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당국이 서울 동부구치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 과정에서 안일한 초기 대응이 화를 키웠음을 시인했다.
밀 수용으로 감염 전파 위험이 예견됐음에도 일제검사만 진행했던 당국은 수백명이 확진되고 나서야 방역당국, 지방자치단체 등과 회의를 열었다.
교정당국은 과밀 수용 탓에 격리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접촉자와 비접촉자가 같이 수용되는 상황이 1000명이 넘는 감염 피해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면서도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김재술 법무부 의료과장은 6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지난해 12월19일) 동부구치소에서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대량의 집단감염이 발생하자마자 서울시, 송파구 보건소, 질병관리청, 동부구치소 4자 간 회의가 있었다"며 "초기 방역당국의 역학조사는 철저히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다만 "사태 초기 접촉자들에 대한 '1인 1실' 독거 격리를 하지 못한 불가피한 측면에 의해 (전수검사) 차수가 거듭될수록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는 점은 송구스럽다. 지금은 독거가 가능해진 상태여서 앞으로 진정세가 눈에 띄게 나타날 것"이라며 "국민들이 걱정하는 여러 의혹들에 대해선 (정세균) 총리의 지시에 따라 지금 조사 중이기에 아마도 잘 밝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동부구치소에선 지난해 11월27일 최초 감염이 확인됐다.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역학조사관을 파견해 전수검사를 하고 확진자, 밀접접촉자, 비확진자를 다른 공간으로 분리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하지만 교정당국은 최초 확진자와 접촉한 292명에 대해서만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첫 전수검사는 이로부터 3주 후인 12월18일에야 실시됐고, 지금까지 6차례에 걸친 전수검사에서 1118명이 확진됐다.
이 과정에서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은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이라는 내용을 취재진에게 알리기도 했다.
여기에 전수검사 실시 과정에서는 법무부는 서울시 등과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여 비난을 샀다.
법무부는 전수검사 시기가 늦었다는 등의 비판이 일자 지난달 29일 "지난 14일 수용자 1명이 확진돼 수용자 전수검사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했으나 서울시와 송파구에서는 '수용자 전수검사는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면서 "자체 예산으로 전수검사를 추진하기는 곤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시는 "4개 기관이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의된 사항이었음에도 사실과 다르게 서울시와 송파구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법무부의 태도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맞받아쳤다.
현재로선 밀접접촉자를 철저하게 분리하지 않은 사후 대처가 대규모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 과장은 "4~6차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들이 어떤 경로로 감염된 것인지에 대한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현재로선)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면서도 "(초기) 집단감염 발생 당시 초과밀 상태였고 이미 독거실에 있는 수용자들의 정신질환 등 여러 문제로 인해 그 사람들에 대한 조절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불가피하게 혼거 수용이 있었다. 검사 분석결과를 보면 대부분 접촉자 그룹에서 50% 이상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불가피한 밀접 접촉에 의한 감염이 계속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김 과장은 이어 "(동부구치소) 현장에서 수용자 간 분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조사를 통해 정확히 밝혀져야 될 것이지만 밀접 접촉자와 비접촉자가 한 거실에 없었으면 하는 것이 저희의 바람이고 또 그러리라고 믿는다"고 언급했다.
/뉴시스