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평등의 약속, 차별금지법 바로 지금’ 기자회견 중에 “6월 중 평등법(안)을 발의하겠다”라고 밝혔다고 한 매체가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교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 속에서 법안이 정말 발의될지, 발의된다면 어떻게 처리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 의원이 발의를 준비해 온 ‘평등법(안)’은 지난해 9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범여권 국회의원 10명이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과 거의 차이가 없다. 국가인권위가 제출한 ‘평등법’과도 대동소이하다. 이 법안들은 사회적 약자를 혐오와 차별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고 있으나 보다 큰 목적은 ‘젠더 이데올로기’ 실현에 있다.
차별금지법이나 평등법이나 법의 취지는 모두 그럴듯하다. 민주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가 억압당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법이 동성애, 동성혼으로 가는 대로를 열고, 개인의 자유를 보호한다는 구실로 절대다수가 역차별을 당하는 데 있다.
‘차별금지법 반대 전국의사연합’은 2일 국회 앞에서 ‘의료 윤리와 의학을 위협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평등법 제정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차별금지법은 언뜻 들으면 차별을 없애자는 좋은 뜻을 담고 있는 법 같지만, 양의 탈을 쓰고 다가와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 학문의 자유와 신앙의 자유를 억압하는 세상에서 가장 불합리하고 위험한 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계도 줄곧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기독교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외면한다는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서헌제 교수는 2일 예장 합동 전국목사장로기도회 강의에서 “‘공중의 권세 잡은 자’들은 여론 형성의 전진기지인 언론을 통한 기독교 혐오, 안티 기독교를 확장하고 있다”며 “기독교 하면 국민들의 마음에는 ‘무조건 반대만 하는 종교’ ‘교권다툼과 분열’ 등 부정적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기독교가 ‘혐오’ ‘차별’ 등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며 5년 전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을 소환해 내기까지 했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혐오 범죄를 근절하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이 넘쳐났지만 5년 후 원점으로 돌아간 근본 원인이 보수 기독교에 있다는 식이다. 20대 국회 당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했던 ‘혐오표현 규제법’이 보수 개신교의 반대에 막힌 것을 빗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언론 보도는 명확한 팩트 조차 회피하고 있다. 당시 ‘혐오표현 규제법안’이 장애인 여성 국적 나이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방지할 목적이었다면 기독교계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른 것들을 앞세우면서 중요한 목적은 항상 은밀하게 발톱을 감춘 채 뒤에 숨겨두고 있는 것을 기자가 정말 몰랐다면 취재가 부실했거나 무지 둘 중 하나다. 혐오규제법이 없어서 혐오범죄가 일어난다는 주장 또한 억지에 가깝다.
지난해 9월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과 이상민 의원이 6월 중에 발의하겠다는 평등법안도 마찬가지다. 장애, 나이, 인종, 국적 등의 사유에 대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런데 그런 이유라면 현행법으로 얼마든지 보호할 수 있는데 왜 새로운 법을 또 만들려 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젠더 이데올로기’가 쥐고 있다.
이상민 의원의 평등법(안)이 발의될 경우 신경 쓰이는 한 가지가 또 있다. 애초 법안에 담았던 ‘종교기관 예외’ 조항을 삭제하기로 한 것이다. 당초 이 의원이 발의를 준비하던 평등법안에는 ‘차별에 관한 정의’ 조항에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특정한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집회 등을 차별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 의원은 “일부 종교계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이 조항을 넣었다”고 시인한 바 있다.
그런데 최종 법안에 이를 제외했다. 그 이유를 이 의원은 “종교계는 ‘위장술’이라고 하고 시민단체는 후퇴한다고 하고 동참했던 의원들까지 이탈할 상황이어서”라고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한 마디로 종교계에 협조를 얻기 위해 넣었는데 별 도움이 안 되고, 반대로 친동성애 단체들의 반대가 심해 다시 뺐다는 얘기다. 이 말대로라면 국회의원이 입법 활동을 국민이 아닌 특정 이익단체, 또 상황 논리에 맞추고 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이 제정되면 다음 수순은 동성애 동성혼의 합법화로 간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의 근간인 윤리와 가치관이 무너지고, 사회의 기초인 가정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미리 가정해 염려하는 게 아니다. 스웨덴 등 이미 30년 전 동성애나 동성혼을 허락한 서구 여러 나라가 지금 겪고 있는 현실의 문제이다.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계류되면서 한숨을 돌렸던 교계는 이상민 의원이 ‘평등법안’을 이달 중에 발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전의를 다지고 있다. 이 의원의 ‘평등법(안)’이 정식 발의될 경우 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법사위에서 장혜영 의원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안)’과 병합 심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긴장의 끈을 조금도 늦출 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 교계는 성명서 발표와 세미나, 장외 규탄 집회 등을 통해 반대의견을 집약해 왔다. 그러나 지금과 똑같은 방법으로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서헌제 교수는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을 겨냥해 “이게 양을 삼키려는 이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나”라며 “세상을 이기려면 뱀같이 지혜로와야 한다. 뱀의 지혜 이상으로 교회가 지혜로와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은 곧 이제부터는 더욱 지혜롭고 치밀하게, 한국교회 구성원 전체가 똘똘 뭉쳐 책임감 있게 대응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