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과 종교교육-③] 데카르트가 현대 종교교육에 끼치고 있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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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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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이 외면하는 ‘종교 교육’의 현실진단 기획 시리즈

오늘날 대한민국의 공교육에서 '종교교육'은 없습니다. 기독교재단이 운영하는 중고등학교에서도 '기독교 교육'은 제한받습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전혀 다른 영역이기만 할까요? 이 문제에 대하여 최근 정일웅 박사(전 총신대 총장)가 『교육신학자 코메니우스와 형제연합교회의 신앙』이라는 책에서 현실적이고 실천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본지는 이 책이 전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기독교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함께 해보고자 합니다.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고중세의 자아와 근대 이후의 자아를 구분 짓는 경계선은 단연 데카르트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계 안의 인간이 자기중심주의적인 사고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데카르트 이전의 고중세의 사유도 자기중심주의적인 면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유한자인 인간이 유한적 한계 안에서 사고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중세와 근세는 데카르트를 기점으로 현격히 구분된다. 고중세의 이성은 신적 이성 아래의 이성이었고 고중세의 확실성은 신에 의해 보장되는 확실성이었다. 이에 비해 데카르트의 '코키토'는 신 없이 스스로 사고하는, 신으로부터 독립된 주체이다.

정일웅 박사는 근대 이후의 공교육이 종교의 영역을 배제하고 '세계와 자아'(정일웅은 각각 자연과 정신이라 표현하였다)에 치중한 교육을 하게 된 근본적인 연유로 데카르트와 베이컨의 사상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이 둘은 "인간중심적이며, 이성중심적인 현대 교육학의 방향설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교육철학자들이 분명"하다. 정일웅 박사는 아울러 독일 본(Bonn)대학의 헤닝 슈뢰어 교수의 말을 빌려 "그들(데카르트와 베이컨)이 주장하는 철학적 방향을 선호한 선택이 오늘날 유럽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와 인간교육문제의 근원"이라고도 하였다. 이 내용은 『교육신학자 코메니우스와 형제연합교회의 신앙』의 제7장에서 다뤄지고 있다.

이 기획시리즈의 3편에 해당되는 이 글은 데카르트에 관한 정일웅 박사의 서술이 데카르트의 사상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전제를 가지고, 데카르트의 사상 그 자체가 종교교육을 외면하고 인간중심주의적인 교육으로 인간을 몰아가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자 함이다. 이를 위하여 한스 큉이 데카르트를 논한 부분을 살피면 다음과 같다.

한스 큉에 따르면 데카르트를 기점으로 근본적인 확실성은 더 이상 신에 의지하지 않고 인간에게 근거하게 되었다. 신의 확실성으로부터 자아의 확실성으로 건너가던 중세의 방식이 근대에서는 자아의 확실성으로부터 신의 확실성으로 건너가는 방식으로 교체되었다. 근대는 중세의 신중심주의로부터 벗어나 튼튼한 인간중심주의를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스도교와 부딪히는 부분이 아니다. 한스 큉에 따르면 데카르트의 초기 해석자들은 데카르트를 형이하학자/인식론자로 보았음에 반해 보다 나중의 해석가들은 데카르트를 전적으로 종교적 인물로 취급하고 있다. 그리고 한스 큉 자신도 데카르트에 대하여 "항상 그리스도 계시종교를 분명하게 신봉"한 그리스도교 신자였다는 것, 또 "데카르트가 그리스도교 철학을 전개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그리스도 신자로서 철학을 개진"하였다는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한스 큉은 단적으로 "종교 문제에 있어 데카르트의 성실성에 관한 한 더 이상 문제 삼을 것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철학은 신학이 아니었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스 큉의 말대로 "데카르트의 철학에서는 각별히 그리스도교적이라 할 바가 전혀 없다. 그의 철학이 신을 다룰 적에는 항상 철학자들의 신이지 선조들과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은 아니다." 데카르트는 명석하고 판명한 이념들의 영역과 계시의 영역을 구분했고, 양자는 뒤섞이지 않고 서로 상반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데카르트의 철학에서 신앙의 문제를 찾아 해매일 이유는 전혀 없다.

오늘날 공교육 현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종교교육을 논하면서 이 내용을 지면을 할애하여 다루는 이유는, 종교와 철학의 관계를 잘못 설정하면 결국 종교교육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마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까지 잘못 채워지는 것과 같다. 정일웅 박사는 책의 말미에 기독교 대안학교가 가질 수 있는 희망을 말한다. 기독교 사립학교이든 기독교 대안학교이든 교육 프로그램을 짤 때 철학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시작하면 안된다. 종교교육의 방향성을 생각할 때 우리가 유의해야 할 부분은 데카르트 철학 그 자체의 내용보다도, 철학의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느냐의 문제이다. 철학과 신학 그 "둘 사이에는 오직 평행선과 고유한 거리가 있을 뿐이다."(한스 큉)

참고한 책

-이진경, 『철학과 굴뚝청소부』 (그린비)

-정일웅, 『교육신학자 코메니우스와 형제연합교회의 신앙』 (범지출판사)

-한스큉, 『신은 존재하는가』 (분도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