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 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겨울철을 맞아 AI 확산 조짐이 보이면서 겨우 안정세를 찾은 계란값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따르면 지난 10일 충북 음성에 있는 메추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 농가에서 AI가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지난 4월6일 전남 장흥 오리농장 이후 7개월 만이다. 해당 농장에서는 약 77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었으며 모두 살처분했다.
11일 같은 지역의 육용 오리 농장도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농장은 전날 확진된 메추리 농장에서 3㎞ 내에 위치한 가금농장 6곳 중 한 곳이었다. 중수본은 전날 의심 신고 직후 예방적 차원에서 해당 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2만3000마리의 육용 오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이틀 연속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에 이어 전남 나주 육용오리 농장도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으며 추가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수본은 12일 전남 나주 소재 육용 오리 농장 조기 검진·예찰을 위해 실시한 정밀검사 과정에서 고병원성 AI 의심 축을 확인했다.
해당 농가에서는 3만7000마리를 사육하고 있었으며 반경 500m 이내 가금 농가는 없었다. 전남 나주 오리농장 확진마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나흘 동안 농가 3곳에서 고병원성 AI가 발병했다.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되면 그해에는 예외 없이 농가까지 AI가 확산되는데 올해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실제 지난달 26일 전북 부안 고부천 야생조류가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충남 천안시 곡교천에서 포획한 천연기념물 '원앙'에서 고병원성인 H5N1형 AI를 확인했다. 지난 4일에도 전북 정읍 정읍천 야생조류 분변에서 고병원성 AI를 확인한 바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조류인플루엔자는 겨울철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고 최근 철새 유입 증가로 오염지역 확산에 따라 농장 방역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은 계란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0~2021년 겨울철 109곳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주변 농장 가금류(예방적 살처분 포함) 약 30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살처분된 농장에서 병아리를 재입식 할 때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데다가 산란계는 4개월 이상 길러야 알을 낳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계란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한 판(30알) 가격이 1만원을 웃도는 등 가격이 무섭게 치솟았다.
이후 정부가 계란 수입에 나서면서 가까스로 안정세를 찾은 모습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2일 기준 계란 특란(30개) 평균 소매가격은 5990원으로 평년(5566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지난 8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계란 가격이 6946원, 지난 1월27일 이후 처음으로 6000원대에 진입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반긴지 3개월 만이다.
하지만 고병원성 AI 확산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초처럼 계란값 급등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주요국의 물가 상승으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계란 가격급등은 서민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를 편성해 총력 대응하고 있다. 야생조류와 주요 취약시설에 대한 예찰·소독·통제를 강화하고 농장 방역수칙 준수의 중요성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김현수 중수본부장은 "가금농장 주변 소하천·저수지·농장 진출입로에 대한 소독 등 오염원의 농장 유입 차단을 위한 조치를 철저히 해 달라"며 "농장 진입로 생석회 도포, 농장 내부 매일 청소·소독, 축사 출입 시 장화 갈아 신기·손 소독, 축사 내부 매일 소독과 같은 농장 4단계 소독을 반드시 실천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