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총회장 박영호 목사, 이하 예장 고신)가 22일 서울시 영등포구 소재 남서울교회에서 '포스트 코로나와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제목으로 고신총회 70주년 준비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김상범 교수(서울대 재료공학부)와 박혜정 교수(연세대 의과대학)가 나섰다.
“인간과 신앙에 대한 근본적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
먼저 김상범 교수가 '인공지능기술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그는 "반도체 분야에서는 '무어'의 법칙이 핵심이다. 반도체 회사 인텔 창업자인 고든 무어는 1965년 반도체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개수가 대략 1~2년마다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이런 추세면 20년이 지나면 1000배, 40년은 100만배, 60년이 자나면 무려 십억 배가 된다"고 했다.
이어 "1970년대 반도체 칩 안에 약 3천개 정도의 트랜지스터 삽입이 가능했던 기술이 현재 2020년에는 같은 면적 안에 약 1천억 개 트랜지스터를 넣는 기술로 발전했다. 지난 50년 동안 반도체 기술은 3천3백만 배 발전한 것"이라며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 기술도 반도체 기술처럼 엄청난 발전 속도를 보여준다면, 그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이란 컴퓨터도 지능을 갖게 됐다는 뜻이다. 여기에 '딥러닝'(Deep learning)이 적용된 컴퓨터는 스스로 학습 능력을 계발하면서 인간과 유사한 인지성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며 "그 예가 바로 2016년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의 바둑경기에서 5판 중 4판을 승리한 알파고(AlphaGo)다. 딥러닝이 장착된 알파고에 바둑기보를 입력시키자, 자신과의 시합을 무려 128만 번이나 시행하면서 스스로 이세돌을 꺾은 실력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연산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특정 부분에선 한계를 보인다. 일례로 번역은 가능하지만 문장에 대한 깊은 이해, 제시된 과학 이론에 대한 증명과 실험 등을 수행하는 고차원적 작업 등"이라며 "이처럼 현재 구현된 인공지능은 '약 인공지능'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인간의 능력에 유사한 '강 인공지능'의 실현 가능성도 예측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인공지능이 출현한다면 사회와 교회에 큰 파급효과를 던질 것이다. 먼저 1단계 인공지능은 수많은 단순 노동을 대체하게 된다"며 "가령 컴퓨터가 CCTV를 통해 위험한 상황을 감지하는 업무 등 사람의 손을 필요로 했던 수많은 직업들을 컴퓨터와 로봇이 대체한다면, 인간의 노동 가치는 떨어지고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회는 더 불행하거나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다.
곧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부가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되면 사회 전반은 불행해질 것이고, 반대로 인공지능 혜택이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분배돼, 적은 양의 일로도 충분한 소득을 얻을 수 있다면 더 행복한 사회로 변모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인간과 신앙에 대한 근본적 생각은 변화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단계 인공지능은 직업 차원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에서 인간을 대체하게 된다"며 "일례로 우리 일상이 가상현실에서 그대로 구현되는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기술이 있다. 예로 가상현실에서 대형 콘서트장을 구현하고, 인기가수는 자신의 아바타로 공연을 하면 일반 대중들이 해당 공연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되면 메타버스 교회의 출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상현실의 예배당에서 다른 아바타들과 예배를 드리고, 인공지능 목사님의 상담과 기도를 받을 수 있다.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나보다도 더욱 나를 잘 알아 아름다운 문장으로 우리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다"며 "2단계 수준에서 현실보다 더 나은 가상세계가 펼쳐진다면 사람들의 현실도피는 더욱 횡행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3단계는 인간을 초월한 인공지능의 출현"이라며 "우리의 모든 기억, 지식, 경험, 감정, 의식마저도 컴퓨터에 전송하면 우리는 병든 몸을 떠나도 자아는 컴퓨터 안에서 영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과학자의 태도 가져야”
이어 박해정 교수(연세대 의대)가 '뇌과학이 이해하는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과학의 발전이 경계심을 촉발시키는 것은 필연적이나 엄밀하게 따지면 자연에 대한 지식이 더욱 확장된다는 표현이 적절하다"며 "자연에 대한 지식이 판도라 상자처럼 밝혀지지 말았어야 하는가? 그 자연도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지으신 것임에도 말이다"라고 했다.
그는 "과학현장에서 거세게 밀려오는 유물론적 자연주의의 응전은 뇌 과학을 점유해, 대중 속으로 더욱 강하게 퍼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울타리 안에 갇혀 정작 싸워야 할 대상을 식별하지 못한 채 힘 빠진 공룡이 되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고 했다.
박 교수는 "그리스도인은 과학적 엄밀성으로 지식을 대하는 사고 체계를 지녀야 한다. 과학도 하나님이 인간에게 부여한 합리성의 토대 위에 세워진 진리 탐구 과정"이라며 "진리를 대할 땐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고 검증 여부에 따라 적절한 권위를 부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과학은 어떤 발견의 편향성으로, 실제 사실을 왜곡할까봐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 이처럼 진정한 과학자란 나의 경험이 형성한 사고 체계가 ‘신념에서 비롯됐는지, 혹은 그 신념이 데이터를 잘못 해석한 건 아닌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집단"이라며 "마치 우리 뇌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기에, 그리스도인도 과학자처럼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학은 본질상 열려있는 과정으로 새로운 이론이 정당하다면 받아들이는 학문이다. 물론 과학 자체가 열려 있는 프로세스이지만 과학을 해석하는 세계관은 닫혀 있을 수 있다"며 "다른 가설의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고 심지어 공격하는 행위는 엄밀하게 과학자가 아닌 특정 '~주의자'의 행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갈릴레오를 공격한 종교재판이 그 예다. 갈릴레오는 과학자로서 당시 로마 카톨릭과 싸운 게 아니라 기독교 사상으로 여겨진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과 싸운 것"이라며 "달부터 모든 우주가 완전한 원으로서 원 운동을 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이 당시 기독교가 바라본 자연세계였다. 이와 달리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통해 본 달이 울퉁불퉁해서, 완벽한 원이 아님을 발견하고 아리스토텔레스 주의자들과 싸운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이처럼 우리도 성경이 진정 말하는 바를 주목하기보다, 어떤 이들의 해석을 성경 데이터에 잘못 적용한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며 “다른 주장을 자세히 검토하기 전에 속단하는 것은 무신론자인 옥스퍼드대학 교수 리처드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에서 자신의 경험으로 기독교 자체를 속단한 행동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이어 “모든 그리스도인은 과학자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 세계의 빗장 문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세계의 문을 열고 드러내는 사람들"이라며 "사도행전 17장에서 바울이 아테네 아레오바고 언덕에서 한 변증은 당시 지성의 핵심적 문제를 건드렸다. 바울은 그들에게 신은 인간이 지은 건물에 귀속되지 않음을 설파했다. 그 시대가 자랑하던 시대정신에 근본적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어떻게 하면 멋있게 죽고 어떤 것이 가치로 운가’에 대해, 바울은 그들의 문화적·철학적 자부심 앞에서 부활을 설파했다”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프레임으로 그리스 로마인들의 핵심적 문제를 찌른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바울처럼 아레오바고 광장에 서 있다. 이 시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인 ‘인간이 누구인가’에 유일한 답을 주는 것은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읽고 의미 있는 추론을 줄 수 있는 그리스도인의 뇌에 달려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