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조혜련 씨가 지난 3일 주일에 교회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네티즌의 호된 비판에 사진을 삭제했다. 조 씨가 교회에서 찍은 사진에 ‘이 시국에 적절치 않은 게시물’, ‘방역수칙 위반 법대로 처벌’ 등의 비판 글이 쇄도했다.
조 씨가 단순히 교회에 가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는 것만으로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는 비대면 예배가 원칙이나 영상예배 송출에 20명 이내로 현장 참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조건 방역수칙을 어겼다고 할 수 없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도처에서 번지면서 개인이나 특정 집단 전체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경향이 사회 곳곳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개인의 신앙행위가 비난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에도 무조건 공격하는 심리의 기저에는 이런 행위를 통해 불안감에서 도피하고 위안을 삼으려는 역심리가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보다 심각한 것은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해 교회 등 종교시설과 되도록 멀리 떨어지려는 ‘교회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날이 갈수록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구의 한 맘 카페에는 “정비소에 왔는데 정비사가 기독교인인 것 같다. 그냥 돌아가고 싶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자 “당장 나가라”, “기독교인이 있는 곳은 무섭다” 등의 댓글이 줄줄이 이어졌다. 직장이나 사업장에서 자신이 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불이익을 받을까봐 숨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일요일에 교회에 간 사람은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을 걸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단순한 혐오가 아니라 일부 교회가 보여준 시민의식 부재에 따른 정당한 비판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교회가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아 확진자가 나오고 그 피해가 지역사회에까지 미치게 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의 잘못을 과잉 일반화하는 것은 방역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당 교회가 방역을 소홀히 해 문제가 발생한 것은 변명할 수 없는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교회에 책임을 돌리고 기독교에 대한 반감, 혐오증까지 교회가 모두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오류를 정당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의 밑바탕에는 우리 사회가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불안심리가 깔려 있다. 그런 마음의 병이 코로나19 못지않게 사회 구성원에 전파돼 공동체 모두를 감염시키고 있다면 앞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방치하고 심화시킨 것은 두 말할 것 없이 정부와 방역 당국의 근시안적인 대처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자마자 의사협회를 비롯해 모든 감염병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중국에서 오는 공항과 항만부터 봉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제3차 유행으로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도 사회적 거리두기 원칙을 정해놓고 우물쭈물하며 효과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로서는 사회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감염병의 특성상 그 시기를 놓치는 순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사태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 들어 일부 자영업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못살겠다”고 시위를 벌이거나 아예 방역당국에 저항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자 정부는 일부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 언제는 코로나 고위험시설이라며 집합금지를 명령했다가 금방 입장을 바꿔 방역 수칙만 잘 지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면 국민은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것인가.
정부의 죽 끓듯이 바뀌는 방역원칙의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방역정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형평성이 없는, 노골적인 편 가르기의 폐해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독교는 교회 예배를 비대면으로 통제하고, 타종교는 다 허용하다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뒤늦게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보수단체가 주관하는 광화문 집회는 차벽을 겹겹이 쌓아 막고, 민노총 집회는 적당히 허용한 것도 방역당국이 감염병 정책에까지 정치 논리를 주입함으로써 스스로 불신을 자초하게 된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감염자 한 명이 여러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강력한 전염계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 2명만 모여도 위험군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 말은 거리두기 자체가 불가능한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시설과 비교해 봐도 교회가 특별히 더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교회를 향한 마녀사냥식 비판과 집단적인 책임전가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일부 교회에서 여전히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것은 모든 한국교회에 크고 무거운 짐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교회를 폄하하고 비난하는 ‘집단 포비아’의 화살이 교회를 향해 정조준 되는 것까지 감수하라는 것은 방역은 물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코로나 이후에 우리 사회를 오염시킬 그 병증은 백신으로 해결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