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갑부인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은 지난해 3월 인도에서 인도 재벌 70명을 만났다. 게이츠와 버핏은 인도 재벌들에게 그들이 가진 부(富)의 일부를 인도의 수천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내놓으라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번 돈을 왜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했는지 경험을 소개하며 인구의 4분의 3인 8억명이 가난하게 사는 인도에서 자신의 부를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로 유력 잡지인 포브스는 인도에 65명의 억만장자가 있다고 밝혔다.
인도에서는 그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일확천금을 한 부자들이 27층의 집을 짓는 등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면서도 인도 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게이츠와 버핏의 제안으로 인도 GMR의 라오 회장은 교육과 직업훈련에 3억4,000만 달러를 쓰겠다고 서약했다. 인도에서 세 번째 부자인 아짐 프레미지는 지난해 인도 내 가난한 사람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20억 달러를 기부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프레미지는 “이번 모임은 인도가 공평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토의하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게이츠와 버핏이 인도까지 가서 인도 재벌들을 만나 부의 기부를 권면한 것은 이들이 2010년에 발표한 ‘기부 서약(The Giving Pledge) 때문이다. 게이츠와 버핏은 미국 부자들이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서약하는 이른바 ‘기부서약’ 캠페인을 시작했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은 물론, 페이스북 회장인 마크 주커버거 등 현재 80여명의 미국 부자들이 자신의 부를 절반 이상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이들은 이 캠페인을 세계적으로 확대, 얼마 전에는 중국 갑부들을 만나 ‘기부서약’을 소개했지만 냉담한 반응만 확인했다.
게이츠와 버핏이 자신만 기부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도 사회에 기부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미국사회에서 보편화된 기부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미국에는 수많은 대학, 교육재단, 연구기관, 장학기금, 미술관, 박물관, 병원, 요양소, 교향악단, 육영재단, 구호기금, 원호단체, 후원회, 종교단체 등의 공익기관과 비영리단체들이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일반인이나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설립. 운영되고 있다.
스밋소니언 박물관, 스탠퍼드대처럼 미국의 많은 기관이나 단체의 명칭이 사람의 이름을 달고 있는 이유도 대부분의 경우 바로 그 사람의 기부와 헌금으로 그 기관이 설립됐기 때문이다. 역사를 통해 내려 온 미국인들의 이러한 ‘주는 마음’은 최근에는 폴 뉴먼, 빌 커즈비, 오프라 윈프리, 브랫 피잇, 워렌 버핏, 빌 게이츠 등 유명인사들의 기부행위로 이어지고 있다.
20세기 초 록펠러와 카네기가 재단을 만들며 시작된 미국 부유층의 자선재단 활동은 2000년 5만6,582개로 불어났고 총자산은 4,861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에서 매년 걷히는 자선 모금액은 3,000억 달러가 넘는다.
미국인들의 기부는 미국의 수많은 싱크탱크와 예술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미국을 비정부기구(NGO)의 천국으로 만드는 원천적 힘이 되고 있다.
미국의 부자들은 지구촌 곳곳을 위한 지원사업에도 적극적이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만든 각종 재단이 해외에 기부하는 액수는 미국 GDP의 2.1%에 달한다. 이들 재단은 미국의 오케스트라와 미술관, 발레단, 박물관, 병원 등에 막대한 기금을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저개발국의 보건의료, 교육, 인권보호 사업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 기부문화의 중요한 특징은 기부행위가 어린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서민층에서 부유층에 이르기까지 확산돼 있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필요한 것을 마련하기 위해 집집마다 다니며 캔디를 팔아 모금하는 고사리 손들의 작은 활동에서부터 장애자들의 복지와 질병퇴치 연구를 위한 전국적인 모금활동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는 사회의 많은 기능들이 일반인들의 ‘기부’에 의해 달성되고 있다.
11월 15일은 전국 기부의 날로 지키며 기부한 개인들을 기리고 다른 사람들도 기부에 동참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미국 내에는 American Red Cross(적십자), Salvation Army(구세군), United Way, Habitat for Humanity(사랑의 집짓기 운동), Jerry Lewis MDA Telethon(근육 위축병 모금운동), 4-H Club, Peace Corps and AmeriCorps(평화봉사단), Green Peace, Rotary International, Lions Club, Feed the children, World Vision, United Negro College Fund, Better Business Bureau 등 수많은 단체들이 일반인들의 기부와 자원봉사를 바탕으로 환경보호, 질병퇴치, 빈곤구제, 인권옹호, 문맹퇴치, 동물보호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2009년 미국에서 나온 전체 기부금 중 약 80%는 개인들이 낸 돈들로 2,270억 달러에 이른다. 다른 재단이나 유산, 회사의 기부금이 나머지 20%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인도의 경우 개인 혹은 회사의 기부금은 전체 기부금의 10%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된다.
미국에서 이처럼 활발한 기부문화는 자본주의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빈부의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한 없는 베풂: 미국의 기부가 어떻게 경제를 활성화하고 중산층을 확대하는가’(Generosity Unbound: How American Philanthropy Can Strengthen the Economy and Expand the Middle Class)의 저자 클래어 가우디아니는 “자본주의에서는 개인자산을 극대화하면서 치열한 경쟁과 승자 독식이 나타난다”며 “하지만 소득수준의 불평등이 확대되면 민주주의는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 기부는 자유시장과 자본주의의 조정기 역할을 해 자본주의가 과열되거나 타버리지 않도록 예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케이아메리칸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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