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의 공교육에서 '종교교육'은 없습니다. 기독교재단이 운영하는 중고등학교에서도 '기독교 교육'은 제한받습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전혀 다른 영역이기만 할까요? 이 문제에 대하여 최근 정일웅 박사(전 총신대 총장)가 『교육신학자 코메니우스와 형제연합교회의 신앙』이라는 책에서 현실적이고 실천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본지는 이 책이 전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기독교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함께 해보고자 합니다.
정일웅의 정리에 따르면 코메니우스의 범지혜 교육에서는 전통적인 교사 중심의 교육 방식이 학생 중심의 교육 방식으로의 전환이 요청된다. 방점을 '가르침'에 두지 않고 '배움'에 두는 것이다. 정일웅은 이 방법론에서 교사는 학생의 배움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조력자"의 역할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교육의 현장에서 중심은 교사가 아닌 학생이다.
교육 현장이 학생 중심이 될 때 기존의 몇 가지 왜곡된 현상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교사의 폭력/체벌의 근절이다. 일방적인 지식전달 식의 교육은 지식을 가진 교사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힘의 사용'으로 변질되어 나타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도 공교육에서 학생 체벌이 금지된 것은 근래에 들어와서의 일이다. 코메니우스는 17세기에 이미 아이들에게 체벌을 금지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훈계의 가르침과 체벌을 일찍부터 분리하였던 것이다.
가르침이 아닌 '배움'이 중심이 되는 교육현장에서는 이해력이 부족한 학생에게도 교사는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자세를 가지지 않는다. 오히려 학생의 눈높이에 교사가 맞추어야 한다. 코메니우스는 교사가 아이들이 빨리 이해하도록 '도우는 역할'로서 가르침에 즐거운 방법이 필요한다고 강조했다. 정일웅의 말처럼 "배우는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관심을 가지고 학습에 임하도록 (하는 것은) 교수방법의 획기적인 도전"이다. 당시 교육 환경에서는 물론이고 오늘날 교육현장에서도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다.
이와 같이 학생이 중심이 된 교육 현장에서의 교수법에서 코메니우스는 자연적인 원리를 응용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이에 대하여 정일웅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창조주 하나님이 자연 속에 심어놓은 것으로 이해하였으며, 그 때문에 인간의 성장은 자연 피조물, 동물이나, 식물의 성장과정과 유비관계에 있는 것으로 이해하여, 인간이 유아기, 청소년기를 거쳐서 성인에 이를 때까지 그의 육체적인 변화와 정신적인 변화의 특성을 꿰뚫고 있었으며, 그에 걸맞게 언제나 각 성장단계의 교육과정에서 자연이 보여주는 교수방법을 찾아서 적용하였던 것이다."
코메니우스는 이 같은 교육의 환경 속에서 인간본성이 지닌 세 가지 씨앗 즉 지성과 덕성과 경건성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이 가운데 특히 덕성과 경건성은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가 없으면 가르쳐질 수 없고 배워질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코메니우스는 사람을 교육하는 것을 마치 정원사가 식물을 때와 상황에 따라 늘 돌보면서 좋은 결실을 기대하는 과정에 더러 비유하였다. 앞선 기사에서 언급하였듯 코메니우스의 교육은 지식을 넘은 전인격적인 범지혜 교육이며, 한정된 기간 교육이 아닌 평생 교육이다. 기독교 사립학교나 기독교 대안학교가 평생 교육기관은 아니지만, 교육의 경험은 평생도록 한 사람의 기억에 남아 그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관점에서의 교수법에 귀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특히 교회는, 유아부터 청년을 비롯하여 장년과 노년까지 전 세대가 모인 곳이다. 교회에 부여된 교육적 임무와 사명을 생각할 때 교회 사역자들 역시도 코메니우스가 제안한 교수법에 귀를 열어야 한다.
참고한 책
-정일웅, 『교육신학자 코메니우스와 형제연합교회의 신앙』 (범지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