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코로나 상황 속 사회적 약자들 구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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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기자
jykim@cdaily.co.kr
샬롬나비, ‘사회적 소외자’ 주제로 제22회 학술대회 개최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상임대표 김영한 박사, 샬롬나비)이 28일 오후 서울 온누리교회 양재 캠퍼스(횃불회관) 화평홀에서 ‘사회적 소외자 대책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제22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현장엔 발표자 등 소수만 참석했고, 다른 이들은 비대면 화상(Zoom)을 통해 함께 했다.

육호기 목사(GMS 원로 선교사, 웰다잉문화연구원 사무총장)가 사회를 맡은 이날 학술대회에선 김영한 박사(숭실대 명예교수, 기독교학술원장)의 기조강연 후 곽혜원 박사(21세기 교회와신학포럼 대표), 채규만 교수(성신여대 명예), 이관표 교수(한세대), 김경숙 박사(연세대 상담연구원)가 발표했다. 논평은 임승안 교수(전 나사렛대 총장), 신현수 교수(전 평택대 부총장), 박영권 박사(장신대)가 맡았다.

“말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학술대회에서 샬롬나비 상임대표인 김영한 박사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샬롬나비
먼저 ‘사회적 소외자와 한국교회 대책: 신학적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한 김영한 박사는 “기독교의 복음은 본질에 있어서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짓눌린 자들을 위한 메시지를 갖고 있다”며 “신앙이란 맹목적인 복을 추구하는 기복 신앙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제자됨의 대가(the cost of discipleship)를 지불하는 신앙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제자의 삶이란 하나님의 본체이시나 스스로 낮아지신 성자의 케노시스(kenosis)를 본받는 것”이라며 “교회와 신자는 나사렛 예수를 본받아 자신을 비워 가난한 자들을 섬기는 종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최악의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갈수록 악화하는 사회 양극화와 사회적 소외자의 생존기반이 붕괴하고 있다”며 “팬데믹으로 인해 빈부격차가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해지면서 사회적 취약계층이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현안”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로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사회적 약자인 가난한 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구제해야 한다”며 “물론 가난한 교회들도 있으나 가난한 교회라도 가난한 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주님께서 주신 사명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팬데믹 사태 속에서 우리사회도 많은 저소득 계층의 국민들이 극도의 생활고 속에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자살 동향 데이터가 심상찮은 위기 국면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장기실업으로 인해 삶의 의욕을 잃어버려 미래를 포기하는 젊은이들, 가장의 실직으로 가정경제가 파탄 나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사람들, 생존의 벼랑 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붙들어주는 한국교회의 책임은 중차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가난한 자들을 돌본다면 분명히 주님이 교회를 다시 보고 부흥하게 하실 것”이라며 “교회와 신자들이 사회적 소외자들을 도와야 하는 것은 하나님이 그들의 편이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예수가 가신 길은 왕의 길이 아니라 종의 길이었고, 영광의 길이 아니라 십자가의 길이었다”며 “한국교회는 외면적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으나 태도에 있어서 항상 자신을 낮추어서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 열려 있고 그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며, 내면적으로는 항상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을 갈망하여 마음이 가난하여 내면에 천국을 소유하는 빛과 선행의 삶을 우리 사회를 향하여 비춰주어야 한다”고 전했다.

“죽음의 기운 횡행한 이 시대에 생명의 기운 확산을”

이어 ‘사회적 소외자 대책과 한국 기독교의 사회적 과제-글로벌 팬데믹 속에 악화하는 사회 양극화에 대한 대처방안 논의’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곽혜원 박사는 “코로나19의 장기화 속에서 우리는 상생·연대하는 기독교의 생명 공동체가 절실히 요청되는 시대를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곽 박사는 “초대 기독교 역사가들이 증언하듯이, ‘삶과 죽음의 주이신 그리스도’(롬 14:9)를 신앙하는 초대 교인들은 당시 무서운 전염병이 창궐하던 도시에 남아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폈는데, 이는 로마 제국의 대다수 의사들이 환자들을 기피하고 방치함으로 말미암아 안락사가 성행했던 상황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행동이었다”고 했다.

그는 “또한 초대 교인들은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당했던 고아와 과부들을 긍휼히 여기고 보살핌으로써, 당대의 비인간적인 사회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로운 시대 정신을 주창하였다”며 “기독교의 발흥과 확립은 기존의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는데, 특히 치명적 전염병이 발생한 결과 대부분의 공동체들이 신뢰를 잃은 와중에 초대 교회는 오히려 급성장했고 이 새로운 공동체로 사람들이 몰려오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초대 교회의 모습은 사상 초유의 팬데믹에 맞닥뜨려 교회와 성도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21세기 기독교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며 “이제 21세기 한국교회와 성도는 삶과 죽음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함으로 삶과 죽음을 넘어서는 생명 공동체를 회복함으로써, 죽음의 기운이 횡행한 이 시대에 생명의 기운을 확산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샬롬나비 학술대회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샬롬나비
이후 채규만 교수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심리학적인 접근-기독교 심리학 접근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이관표 교수가 ‘소외된 인간, 소외된 하나님-사회 내 소외된 자를 위한 교회의 책무’라는 제목으로, 김경숙 박사가 ‘탈북민 돌봄 실무자 소진 예방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역의 실제-탈북민 돌봄 실무자를 위한 프로그램 참여자 사례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

발표에 앞서 열린 경건회에선 오영석 목사(전 한신대 총장)가 설교했으며, 발표 후에는 이날 발제 및 논평자들과 함께 이상원 박사(전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 이일호 교수(칼빈대), 김중석 목사(사랑교회 원로)가 토론자로 나서 종합토론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