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00여 개 기독교사학들의 연합단체인 (사)미션네트워크의 창립 예배 및 총회가 20일 오전 서울 이태원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창립총회에선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담임, 한동대학교 이사장)가 회원들의 만장일치 박수로 이사장으로 추대됐다.
이사로는 고명진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 예닮학원 이사장), 김요셉 목사(원천침례교회 담임, 중앙학원 이사장), 김운성 목사(영락교회 담임, 영락학원 이사장), 김은호 목사(오륜교회 담임, 꿈이있는 미래 대표), 김종준 목사(꽃동산교회 담임, 쉐마기독학교 이사장), 박광준 목사(숭실대 이사장), 박상진 교수(장신대), 손신철 목사(인천제일교회 담임, 총회문화법인 이사장), 정길진 목사(우리성문교회 원로, 진선학원 이사장)가 선출됐다. 감사는 손성규 교수(연세대 경영대), 강동호 대표(강동호 법무사무소 대표)가 맡기로 했다.
(사)미션네트워크는 이날 발표한 설립취지서에서 “기독교학교는 한국 근대교육의 모태가 됐을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에는 폐교를 불사하며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을 지켰으며, 3.1운동의 본산지가 되어 항일구국운동과 민족교육의 요람으로서 그 역할과 책무를 다하였다”며 “그 동안 실력과 신앙을 겸비한 인재들을 배출하여 나라 발전에 공헌해 왔음 또한 우리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미션네트워크’는 135여 년 기독교학교 역사에 최초로 설립되는 기독교사학 법인 연합단체로서 기독교학교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함께 증진시킬 수 있는 교육정책을 연구하고 기독교사학 법인의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연수활동 등을 통해 오늘날 500여개의 기독교학교(초·중·고·대학)의 교육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앞장서고자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먼저 정길진 목사(우리성문교회, 진선학원)가 인도한 창립 감사예배로 시작했다. 다같이 ‘겸손히 주를 섬길 때’ 찬송을 부른 뒤 박광준 이사장(숭실대)의 감사기도, 정길진 목사의 성경봉독이 있었다. 이어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원로)가 ‘포기하지 말라’(갈라디아서 6:9)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홍 목사는 “이 나라에 사학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교육이 발전됐을까? 교회는 복음의 한 통로로서 사학을 통해 우리민족을 깨웠다. 대부분 사람들이 사학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에 오해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구원받은 것은 하나님의 선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이 땅에 선이 없다. 선의 원천이신 예수님의 능력을 힘입어야 이 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오늘 본문에서 선을 행하되 낙심치 말라고 했다. 낙심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를 맞아 낙심이 찾아올 때 하나님은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며 “포기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거두게 될 것이다. 낙심은 사탄이 주는 것이지 하나님이 주시는 게 아니며, 어려운 만큼 더 큰 축복을 주시는 하나님의 추수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후 김종준 목사(꽃동산교회, 꽃동산학원)의 축도에 이어 고명진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 예닮학원)와 표용은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 증경대표회장)가 각각 환영인사와 축사를 전했다.
고 목사는 “사학법 개정으로 기독교사학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신앙교육이 어렵게 될 수 있는 위기의 시대에 직면했다. 이 위기를 맞아 다음세대를 말씀세대, 기도세대 등으로 세우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표 목사는 “지금 우리나라 교육에서 인성교육이 파괴됐다. 우리나라의 부강은 135년 전 우리나라에 건너온 선교사들의 기독교 교육을 통해 우매한 국민을 일깨워 인재양성을 통해 얻은 결과”라며 “잘 살고 교만해져서 기독교 교육을 파괴하고 막으려는 세력들이 태동했다. 이에 맞서고 기독교 교육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오늘 미션네트워크 창립을 위해 기도하고 도와 달라”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영상축사에서 “하나님은 이 땅에 학교라는 제도를 통해 창조섭리를 드러내시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성경에 기반한 올바른 기독교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1885년 아펜젤러 등의 헌신으로 배재·경성학당 등 기독교학교가 설립돼 나라발전에 일조했다. 기독사학 연합체인 미션네트워크를 통해 앞으로 연합된 500여 개 기독사학들이 한국교회와 연대해 우리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진 세미나 순서에 박상진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가 ‘기독교 사학의 정체성 위기와 극복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박 교수는 “현재 많은 기독교사학들에서 기독교 교육은 빈약하고, 전문성만 강화된 형태가 됐다. 하지만 기독교적 가치를 교육 전반에 깊이 뿌리내려 자연스레 표출하는 게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기독교 교육”이라며 “해방 이후 국가의 예산 부족으로 중·고등학교·대학교 대부분은 사학들이 세웠다. 특히 기독교사학들은 사재를 털어서 국가가 하지 못한 일을 대신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립학교를 공교육체계로 포섭하는 등 정부의 사학공영화 정책 탓에 사학들은 기독교신앙을 가진 교사 채용의 권한을 보장받지 못하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동성애 반대’라는 기독교이념 구현을 사학들에게 철회할 것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사립학교의 비리 근절과 투명성 제고라는 미명하에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법인의 권한을 교수나 교원들에게도 배분하자며 기독교사학의 건학이념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고, 여기엔 종교교육의 자유도 포함돼 있다. 기독교 학교가 기독교 교육을 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도 있다. 2010년 헌재는 판결문에서 종교의 자유에 대해 ‘...종교적인 확신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아니하는 소극적인 종교행위의 자유 및 종교교육의 자유가 있다’고 판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독교 학교는 건학이념 실현을 위해 자체적인 교육 커리큘럼 구축과 학생선발의 자율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나아가 기독교적 건학이념에 동의하는 교원 채용의 권한도 보장돼야 한다”며 “1974년 초중고 평준화 정책은 그 범위에 기독교사학을 포함시키면서, 기독교사학을 비롯한 사학 전반의 자율성 약화를 초래해 기독교 교육의 온전한 실현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특히 “2005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개정사립학교법을 기점으로 2020년 박용진 의원 등이 주도한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교육부는 기독교사학에 관선이사회를 설치해 신앙과 관계없는 인사를 이사 정족수의 2분의 1까지 파견할 수 있게 됐다”며 “평준화 정책 이후 현재 미션스쿨에서는 기독교, 종교교육이 불가능해졌다. 아울러 신앙이 아닌 학문인 ‘종교학’을 가르칠 뿐이다. 이로 인해 기독교사학의 교육 자율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현재 문재인 정부는 국가 주도의 ‘공영형 사학 정책’을 예고해, 획일적 교육을 강요함으로 기독교사학의 자율성 약화에 더욱 탄력을 가하고 있다”며 “국가예산 투입을 빌미로 국가가 사학을 통제하는 현재 시스템에서, 한국교회는 사학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법적·정책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독교 건학 이념과 이에 따른 교육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기독교사학 자정위원회 출범을 통해 사학비리 근절, 기독교학교의 공헌 역사 등 이미지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독교 학부모들의 ‘학교선택권 운동’과 기독교사학 유관기관들의 긴밀한 협력이 있다면 정부차원에서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