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가 대안학교의 법적 지위 인정
취학의무 유예와 학교 명칭 사용
학령인정, 재정지원 조문 삭제 아쉬움
교육대안연구소 창립 세미나가 13일 오후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 통과 그 이후를 말한다’를 주제로 온라인 줌(zoom)으로 진행되었다.
이종철 박사(교육대안연구소 부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는 ▲박찬대 국회의원(법안대표발의자, 더불어민주당 교육위 간사)의 축사, ▲송순재 교수(전 감신대 교수, 전 서울시 교육연수원장)의 격려사, ▲박상진 소장(교육대안연구소 소장, 서울시 대안학교설립운영위원회 부위원장)과 이종태 교수(건신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의 발제, ▲윤경철 소장(G'Lg학교밖청소년연구소)과 강대중 교수(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의 지정토론, ▲황혜경 사무관(교육부)의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박상진 소장은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 제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박 소장은 “우리나라 대안학교는 1990년대 미인가 전일제로 문을 연 간디청소년학교를 시작으로 빠른 속도로 대안학교가 증가했다. 대부분은 미인가 대안학교로 설립, 운영되고 있다. 2019년 교육부의 조사에 따르면 미인가 대안교육시설은 273개교이다.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전체 미인가 대안학교의 수는 600여 개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공교육 바깥에 존재하고 있는 미인가 대안학교들은 다양한 대안교육을 실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지위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미인가 대안교육시설로 간주되어 왔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몇 차례의 대안학교 법제화 노력이 있었지만, 현장과 괴리가 있었다. 1차 법제화는 성공하지 못했고, 2차 법제화는 소수의 학교만 인가받는 형태로 전락했다. 감사하게도 지난 2020년 12월 9일 제382회 국회 본회의에서 박찬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 의결되었다. 이로써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비로소 법적인 지위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는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법률 제정 이후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시행령이 만들어져야 하고, 이 법의 취지가 현장에 제대로 구현되기 위한 현장의 변화도 요청된다“고 했다.
박 소장은 대안교육기관법의 의미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미인가 대안학교에 대한 법적 지위 부여, △대안학교에 대한 정의 및 범위 설정, △대안학교의 공공성 강화, △교육청의 지도, 감독 기능, △공교육 전반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
그는 “먼저, 이때까지 법 테두리 밖에 존재했던 미인가 대안학교들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영역으로 옮겨온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번의 대안교육기관법은 미인가 대안학교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정하고, 법적으로도 보호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확인한 조치인 셈”이라며 이 법에 의해 등록되는 대안교육기관의 변화로 ‘취학 의무 유예’와 ‘학교 명칭 사용’을 소개했다.
이어 “대안교육기관법에 따른 대안교육의 정의 및 범위 설정은 법적으로 ‘대안교육’을 규정짓는다. 따라서 이러한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 교육은 법적으로는 ‘대안교육’으로 인정하기가 어렵다는 전제가 있는 것이다. 이 법은 분명하게 등록에서 제외되는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1) 외국 대학 입학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시설 등, 2) 주된 언어가 외국어이거나 외국어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 등, 3)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학원으로 등록한 시설, 4) 그 밖에 사회 통념에 위배되어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하기 부적절하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 등. 기본적으로 대안교육의 범주에 포함될 수 없는 교육의 성격이 정해진 셈”이라고 했다.
이어 “대안교육기관법은 향후 대안학교가 건강하게 발전해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대안학교의 민주적 운영이다. 이를 위해서 등록된 모든 대안교육기관은 ‘대안교육기관 운영위원회’를 구성, 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대안교육기관의 공공성 강화 방향은 회계 투명성의 강조로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본 법률에 따르면 대안교육기관이 된다는 것은 국가 교육체계 속에 공식적으로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본 법률 제7조에 의하면 교육감이 몇 가지 경우에는 심의를 거쳐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등록 당시의 목적대로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일정 부분의 교육청 또는 관련 교육기관의 지도와 감독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대안교육기관법의 입법은 교육의 주체가 가 국가나 교육청이 아닌 국민 개개인인 학생이요 부모임을 확인해주고 있다. 그들의 개인적 특성과 필요에 맞는 다양한 교육이 제공되어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부모의 학교선택권은 중요한 권리임에도 그동안 공교육은 그런 다양성의 요구를 무시해왔다. 이러한 요구를 요구를 국가가 일부 인정함으로써 태동된 것이 대안교육기관법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 법률은 대안교육 진영뿐 아니라 전체 한국의 공교육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
박 소장은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의 향후 과제를 △등록의 범위: 배제의 범위, △재정 지원의 문제, △지방자치단체의 ‘학교 밖 청소년’ 지원과의 관계, △지방교육자치단체별 대안교육 활동 강화, △시행령의 중요성, △법률 시행 이후, 미인가대안학교에 대한 정부의 대책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금번 대안교육기관법은 인가가 아닌 등록에 초점을 두고 있다. 등록의 기준을 완화해서 가능한 많은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등록이 되어 법적인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건강하지 못한 대안학교들을 배제할 수 있는가가 매우 중요한 대안교육기관법의 과제이다. 금번 대안교육기관법이 등록에 관한 법이기에 등록의 기준이 가장 예민한 부불일 수 밖에 없다. 제5조 2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할 수 없는 기준에 대한 해석이 중요하다. 법조문에서 사용하는 ‘주된 목적’, ‘주된 언어’, ‘사회 통념’이라는 용어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령의 작업이 요청된다”고 했다.
이어 “금번 대안교육기관법 입법 과정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은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재정지원과 학력 인정에 관한 조문들이 삭제된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에 따르면 자율형사립고도 국가지원을 받지 않고 있고, 대안교육기관의 장이 수업료, 입학금 및 운영지원비를 정하도록 하고 있기에 재정지원은 불요하다는 의견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안교육기관에 자녀를 보내는 모든 가정의 부모들도 국가에 세금을 내고 있고, 그 국민이 내는 세금을 비롯한 재원을 통해 국가는 공교육비를 충당하고 있다.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경우는 세금을 내면서도 또 다시 학비를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가 있다. 국가가 대안학교를 직접적으로 재정지원을 하는 방안이 아닌 바우처(Voucher)제도를 통해 학교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제안해본다”고 했다.
이어 “이번의 대안교육기관법에 따라 등록이 되는 대안교육기관에 다니는 청소년의 경우, ‘학교 밖 청소년’으로 볼 것인지 ‘학교 안 청소년’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인가가 아닌 등록된 대안교육기관에 다니는 학생은 ‘학교 안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의 경계선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자칫 두 영역 모두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서울시 자체적으로 대안교육기관을 지원하는 방안을 수립하여 이를 추진하는 것과 서울시 교육청이 주관하는 대안교육기관 등록제가 상호 상충하지 않고 건강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박 소장은 “법률 시행 이후, 대안교육기관법의 시행 이후 등록하지 않거나 못한 대안교육시설에 대해 어떤 제재가 취해질 것인가도 중요한 사항이다. 대안교육의 정체성 및 자율성 약화의 우려를 이유로 등록을 거부하거나 포기하는 대안교육기관들이 많게 되면 이 법은 지난번 초중등교육법 제60조3에 근거한 대안학교법의 경우처럼 유명무실한 법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법과 함께 대안교육 관련 법을 통합하여 일원화하는 방안은 심도 있게 연구되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