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총회장 소강석 목사)가 8일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소재 총회회관에서 ‘개혁주의 신학 입장에서 본 WEA(세계복음주의연맹)와의 교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총회 제105회기 WEA연구위원회(위원장 한기승 목사) 1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1부 개회예배와 2부 공청회 및 질의·응답 순서로 진행됐다. 공청회에선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의 정승원 교수와 문병호 교수가 발제했다.
먼저 ‘WEA와의 교류’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정 교수는 WEA의 선교 방침과 타종교 접근방법에 대해 평가한 광신대 교수회의 보고서를 두고 “‘과거 WCC(세계교회협의회)의 선교와 하나됨’이라는 이름으로 종교다원주의의 길로 걸어갔던 것으로 단정 짓는 건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며 “WEA는 WCC 등에서 거듭난 모든 신자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됨’을 원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또 “(WEA가) WCC와 연대해 이슬람이나 공산국가에서 핍박당하는 기독교인들의 상황을 두고, 어떻게 그들을 보호하고 복음을 전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WEA가 WCC처럼 타종교와의 ‘하나됨’을 추구한 것으로 단정 짓기 위해선 확실한 문건을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WEA 신학위원회 위원장(1996-2008)을 역임했던 롤프 힐레 박사는 ‘복음주의 신학의 미래와 21세기 교회에서의 그 선교적 도전들’이라는 글에서 개혁주의가 지향해야 할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오직 성경’과 ‘성경 전부’를 강조했다”며 “그러면서 복음주의는 이 두 원리를 근거로 가톨릭 교리에 대항하고 타종교들과의 에큐메니즘에도 대항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개혁주의가 ‘오직 성경’만 외치고 ‘성경 전부’를 등한시 하면 자신의 기독교적 이념을 내세워 마치 성경의 진리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여기서 자신의 일만 의롭고 다른 사람들은 틀렸다는 사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힐레 박사가 위 글에서 “비기독교 세계를 설득하여 기독교적 진리를 확신시키고 우리의 가르침과 설교를 듣는 사람들에게 유효하게 만드는 것은 성경적 진리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나타날 때에만 메시지가 진정으로 전달된다”고 했다며 “힐레의 이러한 주장은 성경의 가르침을 잘 따른 것이다. 예수님의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눅19:10)라는 말씀처럼 당시 예수님은 유대인들이 상종조차 하지 않았던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셨다. 혹시 우리가 따르는 개혁주의가 잃어버린 사람들을 등한시 하지 않았는지 새삼 반성하게 된다”고 했다.
계속해서 힐레 박사는 앞선 글에서 “보수적이고 정통적 신학에 머물러서 과거에 머물러 있기만 하게 되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많은 신학자들이 그 대답을 자유주의적이고 혼합주의적 개념들에서 찾아보려고 하지만, 바른 성경적 대답은 선교다. 만일에 어떤 신학자가 복음을 듣지 못한 자들에게 나아가 복음을 전하려 하시는 성령님과 보조를 같이 한다면, 그는 새로운 이데올로기와 종교들과 철학들을 높고 깊은 성경적 진리와 변증적으로 만나게 하기 위해서, 여러 다른 민족들에게 복음을 그들의 상황에 맞게 전하기 위해서 새로운 생각을 해야만 한다”고 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이처럼 힐레 박사가 WEA는 전혀 다른 신학적 정체성을 가진 여타의 기독교 단체들이나 심지어 타종교와도 연합할 수 있다고 암시한 게 아니라, 가톨릭 교회 및 안식일 교회와의 대화를 시도한 것은 ‘자유주의나 혼합주의’가 아닌 선교를 위한 것”이라며 “예수님이 다른 유대인들처럼 사마리아 여인과 교류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여인이 사마리아 동네에 들어가 ‘와 보라 이는 그리스도가 아니냐’를 외칠 수 있었으며, 그 동네 많은 사마리아인들이 예수를 믿었을 수 있을까”라고 했다.
또한 “광신대 교수회는 WEF(WEA 전신) 총무였던 벤서가 말한 ‘sharing of human resources’를 ‘인간의 자원을 공유하는 것’으로 오역해, 마치 사람의 재산이나 물건을 공유하는 좌파들의 모습으로 이해한 것 같다”며 “그러나 벤서가 말한 개념은 그리스도의 복음이 확장되는 곳에는 정의가 세워지고, 가난이 축소되며 인적 자원을 함께 나누는 일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이는 연합해서 돌아가며 함께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사회를 바꾸고 서로 협동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데 광신대 교수회가 이를 토대로 WEA가 마치 사회복음을 전하고 있다는 식의 왜곡은 큰 문제다. 사회복음이란 교회가 사회의 악을 뿌리 뽑고 사회정의를 세우기 전까지 그리스도가 재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WEA가 복음전도라는 이름 아래 실제로 타종교 포용주의를 취하고 있다고 결론을 맺었다”며 “이러한 결론은 근거 없고 강한 추측성 발언이다. 포용주의와 포용은 전혀 다른 것으로, 포용주의는 반성경적이지만 포용은 명령이다. 불신자도 하나님의 형상을 입고 있기에, WEA는 개혁주의와는 달리 타종교인들과의 대화를 거절하지 않고, ‘오직 성경’과 ‘성경 전부’를 기본원리로 삼아 얼마든지 타종교인들을 만나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개혁주의는 바리새인처럼 자기만 맞고 남은 다 틀렸다는 주의가 아니다. 존 칼빈이나 아브라함 카이퍼처럼 ‘오직 성경’과 ‘성경 전부’를 믿고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을 믿으며 동시에 하나님의 일반은총과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비기독교인들도 진리를 발견할 수 있고, 하나님은 그들도 진리를 알고 구원에 이르기를 원하신다고 믿는 사람들이 개혁주의자”라고 했다.
정승원 교수는 존 칼빈이 디모데전·후서 강해에서 딤전 2장 4절(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 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에 대해 “사도 바울이 이렇게 논증한 이유는 우리로 하여금 가능한 하나님의 나라에서 추방당한 것처럼 보이는 자들과, 특별히 불신자들의 구원을 돕기 위함이다. 여기서 사도바울은 특별한 사람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사람, 모든 민족에 대해서 말한 것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대표적인 개혁주의 신학자 촬스 핫지는 세상 사람들과도 교류하는 것을 바울이 허락했다고 믿는다. 요나서에서 니느웨 백성들은 여호와 하나님을 믿지 않았기에 분명 그들 나름대로의 종교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요나는 니느웨 백성들과 교류하기 싫어서 다시스로 도망갔다”며 “결국 하나님의 뜻이 이뤄졌다. 요나서의 메시지는 타종교인들이 하나님 눈에는 박넝쿨보다 귀하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는 요나의 전철을 밟았는지 모른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 교단은 세계개혁주의협의회(WRF) 회원이다. WRF는 공개적으로 ‘갈리아 신앙고백’, ‘벨직 고백서’,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서’ 등을 따른다고 주창한다”며 “이렇게 철저한 개혁주의 협의체가 WRF다. 그런데 WFR가 WEA의 회원이며 중요한 파트너라는 것이다. WRF가 WEA에 관해 우리처럼 알지 못해서 회원 가입을 했고 협력하고 있겠는가? WRF 기준으로는 분명 WEA는 개혁주의가 아니지만 교류를 끊을 정도의 그러한 반기독교적이고 비성경적인 협의체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문병호 교수는 ‘WEA 신복음주의 신학과 에큐메니칼 활동 비판’이라는 발제에서 “WEA 신복음주의자들은 성경 텍스트(Text)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 자체보다 콘텍스트(Context)에 적용된 의미에 치중하여 상황화를 중점적으로 거론했다”며 “성경의 상황화를 추구한 WEA는 참과 거짓을 말해야 할 때에는 뚜렷한 판단을 유보하고 ‘복음화’의 유익을 내세워 ‘신학적 타협’을 시도한다”고 했다.
앞서 1부 예배에서 설교한 소강석 목사는 “우리 교단은 보수신학과 개혁주의 신학을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반기독교 악법을 막기 위한 사역적 공조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선진들이 추구했던 신학적 순수성은 타협해서도 안 된다”며 “개혁주의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곧 영성이 제대로 뒷받침 돼야 한다. 아무리 신학의 골조가 튼튼해도 경건하지 못하면 헛것”이라고 했다.
한편, 합동 측 WEA연구위원회는 오는 11일 오후 2시 광주중앙교회와 22일 오후 2시 부산 부전교회에서 각각 2·3차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