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크리스챤아카데미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 ‘대화의 집’에서 ‘극우 개신교는 어떻게 기독교를 과잉대표하게 되었는가’라는 주제로 대화모임을 개최했다. 이날 모임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생중계 됐다.
발제는 하상응 교수(서강대 정치외교학과)와 박성철 목사(교회와사회연구소 대표)가 했고, 하홍규 교수(숙명여대 인문학연구소)와 김혜령 교수(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가 논찬을 맡았다.
“진보 아젠다 때문에 표현의 자유 침해받는다 생각”
먼저 ‘미국 백인 복음주의 유권자는 왜 트럼프를 지지하였나?’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하상응 교수는 “미국 선거에서 기독교 신자, 특히 개신교 신자가 보수 정당인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유권자의 약 43%를 차지하는 개신교 신자의 60%가 트럼프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반면, 39%가 바이든 후보를 선택하였다”고 했다.
그는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 유권자로 한정시켜 보면 이들의 정치적 보수 경향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며 “백인 복음주의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약 28%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중 76%가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를 선택하였다”고 했다.
하 교수는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들이 트럼프와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종교 보다는 정치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며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갖고 있고, 평균 연령이 높으며, 남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과대대표되어 있는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들은 건강보험, 이민, 임신중절, 총기 규제, 환경 등의 정치현안에 있어서 공화당 친화적”이라고 했다.
그는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들에게 있어서 공화당과 그 정당 소속 정치인을 지지하는 행위는 미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기독교 민족주의(Christian nationalism)’의 발로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러한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정치관에는 최근 미국 사회 변화에 기인한 ‘지위 위협(status threat)’이 반영되어 있다”고 했다.
하 교수는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들에게 오바마 대통령 집권기에 가속화된 사회 문화 차원의 진보적 움직임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며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Obergefell v. Hodges)로 동성간 결혼이 수정헌법 제 14조의 동등한 대우 조항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그 전까지 주 별로 서로 다르게 적용되었던 동성 간 결혼의 합법화 문제는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합헌 판결로 일단락된다. 이에 미국 전역에서 동성 간 결혼을 통한 부부관계가 법적으로 존중받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동성간 결혼 합헌 판결이 모든 미국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변화시킨 것은 아니”라며 “사회 현안들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띠고 있는 개신교 근본주의 신자들을 중심으로 동성간 결혼을 인정할 수 없다는 움직임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났다. 이들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비추어 볼 때 동성간 결혼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어 “실제로 이들은 이 현안을 중심으로 동원되어 한때 캘리포니아 주에서 동성간 결혼을 금지하는 주민발안(Proposition 8, 2008), 합법적인 결혼은 남성과 여성 간에만 가능함을 못 박는 연방법(Defense of Marriage Act, 1996)의 제정에 큰 역할을 한 바 있다”고 했다.
그는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들은 사회문화 영역에서의 진보 아젠다 때문에 자신들의 표현의 자유(수정헌법 제1조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가 침해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독교 근본주의에 대해
다음으로 ‘보수 교회의 극우화에 대한 복음주의적 진단과 대응’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박성철 목사는 “문자주의적 성서 이해를 고집하는 이들은 성서에 대한 자신들의 해석이 성서가 가르치고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거나 전부라고 주장한다”며 “신학적으로 이처럼 분명하게 선을 그어버리는 사람들은 종교적 다양성에 의해 제기되는 복잡한 이슈들에 대해 고심하지 않고 무시한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 근본주의의 신학적 기반이 되는 성서 문자주의는 계몽주의 이후의 근대화와 세속화를 거부하는데, 이는 전근대적인 종교 전통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목사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전근대적 종교적 전통에 기반해 교회나 종교적 영역뿐 아니라 현실사회 혹은 현실정치를 평가하려는 ‘종교적 도덕주의’(religious moralism)의 경향을 보인다”며 “종교적 도덕주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죄인’으로 규정하고 공격성을 표출하는데 주저함이 없다”고 했다.
또 “오늘날 한국교회 내 기독교 근본주의의 문제를 다룰 때 우선적으로 논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극단적인 배타주의”라며 “물론 종교의 일반적인 특징 상 특정한 종교적 가르침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들은 일정 부분 타종교에 대해 배타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종교든지 보편적 인류애에 대한 가르침이 없이는 막스 베버(Max Weber)가 언급한 ‘세계 종교’(Weltreligion)로 발전하기가 어렵다. 종교가 건강할 경우 보편적 인류애에 대한 가르침이 종교적 배타주의를 제어한다”고 했다.
박 목사는는 “근본주의자들에게 현대 사회의 가치는 기독교 신앙과 대립하는 것이며 기독교적 가치를 무너뜨리려는 사악한 계략일 뿐”이라며 “현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권위주의와 차별 기제를 강화하며 종교적 배타주의를 공적 영역에서 공공연하게 표출하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초기에는 분리주의적 강박관념으로 나타나지만 사회적 혼란이 심해지면서 사회적 헤게모니나 정치적 권력에 가까워지면 비판자(혹은 반대자)에 대한 공격성으로 표출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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