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 보수 연합기관 3곳의 통합 논의에 큰 ‘암초’가 생겼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소강석·이철·장종현 목사, 이하 한교총)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제안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 이하 한기총)가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기총은 11일 서울 노원구 영화교회에서 임원회를 갖고, 한교총 회원 교단들 중 세계교회협의회(WCC)에 가입된 교단은 통합 시 배제할 것을 한교총에 제안하기로 결의했다.
한교총에서 현재 WCC에 가입된 곳은 예장 통합과 기독교대한감리회다. 모두 한교총 핵심 교단들로, 한교총이 기관 통합 시 이들을 배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계 관계자는 한기총 임원회가 이 같이 결의한 데 대해 “이건 통합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 한기총 교단 3곳 ‘6개월 간 행정보류’
이날 임원회는 언론에 비공개 된 상태에서 장시간 열렸다. 이후 주요 결의 사항을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이 브리핑했다. 그에 따르면 이날 임원회를 통해 현재 한기총에 가입돼 있는 교단 3곳을 특정 시점부터 6개월 간 행정보류하기로 했다. 한교총 측의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다.
한교총은 그간 통합 논의에서 한기총 내 특정 교단들에 대해 줄곧 난색을 표명해 왔다. 소위 이단 시비와 관련된 것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문제가 선결돼야 통합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한기총 측은 먼저 통합한 뒤 이에 대해 논의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여기에 접점을 찾기 어렵자 논의 진전을 위해 양측이 합의한 교단 3곳에 대해 우선 이런 조치를 하기로 했다는 것.
김 임시대표회장은 “회원 교단을 (행정보류 등으로) 징계하려면 그 사유와 절차가 확실해야 한다.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한기총이 특정 교단을 먼저 징계할 순 없다고 (한교총과의 논의에서) 선을 그었다”며 “대신 해당 교단들이 통합이라는 대의를 위해 먼저 행정보류를 한기총에 신청하면 이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설득 끝에 교단들이 여기에 동의해주셨다”고 했다.
◆ 이단 여부 판단할 대책위 구성 논의 중
이렇게 교단 3곳의 행정보류 상태에서 한기총과 한교총이 이들의 이단성 여부를 판단할 일종의 ‘대책위원회’를 조직해 결론을 낸다는 게 김 임시대표회장의 설명이다. 일단 한기총은 이렇게 하기로 했고, 한교총에선 아직 결의 절차가 남았다고 한다.
만약 대책위 구성이 최종 결정되면, 위원은 양 측이 각 6명씩 추천한 12명 중 9명을 뽑는다는 게 김 임시대표회장의 설명이다. 위원 자격은 ①교인 수 500명 이상의 교회 목회자이거나 ②현재 대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자다.
그렇게 대책위가 조직되면 이들이 행정보류 중인 3곳의 교단이 이단인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한다. 이 때 대책위는 단지 일방적으로 ‘심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법정에서의 재판처럼 그들이 △3곳의 교단이 이단이라는 주장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당 교단 측의 반박을 각각 듣고 결정하게 된다고.
이처럼 위원의 자격을 제한하고, 판단 절차를 위와 같은 방식으로 하는 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단 여부가 결정되는 걸 최대한 막고, 가능한 공정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김 임시대표회장은 말했다.
그런데 만약 대책위에서 6개월 간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하면, 교단 3곳의 행정보류는 정지되고 그들은 한기총에서의 원래 지위를 회복한다. 행정보류 기간이 6개월인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 임시대표회장은 “(이단 여부 판단을) 기한 없이 계속할 수는 없다”고 했다.
◆ 행정보류·대책위 구성 논의, 무의미할 듯
그러나 이런 과정도 한기총이 이날 임원회를 통해, ‘통합 시 WCC 가입 교단 배제’를 한교총에 제안하기로 결의한 이상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임시총회 개최 건’은 이날 한기총 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