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의 삶에는 고통이 있다. 불교에서인생은 “고통이 가득한 바다”라고 표현한다. 기독교와 다른 세계관들도 인생에 존재하는 고통을 부인하지 않는다. 고통은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고통은 당연히 정신적인 고통을 말할 것이다.
세속적 무신론 세계관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고통의 문제를 제기하며, 기독교가 말하는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선천적 질병을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 자신과 관계없는 전쟁으로 인해 죽어가는 아이들을 전능하시고 사랑 자체이신 하나님이 어떻게 고통 가운데 버려두신다는 말인가? 전능하지 않거나, 인간을 사랑하지 않거나, 전능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 하나님이든지 차라리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논리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그들은 고통의 원인을 잘못된 사회 제도와 문화 때문으로 생각한다. 반면 기독교는 첫 사람 아담의 선악과 사건으로 인한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 인간 사이의 관계의 뒤틀림, 자연과의 관계의 파괴 등으로 생성된 인간의 원죄가 모든 고통의 원인이라고 제시한다.
고통의 원인을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에 고통을 해결하려는 방법도 각 세계관 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무신론 심리학에서는 개인의 고통이 사회로 인해 발생한 것이기에 사회의 제도와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제시한다. 이것은 개인의 노력으로 이루기 힘들기 때문에 개인이 당면한 고통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거나, 무시함으로써 고통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한다. 그러나 이런 시도로 실존하는 고통을 없앨 수 없으며, 인생의 상당한 부분에서 직면하는 고통을 무시하는 것은 스스로의 삶을 무시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반면 기독교 심리학에서는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통을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고통을 통해 하나님과 단절된 관계를, 인간 간에 뒤틀린 관계를, 자연과의 파괴된 관계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 관계를 회복할 방법을 제시하신다. 킬페트릭은 “어떤 세계관의 진정성을 평가하는 잣대는 그 세계관의 방법이 고통을 없앨 수 있느냐의 여부가 아니다. 없앨 수없는 그 고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주느냐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세속심리학에 실망하게 되고, 기독교에서 희망을 가지게 된다. 세속심리학에서는 고통이 아무 의미도 없지만, 기독교에서는 중대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
C.S. 루이스는 그의 책 “고통의 문제”에서 인간의 원죄를 다음과 같이 비유한다. “피조물이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것은 본분을 벗어나는 행위로서 '타락'이라 할 수 있는 심각한 죄이다. 그 선택 이후 인간의 영혼은 자기의 본성을 스스로 다스릴 힘을 잃었을 뿐 아니라 악에 의해 지배받는 형편이 되었다. 이 상태는 유전에 의해 후손에게 전달되었는데, 생물학자들이 말하는 단순한 한두 가지의 형질의 획득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종류의 인간 출현을 의미했다.” 인간에게 이 잘못된 본성에 대한 치료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까닭은 너무나 오랫동안 자기 것으로 주장해 온 의지를 하나님께 반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일은 언제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든 간에 인간에게는 가혹한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루이스는 “하나님은 쾌락 속에서 속삭이시고, 양심 속에서 말씀하시며, 고통 속에서 소리치신다. 고통은 귀먹은 세상을 불러 깨우는 하나님의 메가폰이다.”라고 하며 고통을 관계회복을 원하시는 하나님의 신호라고 주장한다.
프로이트로부터 시작한 제1세대 심리학은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인간의 심리적 문제를 찾아 그것을 제거하는데 집중하였다. 이후 1990년대부터 마틴 셀리그만을 필두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를 찾아 그것을 강화하려는 긍정의 심리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2005년 타임지의 ‘특수 심신문제’를 다룬 기획조사에서는 종교적인 사람이 무신론자보다 더 행복감을 느끼는데 종교가 다른 분야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통합적 서사를 제공하기 때문으로 분석하였다. 기독교에서 금지하는 도둑질, 간음, 속임수, 술, 담배, 마약 등은 중독적 특성이 강한 것들로 그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의 삶을 단순하게 안정시킴으로써 행복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소는 75년간 724명의 인생을 추적하여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지 연구한 “행복의 조건”을 발표하였다. 그 결과 행복은 부, 명예, 성취에 있지 않았다. 관계적 연결이 좋고 많은 사람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더 오래 살며 행복감을 느낀다. 또 육체적 질병 중에도 행복감을 느끼며 나이가 들어서도 더 나은 기억력을 유지한다. 예일대 산토스 교수도 “심리학과 좋은 삶”이란 강의에서 감사할 줄 알고, 작은 것에서 기쁨을 찾으며, 이웃을 돌아보는 삶에서 행복감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기독교는 성경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알 수 있고, 고통의 근원을 알 수 있고, 그 해결책을 알 수 있다. 세속심리학에서 행복의 조건으로 제안하는 좋은 관계, 감사, 마음의 여유 같은 것을 얻는 방법은 예수님의 산상수훈이나 바울의 서신에서 끊임없이 들어온 조언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모든 고통의 문제에 답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그 복음이 거저 주어졌다. 기독교 심리학과 세속심리학의 조언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는 아담과 하와에게 주어진 선택의 문제와 같은 것이다. 하나님을 믿을 것인가, 네가 신이 될 수 있다는 뱀의 말을 믿을 것인가의 선택 말이다.
묵상: 개인적인 문제로 마음의 고통이 생길 때 어떻게 해결하는가?
류현모(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약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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