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이경호 주교, 총무 이홍정 목사)가 5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게 보내는 항의서신’을 발표했다.
NCCK는 “본회는 대한민국의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한국교회의 연합기관으로서, 세계교회협의회, 아시아기독교협의회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국제문제에 대응해왔으며, 반세기 이상을 필리핀연합교회(United Church of the Philippines, 이하, UCCP)와 협력하여 복음 전파를 위한 일에 힘써 왔다”며 “그런데 지난 3월 28일 필리핀 연합교회로부터 다바오에 있는 하란 센터의 은행 계좌와 재산이 동결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우리가 알기로 하란 센터는 심각한 상태로 무장화되어 가는 고향 땅을 피해 쉴 곳을 찾는 선주민들에게 안식처가 되어 왔다”고 했다.
이어 “UCCP 성명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가 ‘UCCP가 하란 센터의 재원과 자산을 이용하여 테러리즘을 지원하고 선주민들을 센터에 숨기고 그들에게 공산주의 이념을 주입했다는 악의적이고 근거 없는 혐의’를 씌워 하란 센터의 계좌와 재산을 동결했다고 밝히고 있다”며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필리핀 정부가 필리핀선주민협의회(NCIP)를 사주하여 마릿사 UCCP 감독(현, NCCP 총무)과 하란 센터 관리자를 인신매매와 아동학대라는 조작된 혐의로 고발하였다는 사실(물론 후에 무고로 판명되었지만)을 듣고 분노와 소름 끼치는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우리는 필리핀 정부의 이러한 공격을 선주민들의 생명권을 위태롭게 하는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규정한다. 갈 곳 없는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지만, 필리핀 정부는 오히려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매도하면서 그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했다.
또한 “우리는 필리핀 정부의 이러한 공격을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는 헌법 위반행위라고 규정한다.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이웃 사랑’ (마태 12:27-29)이다. 그러므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려는 선교 행위를 방해하는 것은 엄중한 신성 모독”이라며 “우리는 필리핀 정부의 이러한 악의적인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선주민들에 대한 생명권과 인권을 보장하라. ▲UCCP 계좌와 재산의 동결을 즉각 해제하라. ▲마릿사 감독을 포함한 UCCP 관계자들에 대한 악의적인 고발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NCCK는 “우리는 목회자들을 포함한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초법적 살인 등 필리핀의 인권침해 상황이 매우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 이제 귀하께서 무고한 사람들의 탄원을 들으시고 그들에게 정의를 올곧게 세워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린다”며 “우리 하나님께서 울부짖는 백성들의 탄식을 듣고 그 눈물을 닦아주시고 그 억울함을 풀어주시리라 믿고 있다. 또한,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필리핀 사회에 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계교회와 함께 기도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