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윤리·도덕의 문제가 ‘이신칭의’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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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기자
jykim@cdaily.co.kr
원종천 박사, 개혁신학회 가을 학술대회서 고찰

“믿음을 값싼 것으로 만든 게 문제
믿음은 하나님 중심의 인생 대전환
이것이 이신칭의가 말하는 믿음”

원종천 박사 ©기독일보 DB

개혁신학회(회장 박응규 교수)가 ‘위기의 시대, 개혁신학의 대응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23일 비대면 가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원종천 박사(아신대 명예교수, 역사신학)가 ‘성화부진에 대한 개혁신학의 대응과 과제: 역사신학적 고찰’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원 박사는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가 탄생하면서부터 개신교의 성화부진 문제는 시작되었다. 이신칭의가 관건이었다. 로마가톨릭교회의 칭의론 오류를 개혁하고자 성경적 칭의론을 주장한 루터의 이신칭의(以信稱義,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는 것-편집자 주)는 이면에 성화부진의 우려를 낳았고 루터의 의도와는 다르게 실제적 문제로 대두되었으며 계속되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개혁신학은 종교개혁 처음부터 이 문제에 착안했고 지속적으로 대응했다. 개혁신학의 시조인 츠빙글리, 에코람파디우스, 불링거 등 스위스 종교개혁자들로부터 존 칼빈으로 그리고 유럽 대륙의 개혁주의자들과 영국 청교도 개혁주의자들까지, 개혁주의는 언약신학이라는 성경적 신학방법론을 사용하여 이 문제에 대응했다”며 “언약신학은 신학의 방법론을 전통적 조직신학에서 성경신학으로 전환하며 사변적 논쟁을 탈피하고 경건신학을 촉구하려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개신교의 성화부진 문제는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최근 성화부진 문제는 이신칭의 교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만들었고 종교개혁 뿌리 자체를 흔들기 시작했다”며 “종교개혁으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개신교 칭의론이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된 것이다. 그것은 20세기 후반에 나타나서 지금까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바울 해석에 대한 새로운 신학적 입장으로 ‘바울에 대한 새관점’(New Perspectives on Paul)”이라고 했다.

원 박사는 “종교개혁 이후 역사적으로 칼빈주의, 알미니안주의, 반율법주의 사이에서 혼란과 갈등을 겪던 개신교 구원론은 18세기 이후 자유주의 신학, 신정통주의, 현대신학을 거치며 큰 틀 안에서 종교개혁의 전통적 구원론을 지켜 왔으나, 현재 ‘새관점’ 입장으로 많이 흔들리고 있다”며 “이는 20세기 복음주의 개신교가 세속주의, 기복신앙, 성공주의, 현실주의 등으로 빠져들면서 윤리 도덕적 수준이 급격히 낮아진 것이 한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새관점은 루터의 이신칭의 개념을 반대한다. (새관점을 주장한) 샌더스(E. P. Sanders)는 칭의를 전통적 개신교의 법정적 개념으로 보지 않았고, 참여적이고 언약적 개념으로 보았으며 하나님 백성 공동체에 참여할 조건을 다룬 문제라고 주장했다”며 “그는 칭의를 이중적으로 보고 하나님 백성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과 종말의 심판을 분리했다”고 했다.

원 박사는 “즉, 샌더스는 바울이 칭의를 세례를 통해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으로, 종말의 심판은 그 후의 삶에서 성화의 결과로 정해지는 것으로 보았다고 주장한다”며 “믿음인가 율법행위인가의 논쟁은 입교에 관한 것으로, 바울은 믿음이 유일한 교인 자격의 조건이라고 주장하는 것이고 그 반대자들은 할례와 율법 수용을 요구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샌더스는 칭의의 관건을 하나님 언약백성의 정체성 문제로 보았다. 이신칭의를 강조하고 이행칭의를 부정한 것은 하나님 백성이 되는 방법을 바로잡으려는 바울의 노력이었다는 것”이라며 “즉, 행위가 아니고 믿음이 하나님 백성 안으로 들어가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언약으로의 입문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가능한 것이고, 언약에 머무르자면 율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원 박사는 “칭의의 종말론적 유보 개념은 성화 촉진에 인위적 자극을 줄 수는 있겠지만, 불안감과 믿음의 무용성을 피할 수 없게 만들 뿐 아니라 선행 공로사상을 유발하는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바울은 ‘너희는 그 은혜에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나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엡 2:8-9)’고 구원의 비밀을 말하고 있다. 바울은 여기서 구원의 한 부분인 ‘칭의’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구원 전체를 말하고 있다. 구원이 어떤 부분에서도 공로적인 성격이 있을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칭의의 종말론적 유보 개념은 이 부분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처음 믿은 것은 은혜지만 최후 심판은 결국 자신의 선행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선행 공로 사상을 피할 수 없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원 박사는 “한국교회의 윤리 도덕적 문제는 이중칭의 구도를 가르치지 않아서가 아니”라며 “이신칭의가 잘못되었고 법정적 칭의론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며, 더욱이 종교개혁 신학이 바울의 칭의론을 잘 못 해석해서도 아니다. 개혁주의가 잘 못된 것도 아니다. 한국교회의 도덕적 문제는 이신칭의의 믿음 부분을 너무도 쉽게 만들어 놓은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믿음을 값싼 믿음으로 만들어 쉽게 교인을 만들어 놓은 것이 문제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하나님의 은혜를 값싼 은혜로 만든 것이 또한 문제”라며 “ 하나님의 은혜를 싸구려로 만들어 ‘믿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표현은 예수 그리스도의 비하와 고난 그리고 십자가상에서의 비명으로 나타난 하나님의 처절한 비애, 고민, 갈등 그리고 심오한 사랑을 비웃고 지나치는 것”이라고 했다.

원 박사는 “믿음이란 단순히 그리스도를 믿겠다는 입술의 고백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를 믿었다는 말은 인생의 대전환이 있었음을 고백하는 것”이라며 “복음이 심령 속에 들어와 나를 무너뜨린 것이다. 나 중심적인 옛 가치관이 무너지고 하나님 중심적인 새 가치관이 형성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항상 내가 주인공이고 나를 위해 살며 나의 유익과 행복을 추구하며 살던 내가, 이제는 나를 구원하신 하나님이 주인공이시고 나를 이토록 사랑하신 하나님을 위해 살며 하나님 뜻대로 살기 원하는 강렬한 욕구를 가지게 된 것”이라며 “이것이 이신칭의가 말하는 믿음이다. 이것이 종교개혁과 개혁주의가 가르친 은혜이고 믿음”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는 주제발표에 이어 총 7개 분과 발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