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열렸던 제15회 한국Q학회 정기 학술제에선 조재형 박사(KC대학교)가 ‘초기 그리스도교와 영지주의’라는 자신의 책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한국기독교학회 제14회 소망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 박사는 “영지주의는 영적인 것은 선하고 물질적인 것은 악하다는 극단적인 이원론으로 인해, 구약의 창조주를 물질을 만드는 저급한 신으로 격하했고, 또한 예수의 성육신과 죽음과 부활을 부정하는 가현설을 주장했다”며 “이로인해 영지주의는 이단으로 정죄 받고 5세기 이후에는 그 운동이 쇠락해 갔다”고 했다.
그는 특히 “기독교 초기에 이단으로 배격된 소위 영지주의와 그 이전부터 헬레니즘 세계를 풍미하던 영지사상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며 “비록 (책의) 제목에 ‘영지주의’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저의 의중에는 영지사상이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조 박사는 “이 책은 ‘영지’를 ‘이 세상의 속박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특별한 지식’을 통칭하는 것으로, 헬라의 철학자 플라톤의 영향으로 신약성서 탄생 이전에 이미 보편화된 이원론적 지식 체계로 규정한다”며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2~4세기에 형성되어 기독교의 이단으로 낙인찍인 영지주의보다는 기독교 이전의 영지사상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이후 그는 책의 본문 내용을 일부 소개했다. 그는 이 책 12장에서 “정경복음서 중 처음으로 기록된 마가복음에서 예수는 ‘고대 영지사상’의 흔적들을 종종 언급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기원 후 2~4세기에 정통 그리스도교에 의해서 이단으로 정죄 받은 ‘영지주의’를 ‘고대 영지사상’과 구분하는 것”이라며 “고대 영지사상은 그리스도교 이전부터 존재했던 중요한 사상사의 한 흐름”이라고 했다.
조 박사는 또 13장에서 “고대 영지사상의 특징은 지구 중심의 세계관에 존재하는 ‘모나드’(Monad)에 대한 신학과 ‘영혼의 여행’”이라며 “그러기에 바울이 가지고 있었던 고대 영지사상과 이것을 극단화시킨 ‘영지주의’에 대한 구별 없이는 고린도전서의 부활에 대한 논의는 설명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영지주의자들은 바울의 의도와는 달리 고린도전서 15장 50절(형제들아 내가 이것을 말하노니 혈과 육은 하나님 나라를 이어 받을 수 없고 또한 썩는 것은 썩지 아니하는 것을 유업으로 받지 못하느니라)을 ‘그들의 이중적인 입장을 견고히 하는데’ 사용했다. 반면에 바울은 15장에서뿐만 아니라, 고린도전서 전체를 통해서 고대 영지사상을 일관되게 드러내었다”고 했다.
그는 “영지주의자들이 이 구절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에 반대해서, 2세기의 이레니우스(Irenaeus)는 이 구절을 다른 의미로 해석하려고 노력하였지만, 이 구절은 분명하게 고대 영지사상을 보여준다”며 “왜냐하면 이 구절은 고대 영지사상의 핵심인 영혼의 여행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즉, 썩어질 살을 가진 인간의 몸은 하나님의 나라를 받을 수 없지만, ‘영은 하나님께로부터 와서 다시 하나님에게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나라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