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려 하루가 다르게 시욕과 청력을 잃어가는 강아지 시노와 그런 노견을 24시간 철벽 간호하는 고양이 쿠우의 이야기입니다.
시노와 쿠우는 모두 길거리에서 구조되었습니다. 시노와 쿠우의 집사는 출근길에 발견한 강아지와 고양이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어서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이미 고양이 6마리와 동고동락하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시바견인 시노는 발견 당시 10살 넘은 노견으로 상처로 인해 앞가슴 부위 전체가 검붉게 변해 있었습니다. 목에 찬 가죽 목걸이가 썩어서 피부병이 퍼져 있었고, 수의사 선생님도 깜짝 놀랄 정도로 피부가 짓물러 있었습니다.
고양이 쿠우는 벼룩투성이에 바이러스로 인해 앞니는 녹아 있었습니다. 대장에 염증이 있어서 소화흡수가 잘 안 되어 토하기 일쑤였습니다. 게다가 스스로 먹이를 구하지 못하는 고양이들이 영양보충을 위해 다른 고양이의 변을 먹는 식분증에, 뒷다리엔 골절도 있었습니다.
두 녀석 모두 몇 개월을 걸친 집사의 극진한 보살핌 덕분에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서로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는 시노와 쿠우’
둘의 만남은 쿠우의 짝사랑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밀어내던 시노도 쿠우의 끈질긴 애정 공세에 넘어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시노는 좁은 공간에 낀 것 같은 자세를 취하며 뒷걸음질을 치지 못했습니다. 제자리에서 원을 그리듯 빙빙 돌며,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물도 마실 수가 없어서 숟가락으로 떠먹여야만 했습니다.
‘앞발을 어찌할줄 모르는 시노를 도우러 달려가는 쿠우’
어느 날 밤 고양이 쿠우가 소리 내 울며 집사들을 깨웠습니다. 서둘러 쿠우를 따라가 보니 시노가 복도에서 오도가도 못한 채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쿠우는 시노를 도와달라고 울음을 낸 것이었습니다.
중심을 못 잡고 제자리만 빙글빙글 도는 시노의 곁으로 다가간 쿠우는 쉼 없이 시노의 몸을 지탱하며 함께 걷기 시작했습니다.
시노의 노화와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쿠우의 간호 실력도 점점 발전해갔습니다. 꼬리와 머리를 이용해 시노에게 진행 방향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여느 날과 다르게 몸을 가누지 못하다가 눈을 뜨면 짖기를 반복하던 시노. 병원에서 돌아온 집사는 시노가 늘 사용하던 침대에 눕혔습니다. 고양이들은 번갈아 시노의 곁으로 다가와 작별인사를 건넸습니다.
멀찌감치 물러나 시노를 바라보기만 하던 쿠우는 다음 날 아침 시노의 곁으로 다가가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넸습니다.
시노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한동안 쿠우는 아무리 안아주고 쓰다듬어줘도 슬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다시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집사에게 응석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둘의 아름다운 우정은 ‘시노와 쿠우’라는 이야기로 출간되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