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총비서가 된 것은 그가 더이상 김일성, 김정일 등 선대의 후광에 의존하지 않는 동등한 지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김일성은 1966년 이전까지 당중앙위원장 등의 직책이었으나 1966년에 처음 총비서가 됐다가 1980년에 총비서로 선출됐었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후 3년상이 끝난 1997년에 총비서에 올랐으며 사후인 2012년에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됐다.
당시 김정은위원장은 노동당 제1비서가 됐으며 2016년 7차당대회 당시 당위원원장으로 직책을 바꾸었다.
그런데 이번에 김위원장이 김일성, 김정일이 역임한 총비서가 됨으로써 선대와 동등한 직책까지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2012년 김정일에게 헌정된 "영원한 총비서"라는 명칭은 명예직 명칭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사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김위원장이 노동당 총비서에 오른 것은 그가 권력의 최정점까지 공식적으로 올랐음을 의미한다.
물론 유일영도체계라는 1인독재 체제인 북한에서 권력을 승계한 2011년 말부터 김정은은 북한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확고한 최고 권력자였다.
그러나 실질적인 권력을 뒷받침하는 직책은 여전히 김일성, 김정일에 미치지 못하다가 이번에 공식적으로 동등한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앞으로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이번에 총비서로 추대 사실은 보도한 노동신문은 1면에서 김위원장이 "천재적인 사상리론적 예지와 비범특출한 령도력, 숭고한 풍모를 지니시고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 앞에 가장 빛나는 업적을 쌓아올리신 주체혁명의 탁월한 령도자이시며 존엄높은 우리 국가와 인민의 위대한 상징이시고 대표자이시다"라고 우상화했다.
노동신문은 이어 김위원장이 이룬 업적을 길게 나열하고 '혁명의 대성인'이라고 추켜세운 뒤 "김정은 동지를 조선로동당의 수반으로 변함없이 높이 모시는 것은 시대와 력사의 엄숙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정은을 대리해 막강 권력을 행사해온 여동생 김여정은 이번에 정치국 후보위원과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직책이 박탈되는 등 당초 예상과 달리 지위가 격하했다.
이는 김정은이 총비서로 추대되는 마당에 김여정이 내외의 관심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노동당 당대회가 11일에도 이어지고 정치국회의 또는 전원회의를 당대회 뒤 수시로 개최할 수 있기 때문에 김여정이 조만간 새로운 직책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번에 정치국 후보위원직도 박탈된 만큼 김여정이 새로운 직책을 맡는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국무위원장 서기실장(비서실장) 등 대외에 직책명이 공개되지 않는 자리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또 이번에 부문별 비서나 부장을 선출하는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수시로 개최할 수 있도록 규약을 개정함에 따라 조만간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김여정에게 새로운 직위와 직책을 부여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또 북한은 이번에 노동당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간부들도 대거 교체했다.
가장 주목되는 인사는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서 부장을 건너 뛰고 조직담당 비서가 된 조용원이다.
그는 노동당 직위도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최고권 직위인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수직 상승했으며 직책도 상관이던 김재룡 조직지도부장을 추월했다.
조용원은 최근 몇년 사이 김정은의 현지지도에 밀착 동행하는 등 최측근으로 꼽혀 왔으나 직위는 정치국 후보위원에 머물러 있었다.
그밖에 조직지도부와 함께 노동당의 최고 권력부서인 선전선동 담당 비서 겸 부장에 박태성 전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선출됐다.
조직지도부에서 잔뼈가 굵은 박태성은 김정은 시대에 지위가 급상승한 핵심 측근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밖에 이번에 권한이 크게 강화된 중앙위원회 검사위원장에 오른 정상학 전 부부장(근로단체부 제1부부장으로 추정)도 새롭게 부상하는 인물이다. 지난해 11월 당 부부장에서 이번에 직책이 2계급이 올라 비서가 됐다.
한편 대남부문을 총괄해온 김영철 당부위원장은 이번에 직책이 통일전선부장으로 내려갔으며 전임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은 해임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대남 강경파로 알려진 김영철이 대남부문의 실질적 책임자로 다시 복귀함에 따라 앞으로 남북관계에 상당한 기복이 예상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