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의 공교육에서 '종교교육'은 없습니다. 기독교재단이 운영하는 중고등학교에서도 '기독교 교육'은 제한받습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전혀 다른 영역이기만 할까요? 이 문제에 대하여 최근 정일웅 박사(전 총신대 총장)가 『교육신학자 코메니우스와 형제연합교회의 신앙』이라는 책에서 현실적이고 실천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본지는 이 책이 전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기독교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함께 해보고자 합니다.
유아나 아동을 대상으로 지식이 아닌 지혜를 교육한다는 것은 현대 한국의 사회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다. 코메니우스는 유아/아동이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교재를 직접 고안하였는데 《그림으로 이해하는 세계》(Orbis sensualium pictus)가 그것이다. 이 책의 첫 장의 목록은 하나님, 세계, 천체(하늘), 불, 공기(기체), 물, 구름, 땅(지구), 땅의 농산물이다. 그러니까 자연세계를 배우는 데에 있어 창조주와 피조물 간의 관계적 측면을 생각하며 배운다. 정일웅은 이 책의 첫 장에 실린 교사와 아이의 대화가 범지혜 교육이 무엇인지 나타내준다고 말하며 소개한다. "아이는 교사에게 '지혜가 뭐예요?'하고 질문하고, 교사는 '지혜는 필요한 모든 것을 바르게 이해하고, 바르게 행하며, 바르게 말하는 것'임을 일러준다." 즉 사물에 대한 사실을 배움을 넘어 생각과 말과 행동의 조화 속에서 사물 분별의 능력을 기르는 통합적 교육이다.
아울러 정일웅은 코메니우스의 조기교육은 세상과 정신과 종교의 가르침을 전제한다는 것, 그리고 지혜와 덕과 경건을 가르치는 것을 함께 알린다. 여기서 경건의 교육은 신앙 교육이다. 여기에는 기도하기, 예배하기, 찬송하기의 내용이 포함되고, 또 하나님에 대하여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시는 분으로 알게 하며, 복음을 주시며 보호하시며 은혜를 베푸는 분, 그러나 심판하시는 분, 예수님을 통하여 사람을 구원하신 분, 죄와 실수를 용서하시며 사랑하신 분" 등의 설명으로 가르치는 내용이 있다.
코메니우스의 교육 체계에는 종교교육 즉 신앙교육이 늘 전제되어 있었다. 정일웅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이 부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당부한다. 종교교육이 없는 지식교육은 인간을 인간다운 인간으로 이끌기 어렵다. 코메니우스는 인간의 윤리성과 도덕성은 하나님을 아는 신앙을 가질 때 자연히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정일웅은 도덕과 윤리에서 종교가 거세될 때 그것은 허공을 치는 일밖에 되지 않음을 지적했다.
잠언의 기자는 "마땅히 행할 것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서도 그 길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언22:6)고 하였다. 유아와 아동들에게 어려서부터 창조주 하나님을 가르치고, 자연 세계를 가르칠 때 물질적인 관점으로만이 아닌 사람과 창조주의 관계성 안에서 가르치고, 인간 자신에 대하여서도 역시 창조주와의 관계성 안에서 바른 이해를 가진다면 "아이들은 늙어서도 그 길을 떠나지 않으며, 설사 떠났다 하더라도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 코메니우스의 조기교육을 지지하는 정일웅의 입장이다.
자연 세계는 가치중립적이다. 그것으로부터 파생된 과학기술이나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수중에 들어오게 될 때 그것이 사용되는 방식이나 사용되는 목적은 가치의 문제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 자본과 기술을 쥔 인간이 타자를 억압할지 혹은 더불어 이롭게 할지는 그가 가진 가치관과 세계관에 달렸다. 어릴 때부터 창조주와 세계와의 관계성 속에서 지혜를 배운 인간은 중대한 결정의 순간에 그가 의식을 하든 하지 못하든 지혜의 길 위에서 결단을 내릴 것이다.
참고한 책
-정일웅, 『교육신학자 코메니우스와 형제연합교회의 신앙』 (범지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