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12일(현지시간) ‘2020 국제 종교자유보고서’를 발표했다. 북한의 종교와 인권 문제가 전 세계에서 최악이라고 지적한 가운데,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우려도 담았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3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국무부는 이 보고서에서 북한 헌법은 주민들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첫 문장에 명시했지만, 실제론 주민들에게 종교의 자유가 없는 것은 물론 일부 주민들이 탄압을 받고 있다며, 헌법과 배치되는 이 같은 상황을 17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담았다.
국무부는 탈북민들의 증언과 여러 비정부기구(NGO) 등의 조사내용을 인용한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은 어떤 종교적 행위일지라도 이에 가담한 개인에 대해 처형과 고문, 체포, 신체적 학대 등을 자행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북한 내 수용소에 수감된 기독교인이 5만에서 7만 명, 많게는 20만 명에 이른다는 기독교 비정부기구들의 추정치를 소개했다고.
또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탈북민 등을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1천411건의 종교 탄압이 북한 내에서 자행되고, 종교와 관련해 126건의 살인과 94건의 실종 사건이 있었다는 점도 담았다고 VOA는 전했다.
아울러 지난 2014년 발간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최종보고서가 북한 정권이 개인의 생각과 양심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철저히 부정하고 있다고 명시한 점에 주목하면서, 여러 자료들은 2014년 이후 현재까지 상황이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국무부는 북한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한 점과 시기적절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도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각 개별 학대 사례와 관련한 세부 내용의 파악이 어려워지고 북한 내 종교단체의 숫자와 신도 수조차 추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고 한다.
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국경 봉쇄 상황이 강화되고, 북한이 대중들의 모임을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 같은 외부세계와의 단절이 인권 침해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우려도 소개했다고.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 2001년 이후 계속해서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CPC)으로 지정돼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기도 했다고 VOA는 덧붙였다.
보도에 다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1998년 제정된 ‘국제종교자유법’에 따라 종교 자유를 조직적으로 탄압하거나 위반하는 국가들을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미국 무역법은 이를 토대로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국무부 국제종교자유국의 데니얼 네이들 담당관은 이날 전화브리핑에서 중국과 함께 북한을 전 세계 최악의 종교자유 침해국으로 꼽았다고 한다.
한편 이날 국무부는 북한에 대한 종교자유 상황과 별도로 한국의 상황을 정리한 보고서도 함께 발표했다고 VOA는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는 지난해 6월 5일 한국의 기독교단체인 ‘순교자의 소리’가 북한으로 쌀과 비타민, 성경 등을 담은 용기를 한국 바다를 이용해 북한으로 보내려 했지만 경찰에 의해 막혔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 정부가 전단 살포 등을 막지 않을 경우 군사적 긴장 완화와 기타 교류 등에 대한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위협을 한 사실도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들 담당관은 “미국은 전 세계에서, 그리고 한국 등 가치 있는 파트너들과 협력해 종교와 신앙, 표현의 자유 같은 근본적인 자유를 증진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인권과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의 증진을 위해 시민사회 파트너와 탈북자 단체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대북전단금지법과 같은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이는 보고서에도 명시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고 VOA는 덧붙였다.
네이들 담당관은 북한 주민들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 계속해서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라면서, 이는 “그들의 삶과 생활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