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입법의 ‘키’를 쥐고 있는 건, 국회 과반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안을 처음 대표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지난 3일, 비슷한 법안의 대표발의자 3명과 함께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라고 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국회의원이 있다. 김회재 의원이다. 기독교인으로서 사랑의교회 장로이기도 한 그는 기독교계와 함께, 얼마 전 서울을 비롯한 지방 주요 도시에서 시민 공청회를 갖고, 자신의 이런 뜻을 분명히 전달해 왔다. 이에 본지는 김 의원을 만나 차별금지법에 대한 그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아래는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사회적 대립·갈등 야기와 역차별 우려”
Q. 차별금지법(평등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계십니다. 이 법안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국가는 차별을 없애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모든 국민의 인권을 존중해야 합니다. 다만, 우리 사회의 약자들은 이미 존재하는 20개의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한만 강화하고 특정 집단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과잉 입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또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구체적인 범위나 조항에 대해서는 종교계, 교육계, 재계 등의 강력한 반대의견이 존재합니다. 이는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야기하고, 역차별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충분한 소통과 협의를 포함한 대중적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치권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성적지향 등에 논의 필요하다는 사실
국회의원들에 알려지면 통과되기 힘들 것”
Q. 국회의원으로서 차별금지법(평등법)안의 통과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고 계십니까? 또한 더불어민주당 내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A.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14년 전인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입법 형태로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이후, 19대 국회까지 7번의 법안 처리 시도가 있었지만, 국민적 공감을 얻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21대 국회에서도 작년 6월 29일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고, 지난 6월 16일 이상민 의원은 평등법(평등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이름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습니다. (소관위인) 법제사법위원회는 현재 15개 관계 부처로부터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또 지난 8월 9일에는 박주민 의원이, 그리고 8월 31일에는 권인숙 의원이 기존의 법안들과 내용상으로 대동소이한 평등법을 발의했습니다.
특히, 차별금지법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의원님들이 많고, 단순히 모든 차별에 금지한다는 대의적인 선언이 아닌,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그리고 더 나아가 동성결혼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국회의원들 사이에 알려지게 되면, 더욱 통과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를 위해, 이 법안에 대한 다양한 반대 의견을 담을 수 있는 토론회를 기독교계와 함께 오는 11월 17일 개최할 예정입니다.
한편 차별금지법이나 평등법 제정이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이 아니냐는 시각도 일부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민주당이 서민과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보호를 표방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는 아직 당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제정되면 동성애 등 교리 얘기만 해도
논란 대상 되는 일 빈번하게 발생할 우려”
Q. 만약 이 법이 제정된다면 기독교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A. “평등법안에서 ‘종교’를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시키는 것은 종교간 우의와 평화를 깨고 종교 갈등을 불러오는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특히 종교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는 코로나19로 우리 사회에 큰 피해를 입힌 신천지 등 사이비 종교에 대한 건전한 교리적, 합리적 비판까지 차단하게 될 것입니다.
또 지난 2월에 서울시장 재보선 안철수 후보와 금태섭 후보가 방송토론회에서, 금 후보가 안 후보에게 ‘서울시장이 되면 퀴어축제가 열릴 경우 참석할 것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했고, 이에 대해 안 후보가 ‘차별에 대해서는 당연히 반대하지만,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답했습니다.
이후 이런 안 후보의 답이 성소수자 혐오발언에 해당된다면서 성소수자 단체에서 지난 4월에 국가인권위원원회에 진정을 했습니다. 이에 인권위가 지난 9월 1일 안철수 후보의 발언은 혐오에 해당된다고 결정했습니다. 사회 지도층이 그런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교육하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사례에 비춰볼 때, 만약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한국교회가 동성애와 성경적 혼인제도 등 교리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가령 설교시간에 동성애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언급하면, ‘혐오발언’이라며 성소수자들이 문제제기를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사법절차가 진행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표현·종교 등 자유 침해 가능성 알려야”
Q. 이 법의 제정을 막기 위해 특별히 한국교회에 바라시는 점이 있다면요?
A. “한국교회가 하나로 똘똘 뭉쳐서 한 목소리를 내고, 국민들께 이 법안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표현·양심·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알리며, 실질적인 공론화를 이룰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모든 사람의 사회적 평등과 참된 인권의 보장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1890년대부터 건강한 사회변혁을 주도하며, 남존여비 사회에서 여성의 인권을 평등하게 보장하고, 기독교 학교들을 통해 여성교육에 가장 앞장서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의 주역들 역시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이었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말씀과 성경적 가치에 의해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이제 성적지향을 합리화·법제화하는 차별금지법을 막아 도덕적 질서와 인간의 참된 가치를 지키는 일 또한 한국교회 사회개혁의 사명일 것입니다. 또한 법 제정을 통해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동성애자들의 힘겨운 삶을 품어주기 위해 한국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줄 것을 요청드립니다.”
◆ “‘정의·사랑’ 성경적 가치 정치에 담겨야”
Q. 끝으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앞으로 어떤 비전을 품고 계십니까?
A. “오늘날 우리 정치가 국민들께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려면 정의와 사랑이라는 성경적 가치관이 반드시 정치 영역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정의와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정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정말 국민을 위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 속으로 들어가는 그러 겸손한 정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일에 기독교인인 제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