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종교의 자유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해선 안 된다고 본 대법원이 이번에는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를 최초로 인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8일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전원합의체 판례를 이번 사건에도 적용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8년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법 88조 1항 1호에서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예비군법 15조 9항 1호는 병역법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국방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예비군 훈련도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 이행이라는 점에서 전합 판결의 법리에 따라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예비군 훈련에서 양심의 자유를 대법원이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복무에 관한 판결이 있은 뒤 하급심에서는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도 처벌해선 안 된다는 판결들이 잇따르기도 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6차례의 예비군 훈련 소집 통지서를 받고도 훈련을 이수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A씨는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됐다. 이후 A씨는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며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비군법 15조 9항 1호는 '정당한 사유' 없이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
즉 A씨는 자신의 종교에 따른 양심이 위 법 조항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1심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입각해 훈련을 거부하는 것은 양심표명의 자유의 관점에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국가안전보장 등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거나 훼손할 가능성이 충분한 행위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2심도 A씨의 병역거부 혐의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지난 2009년 비슷한 조항의 옛 향토예비군 설치법 15조 8항에 관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를 근거로 2심은 "대법원 또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예비군 훈련 불참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고 말했다.
다만 "A씨가 군복무는 현역으로 마쳤으나 이후 종교에 귀의해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등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라며 "동종 범죄전력 외에는 다른 범죄전력이 없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당초 이 사건은 전합이 심리했으나 선고에 이르러 소부로 재배당됐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