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하루 누적 확진자 수가 1천명 대에서 500명대로 줄어들면서 정부가 현 거리두기 단계를 그대로 유지하되 실내 체육시설 등 일부 자영업에 대한 규제를 풀기로 했다. 형평성 논란을 빚은 교회 비대면 예배 원칙은 좌석 수에 따라 수도권은 10%, 그 외 지역은 20%로 현장예배가 가능하도록 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최고점보다는 줄어들었으나 제3차 유행기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고강도 규제로 인한 파열음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것을 감안해 일부 영업장에 대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교계는 지난해 성탄절부터 1월 17일까지 3주간 이어진 전국 모든 교회의 비대면 원칙하의 20명 미만의 예배가 여타 시설과 비교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좌석 수의 20%, 또는 10%라도 대면예배를 허용해 줄 것을 정부에 거듭 요청해 왔다. 비대면 예배가 이대로 지속될 경우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는 절박감에서 최소한의 숨통을 틔어달라는 요구였던 셈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가 중대형교회의 경우에는 다소 완화된 것일 수 있겠으나 미자립 개척교회와 같은 작은 교회들에는 오히려 더 악화시킨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교회 70% 정도인 100명 미만 규모의 작은 교회들에게 좌석 수 10% 미만이면 현실적으로 10명도 모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9일 한교총 대표들이 정세균 총리와 간담회에서 교회 예배 규제 완화를 요청할 때만해도 그 대상에 교회를 포함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일부 교회를 통한 확진 사례가 끊이지 않고, 특히 경북 상주의 BTJ열방센터 방문자들에게서 집단감염이 일어나면서 기독교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것도 걸림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교계의 요구를 무조건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은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불복종 거부운동 조짐이 일고 있는 것에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정부와 여당 일부에서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 후반기에 정치적 부담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 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도권은 2.5단계, 그 외 지역은 2단계 적용하면서 교회만 모든 지역을 일률적으로 비대면 예배로 규제해 온 것에 형평성 논란과 함께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 현실에서 합리적으로 대응할 근거가 없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교회를 향한 부당한 행정명령을 철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한 것도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 청원인은 “작년 한 해 동안 교회와 정상적인 기독단체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국내 모든 개인과 기관, 관공소를 포함해 지금까지 어느 분야를 비교해도 가장 소수의 인원이라고 확신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요구 사항을 공평한 잣대로 교회에 적용해 주시기 바란다”고 청원 취지를 밝혔다. 이 청원은 지난 8일 게시돼 18일 현재 5만7천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대면예배를 드렸다는 이유로 수차례 고발돼 11일 교회 폐쇄 조치를 당한 부산 세계로교회는 14일 부산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그러나 교회 측은 즉각 항고할 뜻을 밝히고 본안 소송과 함께 헌법재판소로 끌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와는 별개로 14일 대전에서는 대전지역 33개 교회가 모인 ‘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예자연)가 대전지법에 대면예배 금지명령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교회들이 최근 잇따라 법적 대응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은 부산 세계로교회 폐쇄 사태가 그 촉매제가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정부와 방역당국이 한국교회 특히, 반정부 성향의 보수권 기독교계를 상대로 노골적인 ‘방역정치’를 해 온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부가 방역지침을 정할 때 교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여전하다. 방역을 위해 정부가 종교계에게 협조를 구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지침을 내려 위반하면 고발하고 제재하는 것은 정치와 종교의 관계성이 이미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교회가 대면예배에 너무 집착하기보다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역할에 충실해 본을 보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금은 대면예배, 비대면예배를 놓고 서로 갈등하고 싸우는 것을 잠시 멈추고 지역사회 감염이 차단되도록 교회가 방역에 협조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방역 규제조치로 인해 파생된 예배 방식 논란과, 큰 교회와 작은 교회 사이의 입장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일부의 책임론은 앞으로 한국교회에 커다란 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치 공학적인 ‘편 가르기’에 한국교회가 휘둘릴 필요는 없다. 적어도 나와 생각이 같으면 우군이고 다르면 적이 되는 이분법적 경직 사고에서만이라도 탈피할 수 있다면 상대를 존중하지는 않더라고 이해하고 차이를 좁혀가기 훨씬 쉬워진다.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들끼리 서로 비난하는 거는 절대로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일을 하든 저런 일을 하든 다 한국교회가 잘 되기를 바라는 건데 우리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면 결국 우리가 우리 얼굴에 침 뱉기밖에 되지 않으니까”라고 했다. 방역에 끌려 다니고 있는 한국교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