀러 나왔는데 계획이 틀어져 아쉽다. 사람 뚫고 지하철역까지 갈 생각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대회 자체는 큰 충돌 없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도로 곳곳에는 이동을 제지하는 경찰과 골목으로 진입하려는 조합원 사이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아울러 낮 12시30분부터 2시까지 경복궁역, 광화문역, 시청역, 종각역, 안국역, 을지로입구역 등 7개 역사에서 열차가 무정차로 통과하기도 했다. 집회 사실을 알지 못하고 지하철을 찾았던 시민들은 우회도로를 이용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한편 민주노총은 집회 신고 당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에 따른 집회 인원에 맞춰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499명씩 70m 거리를 두고 20개 무리로 나눠 집회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동대문역 인근으로 장소를 정한 데 대해 "전국에서 모인 2만여 참가자들의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기 위함"이라며 "특히 전태일 열사의 숨결이 깃든 평화시장 인근인 만큼 대회 장소를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평등, 양극화 해소와 평등사회로의 대전환을 촉구하는 가운데 5개 진보정당과 함께 대선 공동 선언을 발표하며 다가오는 대선 등 정치 일정에 공동 행보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