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말 하루 1200명대까지 증가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수가 400명 안팎까지 감소하면서 3차 유행 확산세 차단의 핵심 조처인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2월 설 명절엔 해제될지 관심이 쏠린다.
방역당국은 하루 400명 안팎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가족·지인 등 개인 간 접촉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환자 수뿐만 아니라 3차 유행의 전반적인 양상을 보고 완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모임 금지 해제 시 자칫 연말연시 미뤄왔던 약속·모임·회식 등으로 이어져 집단감염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반면, 위험도가 2.5단계 밑으로 내려왔다면 장기간 거리 두기로 지친 국민들을 위해 명절 만큼은 3단계 이상 수준 조처인 모임 금지를 풀 필요도 있다는 의견이다.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정부는 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함께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18일부터 31일 자정까지 2주간 연장했다.
지난해 12월8일 거리 두기 단계가 지금처럼 상향된 이후 정부는 개인 간 접촉으로 환자 수가 증가해 모임 제한이 필요하다는 지방자치단체 의견을 수용, 수도권은 12월23일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했다. 수도권 이외 비수도권에 대해선 24일부터 식당 등에서의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고 1월4일 거리 두기를 한차례 연장하면서 모든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확대 적용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25일 국내 발생 환자 1215명으로 정점에 도달했던 3차 유행이 완만한 감소세로 접어들었지만 2.5단계 기준인 1주간 하루 평균 400~500명 넘는 환자들이 겨울철 개인 간 접촉 등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17일까지였던 거리 두기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처를 이달 31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현행 거리 두기 단계와 모임 금지는 환자 수나 3차 유행 감소세와 관계없이 31일까지 유지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일어나는 겨울이 아직 2개월가량 남아 있는 데다, 각종 변이 바이러스 유입이 가족 등을 통해 얼마든지 지역사회로 전파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2월 말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 요양병원·시설 등 집단시설 거주 노인 등을 시작으로 확대될 백신 예방 접종 전까지 지역사회 감염 환자를 최대한 줄여야 감염 취약시설 등에서 안정적인 접종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가족과 지인 등을 통한 감염 확산 중심이었던 3차 유행 확산세를 감소세로 전환하는 데에는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 등이 골자인 거리 두기 단계 조정보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주효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5인 이상 모임 금지는 단순히 환자 수뿐 아니라 3차 유행이 전반적으로 감소했을 때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0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는 확진자 수와 연동해 취할질 조치라기보다는 3차 유행이 얼마만큼 지속하고 그리고 현재 어느 정도의 위험요인이 있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판단을 통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3차 유행 시기인 지난해 11월 이후 감염경로 중 '확진자 접촉'에 의한 감염은 35.4%인데, 이 중에서 가족·직장 내 전파가 62.4%를 차지했다.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달간 전체 확진자 가운데 확진자 접촉이 차지하는 비중은 34.8%→36.2%→39.3%→43.1%로 되레 상승 중이다. 확진자 접촉이란 가족 등을 포함해 동일한 감염원으로부터 환자가 4명 이하로 발생한 경우를 가리킨다.
이처럼 확진자 접촉에 따른 산발 감염 사례가 많다는 건 그만큼 지역사회에 감염 저변이 넓다는 뜻이다. 실내체육시설과 학원, 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시설은 물론 집단감염이 계속되는 종교시설 활동 방역조치까지 일부 완화한 상황에서 언제든 환자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고비는 설 연휴다. 확진자 발생이 다소 감소하는 추세에 있지만 아직 추세가 완만한 상황으로 명절 연휴 가족과 친지 모임 등으로도 감염은 얼마든지 확산될 수 있다.
다만 방역적인 관점에서 설 연휴까지 고려해 사적모임 금지를 연장하는 것이 유행세를 잡는 데 확실하겠지만, 거듭되는 사적모임 금지로 인해 높아진 국민들의 피로감을 그냥 두기도 어렵다.
현행 5명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처에 따르면 예외적으로 거주 공간이 동일한 가족 등은 5명 이상 모일 수 있다. 이때 해당하는 건 일시적으로 지방근무·학업 등을 위해 가족의 일부 구성원이 타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다가 주말, 방학 기간 등에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포함된다. 이외에 아동·노인·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경우, 임종 가능성이 있어 모이는 경우도 예외다.
제사 등 가족 모임・행사의 경우 거주 공간이 동일하다면 5명 이상 모임이 허용되지만 앞서 예외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4명까지만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중순께부터 시작된 3차 유행과 함께 거리 두기와 모임 금지 장기화로 인해 국민들이 느낄 피로도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5명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처 해제에 대해선 견해가 갈렸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심적으로는 풀어야겠지만, 5인 이상 사적 모임 조치를 풀게 되면 회식이나 모임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연말에 못 한 것을 연초에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해외에서는 확산세가 계속 올라가고, 우리나라도 아직 백신을 맞는 시기도 아니다"라며 "방역차원에서는 사적모임 금지를 연장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벼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지만 내용적으로는 2단계에 가깝다"며 "거기에 준해서 사적모음 금지 기준도 내리는 게 일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규모 모임의 경우, 마스크를 하고 규칙을 지키면서 가족 간에 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일반 국민들에게 힘든 기간이다. 명절을 앞두고 해제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