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당시 생후 16개월에 불과한 '정인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입양모의 첫 재판에서 검찰이 입양모에게 살인 혐의를 추가 적용하겠다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허가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13일 오전 정인이 입양모 장모씨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입양부 A씨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등 혐의 재판도 함께 진행됐다.
검찰은 이날 재판이 시작된 후 "공소요지 진술 전 오늘 피고인(입양모)의 공소사실 변경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장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은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로 살인 혐의, 예비적 공소사실로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했고,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검찰은 공소장 변경 취지를 밝히는 진술을 통해 "장씨는 피해자가 지속적 학대를 당해 극도로 몸이 나빠진 상태에서 복부에 강한 둔력을 행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복부를 손으로 때려 바닥에 넘어뜨리고 발로 피해자 복부를 밟았다"고 했다.
이어 "이 행위로 췌장이 절단돼 600ml의 복강 내 출혈이 발생했고, 복부 손상으로 사망하게 해 살해했다"고 했다. 예비적 공소사실로 기재된 아동학대 치사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이날 첫 재판이 끝난 후 출입기자단에 공개한 자료를 통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인식과 이를 용인하는 의사도 있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어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소 후 추가로 확보된 사망원인에 대한 전문가(법의학전문가 등 4곳) 의견 조회 결과 및 장씨에 대한 통합심리분석결과보고서(대검 법과학분석과) 등을 종합 검토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인이의 사망원인은 '발로 밟는 등의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으로 인해 췌장 파열 등 복부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살인의 고의 여부에 대하여는 사망에 이른 외력의 태양과 정도뿐 아니라 피고인의 통합심리분석결과, 본건 학대의 전체적인 경위,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했다.
이날 검찰 측에서는 사건을 수사한 수사팀(여성·아동범죄수사부) 소속 김모, 박모 검사 등도 참석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이와 같은 사정들이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과 함께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철저한 공소유지와 엄중한 처벌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씨 측 변호인은 이에 대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도 인정 못하는데 어떻게 살인 혐의를 인정하느냐"며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사건이 알려진 후 아동학대예방 관련 단체, 일부 의사 단체 등에서는 장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이가 췌장이 절단될 정도의 폭력을 휘둘렀다면 사망 가능성을 예견한 상태였다는 미필적 고의가 충분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장씨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약 8개월간 정인이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인이는 장씨의 폭력으로 골절상·장간막 파열 등 상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정인이가 사망한 당일인 지난해 10월13일 폭행으로 인해 췌장 절단 등 복부 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아동학대치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사형이 시행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상 두 혐의와 선고형량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기준에 따르면 살인죄의 기본 형량은 참작할 수 있는 동기가 없는 경우 기본 10년~16년의 징역형이다. 반면 아동학대치사의 기본 양형기준은 4~7년이다. 이에 살인죄로 처벌할 때 더 높은 형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