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의 공교육에서 '종교교육'은 없습니다. 기독교재단이 운영하는 중고등학교에서도 '기독교 교육'은 제한받습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전혀 다른 영역이기만 할까요? 이 문제에 대하여 최근 정일웅 박사(전 총신대 총장)가 『교육신학자 코메니우스와 형제연합교회의 신앙』이라는 책에서 현실적이고 실천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본지는 이 책이 전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기독교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함께 해보고자 합니다.
정일웅 교수는 코메니우스의 『교육신학자 코메니우스와 형제연합교회의 신앙』에서 코메니우스가 제시한 교육들이 "이 시대의 기독교 교육에 여전히 유효한 교육적인 지혜가 분명"함을 강조하면서, 오늘날 교회를 비롯한 기독교 교육 관계자들이 코메니우스의 교육을 단순히 이론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실제 교육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본 기획시리즈 첫 번째 칼럼에서 다룬 바가 있듯 세계 여러 나라가 공교육에서 종교교육을 커리큘럼에 포함시키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공교육과 종교교육이 분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 사립학교에서도 종교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할 수 없다.
현재 현실적으로 종교교육, 기독교교육, 신앙교육 등이 가능한 곳은 대표적으로 교회이다. 그러나 정일웅이 지적한 바와 같이 "기독교 교육은 교회 교육에만 한정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세계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그리스도교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어디서 어떻게 가르쳐, 하나님을 아는 다음 세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정일웅은 "기독교 대안학교"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국내 기독교 대안학교는 현재 약 4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기독교 대안학교는 공교육의 주요 과목 커리큘럼을 충분히 이수함과 동시에 신앙교육을 병행한다. 정일웅은 기독교 "한국교회의 미래는 기독교 대안학교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하면서 기독교 대안학교의 방향성을 몇 가지 제시하였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소규모 운영이다. 이것은 큰 규모의 학교를 지양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한 소규모부터 시작하자는 의미이다. 큰 규모의 학교 설립은 현실적 여건을 따졌을 때 개교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운영도 쉽지 않다. 이에 비해 소규모 대안학교는 비교적 개교와 운영이 용이하다. 정일웅 교수는 마치 21세기 들어 '작은 교회'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작은 규모의 대안학교' 운동이 전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둘째, 현재 교회 교육관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기독교 대안학교를 소규모로 운영한다고 해도 개교 준비와 학사 운영이 녹록하지는 않다. 정일웅 교수는 기독교 대안학교의 비전이 있으나 실질적으로 경영이 어려운 지역 교회들의 경우는 교회 교육관을 개방하여 그곳에서 방과 후 교실이나 방학 캠프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실제 교회 교육관이 주 중에는 닫혀 있는 곳이 많아 안타까운 실정이다. 또한 교육관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한국 기독교대학에서 배출된 기독교 교육학과 출신 인력들이 일정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정일웅 교수는 기독교 대안학교를 거시적 안목에서 선교 전략으로 시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물론 여기서의 선교전략라고 하는 것이 '개종'이 목적이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칼럼에서 코메니우스의 범지혜 교육을 비롯한 교육관에서 보았듯 자연과 세계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하나님과 세계와 이웃과의 관계 가운데서 자신과 주변을 이해하는 전인격적인 인간 교육의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물론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공교육에 상응하는 커리큘럼과 교수진과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함은 이 모든 논의에 전제되어 있다. 또 한편으로 기독교 대안학교 및 교회 교육관 방과 후 교실 활용 방안은 다음 세대의 신앙 교육과 인격 교육과도 직결되어 있고, 또한 기독교교육 관련 학과 전공자들의 진로와도 연관되어 있어 기독교 고등교육기관들과도 연관된다.
그동안 종교교육은, 공교육이 가진 기반과 시스템과 인적 자원에 비해 교회의 역량이 작기 때문에 으레 포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소규모 기독교 대안학교'나 '교회 교육관 방과 후 교실' 등과 같은 발상은 이미 우리 교회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가지고 시도해봄직 하다. 지식이 넘쳐나는 이 시대 우리는 자기중심적이기만 한 인간의 폐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구약 아모스 선지자의 "양식이 없어 주림이 아니며 물이 없어 갈함이 아니요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이라"는 메시지와 같이, 이 시대 우리가 처한 문제는 지식의 부족함이 아닌, 창조주를 모르는 문제이다. 이 가운데 종교교육의 현실적 가능성과 방안을 코메니우스를 소개한 정일웅 박사의 저서를 통하여 소개하였다. 기독교 교육을 고민하는 관계자들에게 여러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끝-
참고한 책
-정일웅, 『교육신학자 코메니우스와 형제연합교회의 신앙』 (범지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