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신정호 목사, 이하 예장통합) 인원및평등위원회(위원장 이종삼 목사)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노동과 인권’이라는 주제로 인권선교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오현정 상담사(노동자 심리치유 네트워크 통통톡)는 ‘코로나19시대 콜센터와 택배노동자의 현실과 인권’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일상가운데 누구나 감염될 수 있고, 무증상 감염과 그 경로의 확인 불가 등의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책임을 개개인에게만 돌릴 수 없다”며 “그런데 우리 사회는 ‘문제’를 사회구조적인 맥락과 분리해 개인적 차원으로 돌리는 모습이 강하다”고 했다.
이어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도 반복되는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의 사고 현장이 지닌 구조적 원인에 대한 진단과 책임 추궁보다,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등 개인적 차원으로 접근하는 경향성이 강하다”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심리적 위험도를 높이고 구성원의 치유와 회복을 어렵게 한다”고 했다.
오 상담사는 “지난해 택배 물동량은 20%이상 증가한 상황에서 15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로 세상을 떠났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노동량에서 공짜노동인 분류작업이 42.8%를 차지한 탓에 택배노동자들은 주당 71.3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직면 한다”며 “응답자의 25.6%는 점심식사를 못하고, 24.8%는 10분, 14.9%는 20분, 11.8%는 30분의 점심시간을 가진다고 답했다. 밥 먹을 시간조차 없이 달려야만 간신히 물량을 배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택배노동자의 건강권은 너무나 요원한 일이다. 응답자의 83.6%는 허리 통증, 87.7%는 어깨, 목, 팔 등 상지 통증, 85.2%는 다리, 무릎, 발 등 하지 통증 등을 호소했지만 실제 10%만이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아파도 쉴 수 없는 노동조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병원 입원을 위해 물량을 대신 배송해줄 대체인력(용차)을 구해야 하지만, 그 비용이 보통 배송수수료의 1.5-2배 정도를 차지하기에 ‘아프면 쉬어가기’란 택배노동자에게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했다.
특히 “응답자들은 ‘나도 과로사를 겪을까봐 두렵다’(80.4%), ‘우울 또는 불안장애를 겪었다’(26%) 등을 답했다. 택배노동조건 개선이 어려운 현실에서 받은 두려움과 무기력은 노동자들의 마음 건강을 손상시킨 것”이라며 “배달·택배노동자는 감정노동자로서 온전히 보호받지 못한 채, 어려움이 개인에게만 전가되면서 심리적인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 상담사는 또한 “콜센터 노동자도 ‘감정노동’의 대표적 직군으로 고객 갑질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사회적 관심을 받아왔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콜센터 상담이 늘었음에도 상담사 충원이 없어 응답자의 58.4%가 ‘1년 전과 비교해 업무강도가 높아졌다’고 답했다”며 “’노동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은 25.1%인데도, ‘1시간마다 5분 또는 2시간마다 15분씩 휴게시간 부여’ 시행이 없다는 비율이 응답자의 72.3%(219명)로 가장 높았다. 이처럼 콜센터 노동환경은 기본적인 쉼조차 누리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분투비정규직센터 실태 조사에 따르면, 업무 어려움 정도를 추정하는 수치에서 콜센터는 가장 높은 점수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콜센터 응답자 90.3%가 정신적 지침에서 어려움을 호소했고, 폭력 측면에서도 응답자 93.1%가 고객의 정신적·성적 폭력 경험을 경험했다고 했다”며 “그러나 감정노동 관련 조직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90% 이상을 차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터에서 겪는 정신적 손상의 문제는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며, 감정노동에 대한 존중과 보호 의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회구조적 맥락 안에서 해결방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며 “일례로 조직과 동료들의 정서적 지지와 적극적 대응이 있을 때 충격으로부터 빠르게 회복됨을 경험한다”고 했다.
손은정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는 ‘노동인권을 목회와 선교에 담는 3가지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논찬했다. 손 목사는 “1959년 우리 통합 총회는 노동주일을 제정했다. 당시 산업화의 태동에 급증한 노동자 숫자로 총회가 노동주일을 지켜 노동자 복음화에 힘쓰자는 취지는 현재 유명무실해졌다”며 “지금 노동주일을 지키고 기도하는 교회들이 얼마나 있을까? 노동과 신앙 문제를 깊이 숙고해 쓴 10여 편 설교와 약속문 5편을 총회가 선정해 교회 현장에 배포했다. 많이 사용해 주길 권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천편일률적인 신앙교육에서 벗어나 때를 따라 돕는 신앙교육이 필요하다. 우리 교회가 노동주일을 지키며 한국 사회가 지닌 노동문제에 대해 설교하고 기도하며 교육한다면, 교회의 공공성 재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대사회와 노동문제에서 내적심리와의 연관관계는 점증하고 있다. (때문에) 산업선교회는 현재까지 해온 전통적 역할에서 심리상담 사업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우리 노동사회의 긴급한 필요이자, 선교적인 차원에서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우리는 이 사업을 통해 우울과 상처가 깊은 노동자들의 마음을 만나고, 기도하며 내적 회복과 관계 능력을 키워 내는데 일조하고 있다. 심리상담사들이 일주일 내내 산업선교회 2층에 상주하며 상담할 수 있도록 선교회 공간이 활용되고 있다”며 “(이처럼) 교회도 주중에 공간을 필요한 일에 사용하도록 문을 열어준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품이 되고 선교의 그물을 내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김미숙 이사장(사단법인 김용균 재단)이 ‘산업재해 현장의 증언-현실과 문제점, 해결책 모색’, 이채은 위원장(청년유니온)이 ‘코로나19시대 청년노동자의 현실과 인권‘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