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직에 뛰어든 목사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임대료 납부 등 미자립교회의 재정악화로 사례비를 받지 못해 목사들의 ‘생계유지’가 어려워진 데 따른 현상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가 지난 6월 10일부터 7월 1일까지 예장 통합·합동·횃불회 소속 목회자 6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절반에 가까운 작은 교회 목회자들(48.6%)이 이중직을 경험했다. 사례비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도 47.7%로 조사됐다. ‘생계 해결’(60.5%)이 이중직 선택의 주요 사유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생계로 시작한 이중직이 목회에 접목돼 긍정적 효과를 낸 사례도 있다. 현재 A목사는 ‘기독교 콘텐츠 개발’ 관련 회사를 다니고 있는 이중직 목사다. 그는 현재 교인 20여 명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이중직을 시작한 계기로 “개척 당시 가족 부양 등 생계문제는 무시할 수 없었고, 교회도 사례비를 내게 지원할 형편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이중직이 다음세대 목회와 관련이 있다며 “현재 교회 사역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B목사는 강남구 대치동 소재 학원가에서 수학을 가르치다 소년원 등지에서 특수목회를 병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햇수로 5년 째라고 한다. 그는 “처음부터 전담사역자로 전환하기엔 생계 문제에 부딪혀 학원 강사와 목회를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다 목회와 이중직의 조화를 생각하면서, 수학 언어로 성경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모델을 개발했다”고 했다. 소년원에서 위 모델로 수학과 복음을 동시에 배운 수감자 74명 중 71명이 지난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고 한다. 그는 “올해 안으로 학원 강사를 그만두고 향후 소년원 전도 등 특수목회에만 전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일각에선 목회와 직업이 양립한 이중직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직업 전문성의 결여로 이중직에서의 해고를 경험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앞선 설문에 따르면, 목회자의 이중직 중단 사유에는 ‘해고’(23.6%)가 제일 많았다. 목회자 2명 중 1명 이상은 ‘목회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이중직을 찾기 어렵다’(54.5%)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한, 이중직종도 대부분 목회와의 접점이 희박한 분야들로 조사됐다. 노무직(22.3%), 자영업(15.9%), 택배(15%), 학원(14.1%), 대리운전(9.1%) 등이었다. 그러면서 목회자들은 “총회가 목회자에게 적합한 이중직종을 개발”(50.5%), “이중직에 대한 정보 제공”(38.6%), “개인에게 적합한 이중직에 대한 상담 및 코칭”(32.3%) 등을 건의하기도 했다.
노영상 목사(예장 통합 한국교회연구원장)는 "예장 통합총회가 미자립교회에 대한 재정 지원을 이어오다 이것만으론 목회자의 자립심을 세우기 부족해 현재 이중직을 암묵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안다"며 "이중직을 하려면 목회자적 사명을 생각해 목회와 연관이 있는 직종이 낫다"고 했다.
그는 "목회자의 정체성은 포기하지 않으면서 카페, 도서관, 요양센터 등 주민의 필요를 섬기고 목회자의 생계비 마련이 어느정도 용이한 마을목회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했다.
한편, 올해 이중직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교단들도 있다. 예장 고신총회(총회장 박영호 목사)는 지난 3월 정책 총회에서 생계형 이중직에 한해서만 일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날 총회는 고신대 신대원 교수회가 지난해 9월 열린 제70회 고신총회에 보고한 '생계형 목사의 이중직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가결한 가운데, 해당 보고서는 "목사의 이중직은 목사직의 의미와 목사와 교인의 언약관계, 그리고 복음전파의 최대화를 위해 원칙적으로 허용돼선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상회인 노회와 총회는 헌금의 근원적 원리에 따라 복음전파자인 목사의 생계를 위한 구제 프로젝트를 우선적으로 구상하고,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또한) 노회의 지도하에, 단기적·일시적·생계형 이중직은 허용함으로써, 가장인 목사가 제5계명을 어기지 않을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총회(총회장 이상문 목사)는 지난 5월 제100차 정기총회에서 미자립교회 목회자에 한해 이중직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